요즘 칼럼이 뜸해져 신문사와 독자들께 내심 미안한 마음이 든다. 굳이 변명을 하자면 글이라는 게 마음대로 쓰여지는 게 아니기도 하지만 사실은 필자의 오미자 농사 수확이 한창이기 때문이다. 3년 전 처음 오미자 농사를 시작할 때는 걱정이 없진 않았다. 오미자의 특성상 일반 공판장 입하가 불가능한 상황 속에서 판로를 어떻게 열어가야 될지가 고민이었다. 농사에 입문한 지 그동안 10년이 되었지만 콩, 고구마, 감자와는 달리 오미자는 사과보다 높은 가격을 형성하고 있기에 기존의 고객들에게 어떻게 접근해야 될지가 여간 고민이 아니었다. 의외로 문제의 실마리는 고교 동문 네트워크를 통해 쉽게 풀려져 버렸다. 수도권에 사는 동기들, 대구경북지역의 동문 4천여명에게 문자가 발송된 직후 필자의 핸드폰은 전화 폭주 상태가 되어 버렸다. 그동안 경조사 문자만 받던 동문들이 느닷없는 농산물 판매 문자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는 후문이다. 소식이 끊겼던 선후배들의 따뜻한 격려 전화도 이어졌다. 모든 전화가 주문으로 이어진 건 아니지만 든든한 판로를 선점한 효과는 분명한 것 같다. 그래서 등잔 밑이 어둡다고 했던가! 혈연보다 어쩌면 더 진한 동문의 힘을 그동안 간과하고 있었던 것이다. 사실 이것이 바로 귀농인의 힘이 아닐까 싶다. 마케팅 이론에 보면 ‘3대33의 법칙’이 있다. 좋은 소문은 3명에게, 나쁜 소문은 33명에게 전파된다는 법칙이다. 이와 비슷한 개념의 ‘곱하기 3의 법칙’도 있다. 소위 아무리 ‘못난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그 사람의 이야기를 신뢰하는 사람이 적어도 3명은 있다는 것이다. 가령 어떤 사람에게 만족할 만한 농산물을 보냈을 때 그 고객으로 인해 입소문으로 적어도 3명에게는 전파된다는 의미이다. 게다가 동문들의 입소문 마케팅은 충성도가 아주 높아 효과 만점이다. 특히 택배 상자 안에 청송에서 진짜 맛있는 사과 농장이 어디인지 홍보를 살짝 곁들였더니 문의 전화가 꽤 많은 편이다. 이처럼 귀농인은 자신의 농산물 외에도 그 지역의 농산물을 매개해 주는 역할을 수행할 수 도 있다. 사실 귀농하고 몇 년 만 지나면 그 지역의 농산물 판세가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 비록 유명하진 않지만 정직하고 성실한 농사꾼이 눈에 들어온다. 얄팍한 상술로 소비자를 속이거나 우롱하고 있는 유통업자가 있다면 언젠가는 꼬리가 밟히는 법이다. 농촌 현지에서 살다보면 자신의 농산물은 아니지만 소개하거나 추천해 주고 싶은 농가가 있다. 실제로 간혹 주왕산 국립공원에 들렀다가 인근의 농장을 방문하고 싶다고 문의하는 전화가 걸려 온다. 물론 필자는 망설이지 않고 추천하는 농장이 있다. 이곳을 방문한 사람들이 한 번도 실망한 것을 본 적이 없다. 귀농인은 도시로 열린 창과도 같다. 귀농인은 기존의 지역민에게는 없는 새로운 네트워크가 있다. 엄밀히 말하면 귀농인 한 사람의 유입으로 새로운 틈새시장이 창출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므로 귀농인을 홀대하는 사람은 어리석은 사람이다. 오히려 자기하고 다른 작물을 하는 귀농인일수록 서로 상생하는 방법을 모색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청송도 이제 사과 일변도가 아니라 좀 더 다양한 작물을 재배하는 귀농인, 농가들이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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