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진 시멘트 틈새에
이름 모를 풀이 자란다
뿌리가 땅에 박혔음이 분명하다
아주 작은 노란 꽃 두 송이를 피웠다
나는 날마다 더 오래 살려고
땅 속에 뿌리 내리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돌멩이 틈새에는 흙이 없다
뿌리는 메말라 시드는데
욕심은 날마다 구름처럼 인다
아, 나의 뿌리가 나의 생명이
땅 속에 뿌리 내릴 수는 없을까?
▲ 성기조 / 아호는 청하(靑荷). 시인·수필가·문학평론가. 1934년 충남 홍성 출생. 1958년《시와 시론》지에 시로 등단. 단국대 문학박사. 전 PEN한국본부 이사장·한국비평문학회장·한국교원대 교수. 현 한국문학진흥재단 이사장,《문예운동》·《수필시대》발행인. 시집·수필집·평론집·교과서 등을 포함해 저서 130여 권. 자유중국문학상·아시아 문학상·한국문학상 등 수상.
시의산책로
생명 이전의 상태에서 생명이 태어나는 일은 신비로운 일이다. 그것은 곧 유한한 인간이 개입할 여지가 없는, 오직 절대자의 영역에 해당하는 일이다. 모든 생명은 곧 생명력을 지니는데 생명 본체는 흙바닥이 아닌 바위 위에서, 때로는 시멘트 틈새에서도 그 강인한 근성을 보여준다. 그처럼 이 시의 화자(話者) 또한 유구한 생명을 갈구한다. 척박한 바닥 위에서가 아닌, 온전히 뿌리 내린 생명을. 이는 곧 지상(地上)에 존재하는 모든 인류의 염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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