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속에서 피아노를 치기는 처음
건반을 터치할 때마다
맺힌 소리들이 방울방울
솟아오른다
마름 줄기 사이로 성량 풍부한 알토 참붕어 벙긋벙긋 고놈 참 입 모양도 예쁘게
소리방울 굴린다 물속으로 뛰어든 개구리 여기서 개 저기서 굴, 개굴개굴 받더니 개구리밥 쪽으로 패스 물거울 속 산그림자 언제 내려왔는지 몸을 배배 꼰 나사말을 한번 툭 치고 소금쟁이라고 물 위를 걷기만 하나 왼발 오른발 번갈아 토스 토스 킥킥킥, 도넛처럼 허리를 구부린 미꾸라지가 되돌아가라는 신호를 보내자 화들짝 놀란
물방개 다시 한 바퀴 팽그르르 돌고 도는 소리방울 여러 알 주운 거머리가 이음줄로 요리조리 태댕탱탱
소리 없이 하늘을 가르는 비행기똥을 좇다가 다시 연못 속으로 풍덩 빠지고 만다
아하하하 우습다
하늘도 두 쪽이 나는구나
그들은 하나같이 내 연주의 협연자
고여 있던 소리들이 죄다 날아갔다
다음 연주를 위하여 물비늘이 프르르르 지워버리고 사라진다
◆시 읽기◆
시인이 치는 물속의 피아노, 건반을 터치할 때마다 맺힌 소리들이 방울방울 솟아오른다.
처음으로 접하는 물속에서의 연주, 여기서의 물속이란 시인의 내면이다. 물속에 사는 참붕어, 개구리, 산그림자, 나사말, 소금쟁이, 미꾸라지, 물방개, 거머리 등등의 생명체들처럼, 모든 감정과 욕망들이 제각각의 성향과 생태대로 연주에 참여하는 것이다. 연못 속으로 풍덩 빠져 하늘도 두 쪽 나는 지점, 다음 연주를 위해 물비늘 프르르르 지워버리기 전 까지는 더 없이 바랄 게 없는 완벽한 합주.... 내면의 완벽한 비움의 순간을 지나고 있는 것이다.
내면에 맺히고 고여 있던 욕망의 소리들, 나아가 잠재의식 속까지 유영하다 보면 어느새 욕망이 죄다 날아간다는 시인의 의식세계이다. 잠재의식까지 닿아있는 물속의 완주(完奏), 시인의 시세계를 짐작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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