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여성의 초혼연령은 1990년 24.78세에서 지난해 29.81세로 5.03세 높아졌다. 가임기 5년이 증발한 셈이다. 우리나라 실정이나 아이들의 장래를 위해서는 여성의 나이 24세에 첫아이를 낳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한다. 이렇게 혼기가 늦어진 가장 큰 이유는 취업난이다. 개발연대에는 남자가 생계를 책임지고 여성들은 대부분 집안 살림을 맡아왔다. 그런데 그 사이 고성장시대가 막을 내리고 여성들은 고학력화되면서 사회적 성취동기가 한껏 높아졌다. 이런 흐름은 당분간 더 심해질 것이다. 경제성장은 둔화되고 있는 반면 여성의 사회진출은 더 활발해질 수밖에 없다. 여성의 대학 진학률이 남성을 크게 앞지르고 있기 때문이다. 민간, 공공부문 할 것 없이 각종 입사시험과 고시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두각을 나타낸지 오래다. 이런 흐름이 겹쳐지면서 취업의 벽이 높아지고 있다. 저성장으로 일자리 공급이 줄고 여성의 사회진출 가속화로 일자리 수요가 폭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청년실업률은 10.2%로 16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래서는 만혼현상이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 젊은 층 대다수가 취업전선에 몇 년씩 붙어 있으니 거대한 결혼 블랙홀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어렵게 취업하고 결혼하면 다시 육아 블랙홀에 직면한다. 보육시설이 양적으로는 늘어났지만 아이를 마음 놓고 맡길 고품질 시설은 찾기 어렵다. 이런 어려운 고비를 넘겨 육아가 끝나면 또한 허리를 휘게 하는 학원비와 과외비 주거비가 기다린다. 맞벌이를 해도 내 집 마련은커녕 전세 값 마련에도 헉헉대느라 둘째는 엄두도 못 낸다. 자녀수가 행복과 반비례하는 한국사회의 슬픈 자화상이다. 전업주부도 아이를 하나만 낳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문제는 이런 흐름이 저출산 고령화 저성장의 악순환을 가속화시키면서 경제를 더 깊은 불황의 늪으로 빠지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구는 산업화 이후 성장의 강력한 엔진이 되어 왔다. 개발연대에 성장한 1차 베이비부머(55~63년 출생자)는 연평균 80만 명씩 태어났다. 이들이 수요를 일으키면서 공장과 일자리가 늘어났다. 지금은 출생아 수가 40만 명대로 곤두박질치면서 수요가 위축되고 저출산은 내수둔화에 그치지 않고 고령화를 가속화시켜서 재정악화까지 초래하고 있다. 저출산 문제는 경제정책의 최우선 과제가 되어야 한다. 저출산 고령사회 문제를 복지문제로만 보는 보건복지부에 맡겨서는 안 된다. 저출산 문제는 기획기능과 예산권을 쥔 기획재정부가 나서서 직접 진두지휘해야 해결될 것이다. 저출산 문제의 수렁에서 벗어나려면 젊은 부부가 아이를 둘 셋씩 낳을 수 있도록 출산생태계를 정상화해야 한다. 그 수단은 성장력 회복에서 찾아야 한다. 해법은 이미 다 나와 있다. 경제 살리기다. 어떻게 경제를 살리는지도 나와 있다. 의료, 관광, 레저, 패션, 한류 같은 유통서비스산업 및 입지규제를 과감하게 풀어서 기업천국 창업천국이 되어야 한다. 내 집 마련의 문턱을 낮춰 주고 공교육 정상화로 사교육비 부담도 줄여 줘야 한다. 기업은 출산 육아시기의 직원에 대한 지원도 강화해야 한다. 그러면 취업시기가 2~3년 앞당겨지고 사회전반의 출산분위기가 살아날 환경이 조성될 것이다. 정부는 알면서도 방관하고 있는지 몰라서 손을 놓고 있는지 대한민국의 미래가 달린 문제다. 지금부터 옷소매를 걷어 붙여도 늦다. 하루 빨리 서둘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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