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전 세계적으로 지도자들의 리더십에 대한 평가가 화제이다. 오바마대통령 시진핑주석 메르켈총리 아베총리 등이 연일 입에 오르내린다. 우리나라 언론에서는 이들에 대하여 대체로 균형 잡힌 평가를 하는 것 같다. 그러나 국내의 경우 대통령 여야 지도자 총리 시장ㆍ지사 등등 잘한다는 평가는 거의 나오지 않는다. 냉정하게 큰 틀에서 객관적 평가를 하기보다는 조금만 빈틈을 보여도 신랄하게 확대 비판한다. 바둑의 귀재 이창호나 이세돌이 둔 바둑에서도 국후 검토에서는 여지없이 실수가 나온다. 하물며 거대하고 복잡다기한 사회경제 외교국방 문제를 제대로 풀어나가기는 무척 어렵다. 현대사회에서 과연 현자나 철인이 있어서 시민들이 걱정하지 않아도 되도록 이끌어나갈 수 있는가.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어렵다. 우리는 흔히들 사양하는 사람에게 노래를 부르라고 강권한다. 막상 어렵사리 무대에 오르면 그 노랫소리를 아무도 경청하지 않는 경우를 흔히 본다. 이에 따라 ‘나무 위에 올려놓고 흔든다’라는 표현을 쓴다. 즉 리더를 선출해놓고 믿고 맡기면서 차분히 성과를 기다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아가 비판이 줄을 잇고 차기 지도자 대망론이 바로 싹트는 것이다.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없다는 고려시대 최충헌의 사노 만적이 설파한 대로이다. 그만큼 성취지향이 강하고 모두들 보스나 머리가 되고자 하는 것이다. 불굴의 저항정신은 대한민국 성장의 원동력이다. 그러나 저항의 방향성이나 비판 정도가 지나쳐서 성공한 대한민국호의 기틀 자체를 흔들지 않을까 우려된다. 사극에서 가뭄이나 천재지변을 당하면 임금은 자신이 부덕한 소치라고 하면서 기우제를 지낸다. 기우제를 지내고 반찬을 줄이고 연회를 하지 않는 것은 정치적인 행위이면서 매우 바람직하다. 조선시대의 국왕은 종신이자 3권을 다 가진 절대 권력자로서 실제 사화나 환국을 통하여 신료의 생사여탈권을 가지고 있었다. 나아가 국왕은 종신이므로 일관성 있게 정책을 펴나갈 수 있다. 반면 실정이 지나치면 반정이 일어나거나 임금이 독살당하는 경우도 예견된다. 따라서 막강한 권한 만큼 임금이 겸양하는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국왕은 세자수업 과정에서 통치론을 체계적으로 배우는데도 성군이 잘 나오지 않는다. 지금은 3권이 분화되고 언론 NGO 이해집단 시민세력 등이 참여하는 이른 바 협치의 시대이다. 또한 대통령은 민주적으로 선출되지만 지도자 수업을 제대로 받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도 우리 국민은 완전한 리더십을 발휘하도록 기대하고 있다. 선출직 지도자도 선거에 당선되면서 이미 완벽히 준비된 것으로 착각하기 쉽다. 따라서 법령상 권한과 책임이 위임되어 있어도 최고 책임자 한 사람에게 관심이 집중된다. 현장 대응력과 융통성이 떨어지면서 최고책임자가 비판을 받게 되고 중간관리자는 더욱 위축되기 쉬운 것이다. 언론매체 등을 통하여 비판을 자주 받다보면 잘 하려다가 일이 더 꼬인다. 중국의 양쯔강에서 유람선이 전복되면서 많은 고귀한 생명이 희생되었다. 중국 지도부는 일주일 만에 배를 인양하면서 사태를 조기에 수습하였다. 중국에는 너무나도 중요한 일들이 많아 조기 수습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세월호 사태의 수습국면과는 극명히 대비된다. 단 한사람의 인명도 소중하다는 것은 자명한 진리이다. 그러나 현실 사회에서는 소중한 가치들이 서로 갈등하면서 선택에 내몰리는 것은 불가피하다. 세계 제2차 대전 중 영국정부는 독일정부가 코번트리를 폭격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독일 암호를 알고 있다는 것을 숨기기 위하여 피난령을 내리지 않았다. 나중에 영국에서는 오랜 논란 끝에 피난령을 내렸을 경우 더 큰 혼란과 피해가 예상된다고 보아 문제 삼지 않았다. 따라서 단기간에 특정한 시각에서 지도자를 평가하는 것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 문화혁명으로 중국을 파괴하고 퇴보시킨 모택동도 등소평에 의하여 공칠과삼(功七過三)으로 평가되었다. 일본에는 근대화시대의 백대 영웅이 있다. 메이지유신을 반대한 측도 이를 진압한 편도 모두 영웅으로 평가된다. 그들이 모두 부국강병이라는 대의를 내세운 만큼 방법론상의 이견은 달라도 높이 평가한다는 것이다. 패망한 조선왕조와 친일파는 비판받아야 하고 그 대가로 왕조국가는 막을 내렸다. 그러나 성공한 대한민국 정부의 역대 지도자들에게서 옥에 티만 찾는다면 무슨 긍정적인 에너지를 얻을 수 있을까. 역대 정부마다 나름대로 장점이 크기에 대한민국은 세계인이 부러워하는 기적을 이룬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에서는 혼잡한 영화관에서 불이야 라고 외치는 사람이 많다. 또한 이를 외치지 않으면 문제의식도 떨어지고 애국심도 부족한 것이 아닌가 의심받는다. 그러나 팔을 걷어붙이고 문제 해결에 힘을 보태겠다는 사람은 잘 보이지 않는다. 대한민국호는 너무나 크고 복잡다양해서 지도자 한 사람의 혜안에 의해 풀어나갈 구조도 아니다. 또한 현대의 선거는 인품 도덕성 판단능력 전문지식 모두를 가진 사람을 평가하는 척도라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우리의 문제를 쾌도난마처럼 처리해줄 철인지도자는 오기 어렵다. 따라서 대통령 행정 입법 사법부 모두가 자기가 맡은 바 일을 제대로 하여야 한다. 또한 분권과 협치의 시대에 필요한 시스템을 잘 만들고 언론 NGO 시민 스스로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해야 진짜 선진국이 된다. 성공하는 정부는 결국 국민이 함께 참여하여 만들어가는 것이다. 매번 차기 지도자 대망론만 외치기보다 건설적으로 비판하고 능동적으로 참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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