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까마귀
긴 울음을 남기고
지평선을 넘어갔다.
사방은 고요하다!
오늘 하루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넋이여, 그 나라의 무덤은 평안한가.
▲ 장현승 / 시인. 아호는 다형(茶兄). 1913년 평양 출생, 전남 광주에서 성장, 1975년 별세. 1934년《동아일보》에 「쓸쓸한 겨울 저녁이 올 때」를 발표하며 등단. 조선대·숭전대 교수, 한국문협 부이사장 등 역임. 시집 『김현승시초』·『옹호자의 노래』외. 전남문화상·서울시문화상 등 수상.
시의산책로-지평선에서 사라진 산 까마귀, 그리고 이어지는 고요, 이보다 더한 적막이 어디 있을까. 죽음을 예감한 시인이 죽음 직전에 토로한 생(生)과 사(死). 이미 시인은 생사를 넘나들며 유영(遊泳)하고 있어서 그 경계를 구분하는 일은 의미가 없다. 시인은 죽음 저편의 세계에 대해 담담히 묻는다. 그렇다, 생과 사의 근원은 애초에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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