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이틀 동안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행정고시 후배 공무원들을 멘토링할 기회를 가졌다. 행정고시 27회 출신인 필자로서는 31년 후배에 대한 교육이라 설렘과 함께 무슨 이야기를 할 것인지 고민도 하였다. 초롱초롱한 후배들을 보면서 30년 전의 추억과 함께 우리나라의 장래를 같이 고민하고 토론하였다. 변화하는 시대 환경에 맞추어 21세기 대한민국의 장래를 짊어질 공직자의 소명에 대하여 당부하였다. 먼저 필자는 군사정권이 한창이던 1984년에 사무관으로서 공직을 시작하였다. 당시는 절대 권력에 대한 괘씸죄로 재벌이 공중 분해되던 시절이었고 행정부가 경제사회 전반을 계획하고 시행하였다 . ‘나를 따르라(Follow me)’는 구호가 일상화되어있어서 처우는 열악해도 공무원 하기는 쉬운 편이었다. 통행금지도 있고 주요 물가를 통제하던 시절이었다. 곧 이어 문민정부 등 민주화정권에서는 대체로 ‘같이 가자(Go together)’는 형태의 리더십이었다. 비록 삼성 이건희 회장이 ‘경제는 일류 행정은 이류 정치는 삼류’라고 하여 대통령의 진노를 샀지만 바른 지적이었다. 노무현 정부를 지나면서 정부의 리더십이나 권위는 바닥이다. 중소기업 비정규직 취약분야에서는 정부의 지원을 요구하지만 대기업 등 잘 나가는 분야에서는 쓸데없이 ‘방해하지 마라(Don`t disturb)’는 목소리도 자주 나온다. 그리고 세월호 사건 이후에는 공무원에게 모든 책임을 물어 이른바 관피아 취업금지까지 시행중이다. 그렇다면 정말로 공직자가 평범한 샐러리맨으로 몸보신하여도 대한민국이 세계의 중심국가로 커나갈 수 있는가. 필자의 생각은 공직자들의 역할이 여전히 중차대하고 국가발전의 핵심 요소라는 것이다. 외국의 사례를 들어본다. 고용노동부 국장으로 재직하던 2010년 외교안보연구원 연수과정에서 이집트를 방문하였다. 이집트 가자에서 피라미드를 보고 룩소르에서 카르낙 신전과 왕들의 계곡을 답사하였다. 수천년 전에 건축된 찬란한 왕조시대의 어마어마한 규모의 유적에 감탄하였다. 로마문명을 유럽의 으뜸이라고 하지만 규모와 연대성 면에서 이집트 유적에는 단연 으뜸이다. 한편 유적지에서 ‘원 달러’를 외치면서 조악한 물건을 파는 주민들을 바라보면서 문명이 저렇게 처참하게 퇴보하기도 한다는 것을 절감하였다. 유럽 문명의 원조이던 그리스도 근대에 들어 국가 도산이 여러 번 있었다. 고질적인 부패와 분수에 넘치는 복지 줄줄 새는 세금 등 총체적 난맥상이다. EU의 개혁안에 반대만 하였지 살림을 줄이거나 국채보상운동 금반지 모으기 등 자구노력을 하겠다는 자존심은 보이지 않는다. 그리스인 개개인은 근로시간이 긴 편인데 정부와 지도층들의 포플리즘이 국민들을 분열시키고 나라를 저리 만든 것이다. 반면 청일전쟁 전까지 세계 GDP의 40%를 점하던 중국은 공산혁명 이후 문화혁명 등으로 종이호랑이로 전락하였다. 그러나 등소평 이후의 개혁 개방과 중국지도자들의 혜안과 리더십이 중국을 ‘세계의 중심국가’라는 원래의 위치로 되돌리고 있다.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를 만들고 미국과 태평양을 양분하려고 한다. 나아가 그리스 중앙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등에 지원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한국은 건국의 아버지 이승만과 경제발전의 박정희라는 걸출한 지도자를 만나 경이적인 성장을 이루었다. 그러나 이제 경제발전과 민주화 이후를 이끌어갈 정치적 리더십도 보이지 않고 공직자의 자긍심과 사기는 바닥이다. 국민들의 평가도 매섭고 정치권 NGO 등으로부터도 고도성장에 따른 부실과 폐해의 주범으로 몰리고 있다. 한편 공무원 동기이자 동갑내기인 최두영 지방행정연수원장이 연수공무원들의 사고에 대한 책임감으로 중국에서 유명을 달리하였다. 세상살이에 어느 자리이든 늘 권한보다 책임이 더 크고 공직이란 자기가 하지 않는 일에도 책임을 지는 경우가 왕왕 생긴다. 그래도 반드시 법적인 책임을 져야 할 것도 아닌데 하는 측면에서 안타까움도 크다. 그러나 온 국민의 살림살이도 팍팍하고 난제 해결을 위한 리더십도 보이지 않는 상황 하에서 공인이 책임을 진다는 자세는 평가하고 싶다. 국민의 바람이 다양하고 기대수준이 높은 만큼 공직자가 일을 잘 해나가기도 어렵고 평가를 잘 받기는 더욱 어렵다. 그래도 세계의 중심국가로 거듭나기 위하여 공직자가 마음가짐을 다시 하고 환골탈태하여야 한다. 공직자들이 중심을 잃고 무사안일 복지부동 인기영합으로 나아간다면 그리스 같은 사태가 다시 나지 말라는 법도 없다. 공직자는 무겁고 힘든 업무 수행 그 자체를 갑질이라는 보는 국민의 시각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공직자가 보상체계가 미흡하고 사회의 평가도 낮다고 불평하여서는 안된다. 19세기 사대부의 나라에서 21세기 선진 민주국가가 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때로는 시민이 잘 따르지도 않으면서 불합리하게 공무원을 비판하지만 모두 대한민국호가 잘되기 위한 애정을 가지고 있다. IMF 경제 위기 당시 장롱 속의 금반지를 내놓던 국민들이다. 해외 부동산을 사고 도피 이민을 가는 국민이 아니지 않는가. 다원화된 사회에서 국민의 욕구를 현장 밑바닥에서 발로 뛰면서 파악 해결하려는 따뜻한 마음으로 임해야 한다. 그리고 전문성을 배양하기 위해 불철주야 공부해야 시대변화에 낙오되지 않는다. 비록 국가사회를 선도하는 시대는 지났지만 그래도 공직 사회가 겸허한 자세로 국가발전의 밑거름이 되기를 빌면서 공직자의 분발을 기대하고 성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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