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북도 칠곡군에는 높이 303m의 자고산이 있다. 먼 옛날 자고라는 새가 살았다 해서 자고산이라고 부르며 일명 작오산(鵲烏山)이라고도 하는 이 산은 6ㆍ25전쟁 때 유엔군과 북한군 사이에 격렬한 전투가 벌어졌던 곳으로, 한국현대사의 깊은 상흔이 서려 있는 곳이다. 그 중에서도 303고지는 6.25전쟁에 참전한 미군 포로 42명이 학살된 곳이기도 하다. 자고산 정상 303고지 한미전몰장병 추모비에는 “이 303고지 전투에서 산화한 미군장병들의 고귀한 희생을 우리는 결코 잊지 않을 것입니다”라는 비문이 적혀있고, 매년 6월이 되면 만나본 적도 없는 국민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쳐 싸우다가 산화하신 그 분들의 희생을 기리기 위해 추모식을 거행한다. 다가오는 27일은 정전(停戰)협정 62주년이 되는 날이다. 대한민국의 영토와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한 유엔참전용사의 희생과 공헌을 기리기 위해 정부에서는 2013년에 6.25전쟁 정전협정일인 7월 27일을 ‘유엔군 참전의 날’로 제정하고, 매년 정부차원의 기념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65년 전 시작된 끔찍한 동족간의 전쟁 중에 우리나라를 지원하기 위해 미국을 포함한 21개국, 연 인원 180여만 명이 참전했다. 이 중 4만 896명이라는 수많은 희생자가 발생했고 그 모든 희생은 1953년 7월 27일 국제연합군과 북한군, 중국인민지원군 사이에 맺은 ‘한국 군사정전에 관한 협정’으로 비로소 끝이 났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여전히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에서 살고 있다. 그 생활에 너무 익숙한 나머지 항상 잊고 지내는 중요한 사실은 우리의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전협정이나 불가침협정은 전쟁을 막아주지 않는다. 대표적인 것이 42년 전의 ‘베트남 평화협정’이다. 남ㆍ북 베트남과 미국은 1973년 1월 27일 파리에서 평화협정을 체결했지만 그로부터 2년 뒤 베트남은 공산화됐다. 북한의 도발을 막을 억지력, 유사시 수십 배의 응징을 할 수 있는 의지와 능력만이 자유와 평화를 지켜준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된다. 북한군 남침으로 6ㆍ25전쟁이 발발했고, 유엔군 참전으로 침략군을 물리쳤다는 역사적 사실과 전쟁의 참상을 전 후 세대들에게 널리 알리는 일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역사를 제대로 알아야 과거의 오류를 반복하지 않고 보다 나은 미래를 설계할 수 있다. ‘보훈(報勳)’이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는 ‘공훈에 보답하다’이다. 저 유명한 링컨의 게티즈버그 연설 역시 ‘살아남은 자’의 의무를 강조하며, 조국을 위해 희생한 이들의 헌신을 결코 잊지 말아야 함을 역설했다. 국가의 부름을 받아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나라, 만나본 적도 없는 국민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쳐 싸운 유엔참전용사의 의로운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우리 후손들의 책무는 무엇인지를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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