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가공무역이 국가 경제의 중심축을 차지하고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무역이라고 하면 눈에 보이는 무언가를 만들어내서 팔아야 한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시대가 변하면서 눈에 보이지 않는 기술이나 정보, 경험의 가치가 더 커지고 있다. 수출이란, 상대의 수요가 존재하기 때문에 우리가 원하는 것을 수출한다는 개념보다 상대가 원하는 것을 수출한다는 개념이 더 적절하다. 우리는 잘 모르지만, 개발도상국들이 우리가 수출해주길 원하는 고부가가치 기술이 있다. 원자력 운영 노하우다. 원전수출이라 함은 단순히 원자로라는 거대한 기계뿐 아니라, 원전 운영 교육, 노하우 컨설팅, 연료 수급 및 처리 등 파생 사업분야가 다양한데, 그 가치가 과소평가되고 있고, 단순히 계약금액만으로 모든 것이 표현되는 것 같아 안타까움을 감출 수 없다. 한국의 공기업인 한국수력원자력은 원전 운영 부문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회사이고, 원전운영뿐 아니라, 원전과 관련된 여러 기술과 교육 수준도 우수하다. 최첨단 과학기술이면서 모든 국가에 필요한 전력기반시설인 원자력 발전소의 운영 노하우와 인력 교육 프로그램을 원하는 국가는 많다. 공산주의 국가임에도 한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있고, 국민 평균 연령이 매우 낮아서 젊은이들의 나라라고 불리는 베트남. 베트남의 경제는 젊고 풍부한 인력을 바탕으로 하여 고속 성장하고 있다. 전형적인 개발도상국의 경제성장 전철을 밟아 나가는 베트남은 공업의 발달로 인해 전력수요가 급격히 증가하였다. 2009년 베트남 의회는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승인했고, 2004년부터 원전 전문가 양성을 위해 러시아와 프랑스에 자국 인재를 교육 보냈으나, 단기간에 전문가 양성이 어려운 만큼 외국전문가에 대한 조언이 필요하다. 한국은 일본에 이은 제2의 원조 공여국으로 그동안 농촌개발이나 인프라개발 등 하드웨어 위주의 지원만 하였으나, 원전운영 노하우 및 전문인력 교육 같은 고부가가치의 소프트웨어 지원에 관한 협의 중이다. UAE처럼 원전과 교육을 모두 계약하는 경우도 있지만, 다른 기업이 원전을 수출하더라도 교육과 운영은 한국수력원자력이 맡을 수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이 오랜 기간동안 안정적으로 수십기의 원자력을 운영해온 경험과 실적은 그 어떤 제품설명서보다 확실한 신뢰를 줄 수 있다. 베트남뿐이 아니다. 루마니아, 슬로바키아같은 동유럽국가들은 물론, 원자력 발전을 생각하는 모든 나라가 그 대상이다. 원전 수출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고, 이를 지원해줄 수 있는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그리고 하나 더, 후쿠시마 이후 대한민국에 퍼진 원자력 공포감과 원전 비리 등으로 추락한 이미지를 쇄신할 노력이 필요하다. 자국민이 부정하는 원자력 기술을 타국에서 반길 리 없다. 부정적인 이미지 때문에 전 세계 원자력 소프트웨어 시장을 놓친다는 것은 국익에 반하는 일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의 적극적인 이미지 개선 노력과 국민의 신뢰가 함께 할 때, 원자력 수출은 다양한 모습으로 변화할 수 있는 계기를 맞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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