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가 복잡 다분화 세분화 되면서 사이비한 것들이 너무도 많아졌다. 옛날에는 10년-20년이 걸리던 변화가 며칠사이에 일어나다보니 과연 요즘은 초스피드한 세상에 살고 있다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그렇다 보니 사이비 한 것들 또한 다분화 세분화되어 그 이면을 유심히 살펴보지 않으면 그럴듯하게 포장된 사이비를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전국시대 성인으로 불리던 맹자에게 제자 만장이 물었다. “모든 사람들이 다 훌륭한 사람이라고 칭찬한다면 그런 사람은 어디를 가든 훌륭한 사람이라 생각됩니다. 그런데 공자께서는 왜 향원(지방의 토호)은 덕을 해치는 도둑” 이라고 말씀하셨을까요? 이에 맹자는 “그들을 비난하려해도 들어서 비난할 것이 없고 공격하려해도 공격할 구실이 없어서 세속에 아첨하고 더러는 세상에 합류한다. 또 집에 있으면 충심과 신의가 있는척하고 나아가 행하면 청렴결백한척 한다. 그래서 사람들이 다 좋아하고 스스로도 옳다고 생각하지만 그들과는 더불어 요순의 도에 들어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공자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말 잘하는 것을 미워하는 것은 신의를 혼란시킬까 두려워서이고 또한 향원을 미워하는 것은 그들이 덕을 혼란시킬까 두려워서이다’라고” 말씀하셨다.
우리말 사전에는 사이비를 겉은 제법 비슷하나 속이 겉과 다른 것, 진짜같이 보이나 실은 가짜인 것, 선량해 보이나 실은 악질적인 것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지난 22일자 모 중앙지의 기사를 한번 눈여겨보면 ‘경선 조작해놓고 버티는 이정희…야권연대 흔들’ ‘인산염에 담근 오징어 1000마리 유통’ ‘고리1호기비상발전기 고장 숨겨 조작’ ‘공천취소된 이봉화, 청와대 레이디가 민 인물’ ‘문재인 “비례 2번드리죠,…안철수” 부담스럽다’ ‘여론조작 사과는 없이…이정희 “숫자얼마 안된다”’ ‘여직원 성추행 연루된 사람이 야권단일후보’ ‘보이지 않는 손이 공천 흔들어’ ‘진경락 총리실 민간인 사찰 폭로’ ‘ ‘묻지마 트위터’ 김미화의 모호한 사과’ 등 뒤집어 보아야 할 것들이 수 없이 많다. 중요 사회부 기사로는 ‘버티다 버티다, 70시간만에 사퇴한 통합진보당 이정희 공동대표가 초선후보등록 시한을 3시간 앞두고 23일 오후3시 국회 기자회견장에 나타나 사퇴를 발표했다.
지난 주말에 실시된 서울관악을 야권후보 단일화 여론조사 경선에서 자신의 보좌관이 연령조작을 지시한 사건이 들어난 이후 이대표는 안팍에서 후보 사퇴압력을 받아왔다. 그러나 이날 오전까지는 “오후에 총선후보등록을 하겠다”고 했었다. 이대표는 총선출마자는 장애ㆍ성평등 교육을 이수해야한다는 통합진보당 당헌에 따라 이날 오전 두 시간 동안 교육을 받았다. 그랬던 이대표였지만 결국 막판에 후보사퇴를 결심했다. 당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나도 3분전에 알았다”며, 이대표가 전적으로 홀로내린 결단이라고 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애써 만들어온 통합과 연대의 길이 저로 인해 혼란에 빠졌다. 몸을 부숴서라도 책임지는 것이 마땅하다”며 후보사퇴를 선언했다. 여론조사 조작 사실이 확인된 지 약 70시간 만이다. 그런데 그가 속한 계파인 ‘경기동부연합’을 그가 모른다고 말 해 후보사퇴에도 불구하고 그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경기동부연합’은 알려지지 않은(?) 단체다’
지역의 포항시 남ㆍ북구 선거관리위원회는 지역후보들의 종합홍보 팸플릿에 공직선거관리규칙 제47조에 위배한 것은 있었는지 홍보물 전량을 수거해 조사를 치밀하게 해야 한다. 또한 포항시가 구조조정을 위한 명분으로 지난달 조직개편을 단행한 지난 인사에서 행여 눈 가리고 아웅하는 편의주의적인 행정은 있었는지 유심히 살펴보아야 할 때다. 각종 기구개편에서 감축요인을 용케도 피해가기 위한 궁여지책의 묘책은 없었는지? 경비절감과 시정효율을 높이기 위해 거품빼기로 시행되는 정책 개혁 프로그램에 일선 단체장들이 그런 것 같이 하면서도 사실은 그러하지 못한 행태는 없었는지 살펴봐야 한다. 만에 하나 그러했다면 이 모든 것이 사이비 한 것이다.
총선, 대선이 눈앞에 다가오고 있다. 우리 주변에 사이비한 국회의원 출마자가 없는지? 아니면 같은 당이라 하여, 친구라 하여, 동향이라 하여, 권한을 교묘히 활용하는 사이비한 단체장은 없는지? 한술 더 떠 이해 따라 덩달아 권력에 줄을 되고 양심을 파는 사이비한 향원이나 도의원 시의원은 없는지? 우리 모두 감시자가 되어 눈을 크게 뜨고 살펴야 할 것이다. 사이비한 것이 발을 붙이지 못할 때만이 건전한 민주질서가 확립되고 아름다운 민주사회가 찾아오게 된다.
배동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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