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체류하는 다문화가족은 법무부의 2014년 통계에 따르면 25만2천574명이며 다문화가정 자녀는 20만4천204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포항시 다문화가정은 올 상반기 기준 1천8백여 세대와 다문화가족 자녀 1천770여 명으로 점점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이처럼 포항지역도 여성결혼이민자들이 늘어나면서 본격적인 다문화 사회에 진입하고 있다. 창간 10주년을 맞이한 경상매일신문은 지역에 거주하는 베트남 출신의 결혼이민여성 가오티 로안씨와 중국 출신의 다문화가정 자녀 김예미 양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한국에 와서 살게 된 것을 행운이라 생각해요” 첫번째 만난 사람 베트남에서 온 로안 씨 “삶 자체가 행복해요. 배울 것도 많고 하고싶은 것도 많아요. 한국에 와서 살게 된 것을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2006년 남편 조운래(52)씨와 국제결혼에 골인한 후 10년째 행복한 결혼생활을 꾸려가고 있는 가오티 로안(35)씨. 수줍은 얼굴로 입가에 미소를 가득 담은 그녀는 정확한 한국어 발음으로 한국생활 10년차 평범한 주부로서의 삶을 이야기 했다. 그녀는 시댁의 사랑을 독차지하며 남편에게는 더 없이 살뜰한 아내로, 딸에게는 자애로운 어머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그녀의 결혼 생활이 마냥 행복한 것은 아니었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 한국어가 어려워 의사소통이 힘들었어요. 혼자서는 밖에 나가지 못해 외로움에 연신 눈물만 흘렸죠. 친구도 없고 더욱이 부모 형제와 떨어져 향수병에 시달리며 한국에 시집온 것을 후회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로안씨 얼굴에 다시 웃음 꽃이 핀건 남편 운래씨의 노력 덕분이었다. 운래씨는 고향이 그리워 눈물로 지내는 아내를 위해 2차례씩이나 베트남을 방문해 향수병을 달래주는가 하면 베트남에 사는 로안씨의 어머니를 한국으로 모셔와 2년동안 함께 사는 등 부인을 위해 세심한 배려와 사랑을 아끼지 않았다. 또한 임신으로 입맛을 잃은 로안씨를 위해 베트남 출신 다문화가족을 찾아 직접 요리를 배우기도 했다. 부부는 다양한 봉사활동에 참여해 새로운 인연을 만들며 땀흘리는 봉사의 기쁨도 함께 누렸다. 운래씨의 노력은 계속 됐다. 아내와 같은 다문화 여성들의 어려움을 함께 극복하기 위해 포항에서는 처음으로 ‘다문화가족 협의회’를 창설해 다문화 가정의 갈등 해결 등 그들의 안정적인 적응을 위해 한밤중에 걸려오는 전화도 마다하지 않고 뛰어 다녔다. 그 결과 운래씨는 다문화가족의 사회통합에 이바지한 업적으로 지난 2010년 백희영 여성가족부 장관 표창장과 김관용 경북도지사 위촉장을 받기도 했다. 이러한 남편의 열성적인 외조에 탄력을 받은 로안씨는 원동기면허와 자동차면허 등 다양한 자격증을 취득하고 하고 최근에는 김혜리로 이름을 개명해 야심찬 사회 진출을 꿈꾸고 있다. 네일아트에 특별한 관심을 가진 그녀는 조만간 다문화센터의 전문적인 교육을 통해 자격증을 취득해 로안씨만의 개성 가득한 네일샵을 꾸리기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곳 한국은 제2의 고향입니다. 저의 두번째 고향에서 가지게 된 꿈을 꼭 이뤄 당당한 한국사회의 일원이 될것입니다” 지난 10년간 사랑으로 서로를 보듬어온 조운래ㆍ로안씨 그리고 이들의 사랑의 결실인 예린양. 이 가족이 함께 그려나갈 앞으로의 더 행복한 삶이 기대된다. “엄마 나라·아빠 나라 한몸에…특별하고 소중해” 두번째 만난 사람 다문화 가정 자녀 예미 양 “세계 최고의 디지털 기술을 가진 아버지의 나라 ‘한국’과 대륙의 찬란한 역사와 문화를 가진 어머니의 나라 ‘중국’의 피가 한몸에 흐르기 때문에 더욱 특별하고 소중하다고 생각합니다” 차세대 외교관을 꿈꾸는 포항청림초등학교 김예미(10) 양은 한국인 아버지와 중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다문화가정 자녀다. 야무진 꿈만큼 외국어 배움에 적극적인 예미 양은 영어를 비롯한 중국어, 일어에 관심이 많아 앞으로 한국을 이끌어갈 소중한 보물이자 미래의 꿈나무다. 자상하면서도 엄격한 아버지와 긍정적인 성격의 소유자인 어머니의 장점만을 쏙 빼닮고 화목한 가정에서 자란 예미 양은 똑 부러지는 말투와 영특한 두뇌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한국어와 중국어로 유창하게 대화할 수 있어 교사들은 물론 전교 학생들의 선망의 눈길을 받고 있는 예미 양은 지난해 10월 교육부의 주최로 진행된 ‘제2회 한국다문화학생 이중언어 말하기대회’에서 최고 패인 금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다. 밝고 쾌할한 성격으로 친구들에게 인기가 많은 예미양은 인기만큼이나 별명도 여러가지다. 선생님들에겐 항상 예의바르고 인사 잘하는 ‘모범학생’으로 불리기도 하며 수업시간에 준비물을 가져오지 못한 친구들에게 자신의 것을 나눠주는 등 오히려 주변 사람들을 챙기는 마음도 ‘천사표’다. 특히 국어시간에는 시낭송을 비롯한 동화 구연에 자신의 감정을 끌어내 보는 이로 하여금 탄성을 자아내게 만드는 등 친구들 사이에서 ‘시인’이라는 별명도 붙었다. 수업시간에는 무서운 집중력과 열정으로 학업에도 소홀하지 않아 ‘무결점’이라는 말이 잘 어울릴 정도로 다재다능 하다. 최근에는 피아노와 플롯 등 악기 연주에 푹 빠져 자기의 재능을 찾아가면서 더없이 행복해하는 김예미 학생은 “오히려 다문화가정에서 자란 것이 행운이다”고 말하는 긍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예미 양에게 다문화가정 자녀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묻자 “부모님이 외국 사람이라고 부끄러워 하지 말고 부모님의 나라 장점을 모두 갖춰 바르게 성장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당당하게 살아가자”고 당차게 대답했다. 1시간 가량 예미 양과 인터뷰를 하며 느낀 점은 모범학생 곁에는 그에 못지않은 훌륭한 부모와 스승이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예미 양이 다니고 있는 포항청림초등학교는 전교생 240명 중 9명의 다문화 자녀들이 공부하고 있다. 학교는 매년 5월과 10월 두차례 일주일간을 ‘다문화교육 주간’으로 정하고 전교생을 대상으로 여러가지 외국문화에 대한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다문화 가정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힘쓰고 있는 전종숙 교장은 “예미뿐만 아닌 다른 다문화가정 자녀들에게도 용기와 믿음을 주고 싶다”며 “학교생활과 사회생활에서도 타인의 모범이 될수 있는 멋진 인재로 육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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