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매일신문=강동진기자] 경북 포항에서 시커먼 흑연 제품 하나로 세계 최고의 기업을 꿈꾸는 외국계 기업이 있어 화제다.
화제의 회사는 ‘이비덴 그라파이트 코리아(주)’ (Ibiden Graphite Korea. 대표이사 일본인, 토마츠 치하루).
현재 포항지역에는 약 2천여 개의 기업이 있으나 외국인이 자본금 전액을 투자한 기업은 두 곳 뿐이다.
그 중에서 성공적으로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기업은 ‘이비덴 그라파이트 코리아(주)’다.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영일만산단 외국인전용단지 내에 터전을 잡은 본사와 공장을 방문해 관계자로부터 포항 투자 동기와 그간의 진행 상황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봤다.
이 회사와 공장 내에서는 휴대폰을 사용할 수 없으며 혼자서 공장이나 회사를 관람하는 것은 금기사항이다.
관계자의 설명에 의하면 고도의 기술과 첨단 장비 및 설비 등이 많아 경쟁사들의 표적이 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
이비덴 코리아는 포항시 흥해읍 영일만1산단 내 외국인전용단지에 최초로 들어선 1호 투자기업인 셈이다.
특히 이 회사는 모기업 일본 이비덴 그룹(회장 이와타 요시후미)에서 자금 전액을 투자해 지난 2011년 9월 포항에 본사 주소지를 두고 설립한 회사로서 포항지역에선 보기 드물게 일본인이 거액을 투자한 기업이다.
이 회사 이름은 생소하지만 영어(Ibiden Graphite Korea)를 풀어보면 일본의 이비덴그룹이 등방성 흑연 (그라파이트)을 생산하기 위해 한국에 투자한 회사란 것을 알 수 있다.
일본 이비덴 그룹은 전 세계의 종업원 수 1만2천여 명에 연간 3조 원의 매출을 올리는 일본서 알아주는 대기업이다.
이비덴은 주로 전자제품의 pcb기판, 디젤 차량의 매연저감 필터 산업에선 세계시장에서 선두를 달리는 초일류기업이다.
최고 제품만을 고집하는 ‘이와타 요시후미’ 이비덴 그룹회장은 포항지역 투자 결정에 대해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경상북도와 포항시 공무원들의 정성에 감탄해 투자를 결정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이 회사는 21세기 꿈의 소재라고 불리는 인공흑연의 일종인 등방성 흑연(그라파이트. 성분 탄소=C) 생산기지 건설을 완료하고 본격적으로 그라파이트를 생산하고 있다.
이 회사는 등방성 흑연 제조업체 가운데 기술에선 세계적인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최고 경영진의 결정에 따라 이비덴그룹은 지난 2012년 포항 외국인전용공단 투자를 결정하고, 이비덴 그라파이트 코리아(주)(이비덴 코리아, 약자 IGK) 설립 후 곧 바로 공장 건설에 착수했다.
이비덴은 부지면적 10만475㎡에 총 2천억 원을 투자해 지난 2012년 5월 착공, 2013년 2월 건물을 준공했다.
공장건물 준공 후 2013년 11월 그라파이트 생산시설 설치를 완료함에 따라 2014년 1월부터 본격적으로 그라파이트 생산을 시작했다.
그라파이트는 1천℃에서 1차 가공을 한 후 섭씨 3천℃에서 2차 가공을 해서 나온 카본 제품이다.
등방성 흑연의 제조 공장을 살펴보면 ▲원료, 코크스 석탄 석유 피치 →1차 분쇄, 코크스분쇄 (약 10㎛로 분쇄) → 혼합, 코크수스와 피치 혼합 200~300℃ 정도 → 2차 분쇄, 혼합품 분쇄(약 10㎛로 분쇄) → 성형, 원료 가루를 성형기로 제작 (100㎫ 정정도 가압) 이런 공정을 거치면 고밀도 등방성 흑연이 생산된다.
이렇게 제조된 그라파이트는 지구상에서 가장 높은 온도(3천℃)에서도 견딜 수 있는 주요 산업물질이 된다.
이런 탄소소재(흑연)는 무게는 알루미늄의 1/4이면서 강도는 철의 10배 이상되는 소재로 반도체, 자동차, 항공기, 태양광전지, 풍력발전기, 조선 등의 핵심소재로서 그 활용도가 해마다 증대되고 있다.
즉, 그라파이트는 ▲내마모성이 강하다 ▲가공속도가 빠르다 ▲기계 가공성 좋다 ▲가볍다 ▲내열성이 좋다 ▲열팽창계수가 작다 ▲접착이 가능하다 ▲표면다듬질이 쉽다 등 소재로서 엄청난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이와 같은 여러 가지 특장을 가지고 있는 그라파이트는 전 세계에서 6개 회사만이 생산을 하고 있다.
이비덴의 포항공장이 가동되기 전까지 우리나라에서는 기술력 부족 등으로 그라파이트를 생산하지 못했으며 연간 국내 소비량 2천여톤 전량을 수입에 의존했었다.
이 회사 공장에서는 월간 6~70톤을 생산할 수 있으나 세계 경기 불황 등으로 흑연 수요가 크게 감소해 현재 20~30여 톤을 생산, 판매하고 있다.
일본 이비덴은 1912년 지역 경제 진흥을 위한 발전사업 회사 ‘이비카와(이비강)전력회사’로 창립된 이래 100년간 지역사회와 함께 발전해 온 회사로 세계 각지에서 소재 사업을 하고 있다.
특히 이비덴 그룹은 전 세계에 공장과 사업장을 두고 현지인들과 함께 공존하고 상생하는 현지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비덴 그룹의 임직원들은 세계 어디에 있건 일본 본사 이비덴 그룹과 같은 경영이념을 실천하며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함을 기업문화로 정착시켜 나가고 있다.
그동안 공장건설에 매진해온 초대 사장은 임무를 마치고 일본으로 복귀했다. 지난 4월 이비덴 그룹의 해외파 실력자로 알려진 ‘토마츠치하루’(53)씨가 2대 사장으로 부임하면서 회사와 현장의 분위기는 더욱 활기를 띄고 있다는 게 포항공장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 회사 직원들은 늘 환경을 중시하는 기업문화로 주변 자연환경 정리 및 청소는 물론 안전활동을 매월 전사적으로 펼치고 있다.
이비덴 포항공장 관계자는 “포항에선 일본어를 잘하는 흑연 관련 전문엔지니어를 구할 수 없는 게 좀 회사로선 약간 불편하나 포스코와 포스텍, 한동대 등의 영향으로 생활수준도 높고, KTX 개통으로 전혀 불편을 느끼지 못했다”라며 “외국기업이 투자를 해도 문제가 안 되는 도시”라고 말했다.
21세기 꿈의 소재 그라파이트를 생산하는 일본계 기업이 포항에서 뿌리를 잘 내려 기업으로서 성공도 하고 한일 관계 개선에도 큰 기여를 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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