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매일신문=류길호기자] “못살겠다 갈아보자”, “구관이 명관이다”
총선때마다 흘러나오는 전용 레퍼토리다.
하지만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쌓이면 쌓일수록 ‘새피 수혈’에 대한 기대는 한껏 부풀어 오른다. 기존 정치인에 대한 불만과 신진인사에 대한 기대가 확산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지난 19대 총선 당시 대구지역은 국회의원 12명 가운데 과반인 7명이 초선으로 바뀌었다. 경북지역은 15명 가운데 4명이 초선으로 바뀌었다. 경북지역의 경우 18대 총선에서는 15명 가운데 6명(재선거로 등원한 정수성의원 포함)이 초선이었다.
물론 18대, 19대 총선 당시 새누리당은 대구ㆍ경북지역에 대해 전략공천이라는 칼질을 통해 대다수 3선 이상 중진들을 몰아냈다.
이 때문에 발생한 중진 기근 현상으로 대구ㆍ경북은 부산ㆍ경남지역에 정치적으로 대부분 완패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국회 예결위원장 선출이다. 주호영 의원은 초반 정책위의장을 맡으면서 19대 국회 마지막 예결위원장을 맡기로 내정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윤리특위위원장을 맡았던 경남의 김재경의원이 예결위원장을 맡겠다고 나서면서 한 치 양보없는 싸움이 벌어지게 됐다. 결국 주 의원이 양보하면서 내년 국비 예산의 키를 쥐고 있는 예결위원장을 경남에 빼앗겼다.
중진 기근 현상은 전ㆍ후반기 국회의장을 선출할 때 여실히 나타났다.
대구경북 출신 정치인 중에 국회의장 후보가 없어 먼 산 처다보듯 구경꾼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19대 총선 당시 4선 이상 국회의원의 씨를 모조리 말렸기 때문이다. 대구지역 박종근 전 의원이 19대 국회에 입성해 5선이 됐다면 국회의장을 맡을 수 도 있었다.
이로 인해 19대 국회 전반기에 4선 출신의 이병석 의원이 국회부의장을 맡았고, 이한구 의원이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맡았다.
정치권의 속설로 국회의장 지역구로는 예산이 3천억 원 정도 내려가고, 국회부의장 지역구로는 1천500억 원 정도 내려간다는 이야기가 있다. 예결위원장도 지역구에 필요한 예산은 부족함 없이 챙겨갈 수 있다.
정치권 실세지역이나 중진지역에 국비 예산이 한 푼이라도 더 내려가는 것은 소위 ‘힘’이 있기 때문이다.
즉, 당이나 국회 고위직을 맡으면 지역구에 국비 예산이 넝쿨째 굴러들어오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정치권은 계급사회다. 아무나 국회 고위직이나 당대표 등 당 고위직을 맡을 수는 없다. 즉, 국회는 선수(選數)가 계급장이다.
지난 18대 국회 당시 이상득 국회의원은 선수나 나이가 제일 고참이어서 국회의장 1순위였지만, 이명박 대통령 친형이라는 이유로 국회의장직 출마를 포기한 바 있다.
현재 대구ㆍ경북지역 정치권의 가장 높은 선수는 4선으로 이병석ㆍ이한구 의원 두 명뿐이다. 이한구 의원은 이미 20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해 내년 총선에 5선으로 도전하는 인사는 오직 이병석 의원뿐이다.
현재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병석 의원이 5선이 된다면 대구ㆍ경북은 국회의장 출마 선수를 한 명 확보하게 되는 셈이다. 이 의원도 5선으로 당선돼서 국회의장직에 도전하겠다는 뜻을 공공연하게 밝히고 있다.
4선에 도전하는 3선 출신의원은 김태환ㆍ장윤석ㆍ정희수ㆍ최경환(이상 경북), 서상기ㆍ유승민ㆍ주호영(이상 대구) 의원 등이다.
이들 3선 출신 의원들은 모두 상임위원장을 맡았거나 맡고 있다. 유승민의원은 전반기에는 국방위원장을 맡았고, 최근에는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맡아 국회운영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재선 당시에는 대구ㆍ경북 대표선수로 전당대회에 출마해 최고위원에 당선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유의원은 국회법 개정안 때문에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사퇴했지만 오히려 김무성 대표를 제치고 여권 대선후보 지지율 1위를 기록하는 등 최근 상종가를 올리고 있다.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된다면 여권의 차기 대선후보가 되는 것도 시간문제인 상황이다. 만약 유 의원이 새누리당 대선후보로 출마해 당선될 경우 대구ㆍ경북지역은 이명박정부와 박근혜정부에 이어 세 번 연속 정권을 탄생시키는 대기록을 세우게 된다.
이러한 가운데 4선으로 당선되면 보통 국회부의장이나 당대표, 원내대표, 최고위원, 사무총장 등 지도부에 입성해 중추적 역할을 할 수 있게 된다.
2016년 4월 총선이 9개월도 채 남지 않았다. 지난 선거 낙선자를 비롯 신진인사, 자치단체장, 지방의원 등 총선 출마를 위해 분주하게 얼굴 알리기에 나서고 있다. 이에 맞서 도전자들을 물리치고 지역구를 수성하려는 현역의원들의 움직임도 바빠지고 있다.
누구를 선택할까? 대구ㆍ경북 지역민들의 고민은 점점 깊어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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