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백 년 전에는 광기 어린 제국주의자들이
저마다 큰 병거(兵車)를 앞세워
민족과 산하를 능란하게 밟아 뭉개며
우리의 뿌리마저 뽑아내려고 질기게 능멸하였고,
저 어린 핏줄들의 삶까지 오래도록 간난(艱難)해져
우리는 다 미래마저도 두려워하였다네
우리네 땅이 기나긴 밤에 갇힌 채
온갖 고문(拷問)과 위협의 울타리에 에워싸여도
방방곡곡 지사(志士)와 신문(新聞)의 혼(魂)은
푸른 움을 틔우고 약한 뼈를 일으켜 세워
민족의 자주(自主)와 자유를 목청껏 외쳤다네
경상매일신문이여, 그대 곧은 정신이
송골매의 눈이 되고 검독수리 날개로 펼쳐져
비학산과 내연산을 돌아 형산강 물로 도도히 흐르라
그 신문(新聞) 정신이 운제산에도 올랐다가
호미곶을 휘이휘이 돌고 나서
저 팔공산 운문산 정기를 다 모은 뒤에
낙동강 물을 통째로 끓여내고
경상(慶尙) 땅을 거침없이 관통(貫通)하라!
경상매일신문이여, 그대 혼(魂)이
태백산맥 능선을 걸어 압록강 두만강을 종단한 뒤
백두산 정수리에 올라 한반도의 축을 흔들며
장엄한 필봉(筆鋒)의 망루(望樓)를 세우라!
영일만 푸르른 물결을 타고 나아가
단숨에 울릉도 독도, 마라도 이어도를 얼싸안고
동해 남해 서해와 태평양을 호령하고도 남을
진정한 언론의 집 하나를 구현하라!
경상매일신문이여,
신문 명찰을 단 엉터리들이 부끄러워지도록,
언론을 빙자한 뭇 가짜들이 숨죽이도록,
만국(萬國) 신문들이 우러러보며 칭송하는
신문 중의 신문이 되는 그날까지
곧은 필봉의 기(旗) 하나 가슴에 꽂으라!
이제 열 고개를 넘어온 경상매일신문이여,
진리를 위해 당당히 정론(正論)하라!
죽는다 해도 오롯이 직필(直筆)하라!
그것만이 신문이 살고, 이 나라가 살고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네
주먹을 움켜쥐고 그렇게 나아간다면
비열한 시대에 피 흘린 만큼이나
먼 후일엔 눈 시리도록 빛나는 청사(靑史)에
우리 다 견고히 기록되지 않으랴
척박하고 비정한 땅에 꽃핀 그 이름,
지상(地上)에 단 하나뿐인 경상매일신문이여.
하수현/ 아호 백산(百山). 1961년 포항생. 1985년《한국문학》등단. 한국문협·한국시협·서울시협 회원. 포항시협 회장. 경북문학예술대학 원장.《경북시학》편집인. 포항소재문학상·경북문협 등 심사위원. 시집『나의 연인은 레몬 향기가 난다』. 장시「올리브나무」·「겨울 나그네」. 헤세기념상(PEN한국이사장)·안견문화제 문학상·중봉문학상· 김만중문학상·국토부 철도문학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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