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 인간을 사랑한 나머지 여러 가지 축복을 주었다. 그 축복 중에 가장 아름답고 신비로운 것이 아침이다. 신은 우리에게 하루도 거르지 않고 아침을 선물하고 있다. 그런데 이아침을 알리는 방법은 세대와 시대에 따라 여러 가지로 변모해 왔다. 학창시절에는 엄마의 목소리에 잠을 깨 아침을 맞았고, 전날 밤 회식자리에서 과음한 탓으로 아침시간이 고역인 아버지들께는 알람시계에서 울리던 멜로디 대신 요즘은 스마트폰에서 흘러나오는 아름다운 음악소리에 아침을 맞을 것이다. 그러나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언제나 그 시간이면 어김없이 아침을 알려주는 것은 현관문 앞에서 들려오는 조간신문을 전해주는 소리일 것이다. 이렇게 우리는 신문과 함께 아침을 맞고 하루를 시작하게 된다. 그러기에 신문 없는 정부보다 정부 없는 신문을 택하겠다고 어느 위인이 말하지 않았는가? 이렇게 신문이야말로 우리 일상에 없어서는 안 될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소중한 가치를 지닌 것이다. 그러나 어느덧 세상은 빠르게 돌아가고 변화무상해 졌다. 이제 첨단과학기술의 발전에 편승해 급속히 변화 발전하고 있는 정보화시대에 살면서 영역간에 파괴를 가져와 예전에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았던 기술의 융합이 일어나고 있다. 얼마 전 혈관을 타고 암세포를 찾아가 항암제를 전달하는 의료용 나노로봇이 개발돼 화제가 됐다. 나노로봇은 바로 정보화기술(IT), 생명공학기술(BT), 나노기술(NT) 등 첨단 분야가 어우러진 대표적인 기술융합 제품이다. 지난 한 해 국내에서 기술융합과 관련해 등록된 특허 만해도 3천500여건에 달했다. 이제 다른 분야의 기술을 적용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는 융합화도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이 됐다. 이런 상황에 밀려난 것이 출판물이다. 신문도 예외는 아니다. 시집을 내놔도 팔리지 않고 수필집도 소설도 마찬가지다. 그림도 팔리지 않는다. 종이로 만든 제품들은 팔리지 않는다. 전업 문화예술인들은 끼니를 걱정하게 된지 오래이다. 아니 허기에 못 이겨 목숨을 팽개치고 있다. 그나마 신문은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일제 강점기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손기정 선수의 가슴에 달린 일장기를 태극기로 바꾼 것도 신문이요, 5공 시절 민주화에 피 흘리던 젊은 청춘들에게 백지광고의 수모를 당하면서도 힘과 용기를 보탠 것도 신문이었다. 스스로 자리를 지킨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동탄 성심병원 중환자실에서 내 환자에겐 메르스가 못 오게 저승사자를 물고 늘어지겠다던 김현아 간호사, 지금도 그는 중환자들을 저승사자로부터 굳건히 지키고 있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 때 배의 운명을 책임져야할 선장과 선원들 그들은 승객과 배를 버리고 구조선에 가장 먼저 올라탔다. 그 시간 물속으로 가라앉은 배에서 승객 30여명을 맨손으로 구조한 시민의 한사람은 정작 말기 암으로 병원에서 치료비도 없이 죽음과 사투를 벌이고 있다. 그러나 ‘이 또한 지나가리.’란 페르시아 속담과 같이 세월호 참사도 186명의 확진자를 남긴 메르스 사태도 이제 종식을 향하고 있다. 초등대응에 실패하고 환자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공포에 떨었던 기억은 잊지 말아야 한다. 아울러 묵묵히 자기자리를 지켜낸 사람들이 있었기에 파국을 막았다는 사실도 소중히 기억해야 한다. 우왕좌왕하던 보건당국이 있었나 하면 주변에서 살신성인의 자세를 보여준 평범한 의료인과 시민들이 영웅이었다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여기서 과연 우리 언론들은 제자리를 지키며 사명을 다했는지 자성해 보아야 할 것이다. 정론직필(正論直筆)로 역사의 중요한 고비마다 새로운 시대정신을 밝히고 국민의식 발전과 사회의 새로운 흐름을 선도하는 선구자의 소명을 다해 왔는지 가슴에 손을 얹어봐야 한다. 디지털 혁명의 물결 속에 미디어 지형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고는 하나 신문이 지켜온 소중한 정신과 가치만큼은 변함이 없어야 한다. 그리고 지식의 광맥이요 창의력의 원천을 제공해온 신문이 다양한 뉴미디어 등과의 융합으로 21세기 지식산업시대를 이끄는 길잡이가 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권력과 정부의 독주를 막고 불의에 맞설 수 있는 자세와 악취가 진동하는 사회 곳곳에 청량제 역할로, 치열한 경쟁사회를 살며 늘 바쁘고 자신과 주변을 살펴볼 시간도 부족한 민초들에게 다가가 소소한 일상에 즐거움을 제공하고 삶이 점점 각박한 서민들과 함께하는 동반자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이제 경상매일신문은 창간 열 돌을 맞아 꿋꿋한 시대정신으로 인간의 영혼을 일깨우는데 소홀함이 없는 새로운 각오로 지역을 밝히는 횃불로써 지역민들과 함께 묵묵히 나아갈 것을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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