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9년은 남북한을 비롯한 동북아 정세의 전환점이 되는 해였다. 북한이 2차 핵실험을 감행하고 비핵화를 거부함으로써 남북 관계를 포함하여 북한의 대주변국 관계가 타협과 협력의 국면에서 대결과 갈등의 신국면으로 바뀌기 시작했고, 이후 남북한의 정세는 극도의 대결국면으로 고착되었다.
그리고 이 신대결국면의 특징은 서로가 상대방을 굴복시키기 위한 조치와 맞대응 조치를 번갈아 취하는 가운데 상호 관계가 점차 악화되었다는 점이다.
지난 2012/13년에 상황은 다시 한 번 변화했다. 북한은 2012년 미ㆍ북 간에 맺은 2ㆍ29합의를 파기하고 2013년 2월 3차 핵실험과 함께 3~4월에 실시 중이던 한미합동훈련에 대해 이례적으로 강경하게 맞대응하면서 긴장을 높이는 조치를 취했다. 특히 북한은 미국 본토에 대한 핵공격을 위협했다. 이후로도 핵무기 사용을 주기적으로 협박함으로써 미국과 국제사회가 북한에 핵 무력 증강 문제에 대해 한층 강경한 태도를 취하는 새로운 국면이 시작되었다.
이와 같은 상황 속에서 남북 관계 역시 과거 ‘화해협력’의 국면으로부터 대결과 갈등이 구조적으로 고착된 국면으로 진입했다. 그 이유는 두 가지이다. 첫째는 북한 핵 무력 증강 시도는 북한과 UN과 국제사회 사이에 대결과 갈등 관계를 구조적으로 고착화시키는데 이러한 대결 갈등 상황과 무관하게 남북 관계만 타협과 협력의 국면을 홀로 지속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둘째는 북한이 비핵화를 거부한다는 것은 2000~2008년 남북 ‘화해협력’ 국면의 기반이 되었던 남북 간의 전략적 타협을 북한이 파기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과거 남북의 ‘화해협력’ 국면은 라는 전략적 잠정 타협에 근거했다. 그런데 북한이 ‘우리 대한민국이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수용하는 남북 관계를 요구’하는 것은 ‘화해협력’국면을 지탱하게 했던 전략적 타협을 파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2013년 북한의 3차 핵실험은 북한과 주변국 간의 대결과 갈등을 한 단계 더 악화시켰다. 이러한 대결과 갈등 국면의 주요 특징은 네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는 우리 대한민국과 미ㆍ일ㆍ중이 북한을 핵무기 보유국가로 인정 여부 국면이다. 이는 이해관계가 매우 크기 때문에 대결과 갈등의 강도도 상응하게 증가한다. 즉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기정사실화하는 것은 한ㆍ미ㆍ일ㆍ중에게 공히 안보 부담의 현저한 증가라는 막대한 비용을 수반한다. 반면 북한은 핵무기 보유국으로 승인받는가. 못하는가 하는 문제는 자신들 정권의 생존이 달린 문제이다. 북한은 핵보유국임을 헌법에 명시했다. 따라서 북한은 단계적 비핵화마저도 수용하기 어려울 것이다. 반면 핵 보유를 고수하는 한 북한은 정권 붕괴까지도 불사하고자 하는 외부로부터의 증가하는 압박에 대항해야 한다.
둘째는 대결과 갈등이 전 방위로 확산되어 발생한다는 국면이다. 주요 대결과 갈등 분야는 핵관련 군비경쟁, 외교적 대결과 갈등, 군사적 긴장고조와 비의도적 확전 위험 및 재래식 군비경쟁, 상호 정권과 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다양한 정치 공세, 상대방의 선제 양보를 요구하는 ‘전략적 인내’로 인한 중장기 소모전의 대두 등을 포괄하는 대결과 갈등 국면이다.
셋째는 현재의 대결과 갈등 국면은 어느 한쪽이 항복해야 종결되므로 타협 부재의 경우 대결과 갈등의 고조 상태는 장기화될 국면이다. 즉 북한이 정책 변화 또는 내부 붕괴를 통해 비핵화를 선택하든지 아니면 한ㆍ미ㆍ일ㆍ중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승인하든지, 양자택일이 발생해야 현 국면은 종결될 것이다. 그런데 양측은 결판이 날 때까지 상대방에게 고통을 증가시킬 수 있는 조치를 번갈아 취하게 될 것이므로 종결이 조만간에 발생할 개연성은 높지 않다. 넷째는 남북 관계가 개선될 수 있는 여지는 매우 적은 국면이다. 북한이 비핵화를 거부하며 핵 무력 증강 조치를 지속하는 한 불가피하게 남북 관계는 긴장이 격화되는 가운데 구조적으로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
이는 곧 북한의 핵 무력 및 미사일 능력 증강 조치가 유발하는 주변국과의 도발과 맞대응이라는 대결과 갈등의 사이클에 우리 대한민국도 북한도 공히 상호 적대적으로 연루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의 핵 무력 증강에 대해 미국과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제재와 압박을 가하고, 북한은 맞대응하게 되는데 여기서 일차적 보복대상인 우리 대한민국에 대한 군사적 도발과 위협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것은 신대결 국면의 구조적 성격 때문이다.
따라서 북한이 핵보유로 제기하는 심각한 위협은 북한 정권을 종결시키고 한반도를 통일하는 것을 통해서만이 해결될 수 있다. 즉 북한을 비핵화 시키려면 결국 북한 정권을 붕괴시키거나 통일을 이룩할 수 있는 매우 근본적인 정권으로 교체시키는 것이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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