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백여 명의 신자들이 도열한 가운데 민간복장이지만 가슴에 훈장과 기장을 단 6?25전쟁과 월남전에 참전하였던 노병들이 우레와 같은 박수를 받으면서 보무도 당당하게 한가운데를 입장하였다. 지난 6월 21일 포항시 장기면 양포리 소재 ‘양포교회(담임목사 김진동)’에서는 6?25참전유공자와 월남전에 참전하였던 노병들에 감사하는 보은행사를 하였는데 이번이 14번째였다. 지금으로부터 15년 전인 2000년 양포교회 담임목사로 부임한 김진동 목사는 시목을 하면서 6?25참전 유공자들과 월남참전 전우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하고 있을 뿐 아니라 국민으로부터는 잊혀져 가고 있으며, 정부로부터도 제대로 예우를 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보고 너무나 안타까워, 참전유공자들을 위로하기 위해 이듬해인 2001년부터 장기면에 거주하는 유공자들을 초청하여 하루를 뜻있게 보내는 행사를 시작한 것이 벌써 14년째다. 해가 갈수록 그 규모를 확대하여 이제는 포항시에 거주하고 있는 전 참전 유공자들을 초청하여 위로연을 베풀고 있다. 이날 초청받은 유공자들은 300여 명으로, 벽지의 조그마한 교회가 부담하기에는 너무 컸을 것임에도 정성을 다한 선물과 만찬을 준비하여 형식이 아닌 진정한 보은행사를 하였다. 양포교회가 소재하고 있는 지행면 양포리는 총 인구가 450여 명, 양포교회 성도 수는 250여 명 정도임에도 이러한 행사를 한 해도 빼지 않고 계속하는 것은 특전사 군종목사 출신인 김진동 목사의 투철한 사명감과 성도들의 애국심이 없었다면 불가능 하였을 것이다. 이날 초청된 6ㆍ25 참전 용사들은 명예도 부도 바라지 않고 오직 조국의 부름에 온 몸을 던져 북한 인민군과 싸워 나라를 지켰기에 오늘 우리는 김정은의 공포정치에 치를 떨지 않고서도 마음 편히 살아가고 있으며, 월남참전 전우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한국이 경제 개발을 하는데 초석을 다졌을 뿐 아니라 자유 우방 국가들에게 신의의 나라로 각인되었다. 그러나 현실은 너무나 암담할 뿐이다.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든 6ㆍ25 참전 유공자들은 평생을 고단한 삶을 지고 왔다. 가난한 나라였던 대한민국에서 참전용사들은 국가의 보상은 상상도 할 수 없었고, 저마다 생업을 자신이 해결해야 하는 절박한 환경에서 노후를 준비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였다. 월남참전 용사들이나 고엽제 환자들도 같은 처지였다. 현제 6ㆍ25참전 유공자들이 정부로부터 받는 ‘참전명예수당’은 1개월에 18만원, 이것도 박근혜정부에 와서야 이 정도로 인상되었으며, 전투에서 특별한 공을 세워 정부로부터 영광의 무공훈장을 받은 자는 그 훈장이 몇 개가 되던, 1개에 한정하여 5만 원을 수령하고 있다. 생명의 값치고는 생각하기조차 부끄럽고, 어이없는 계산을 하고서도 부끄러움을 모르는 정부가 신기할 뿐이다. 6ㆍ25전쟁에 참전한 유공자들은 수당을 받기 위해 생명을 초개와 같이 던지면서 적과 싸운 것은 아니다. 그들은 풍전등화와 같은 조국의 운명에 더 이상 방관자로 앉아 있을 수만 없었기에 자원하여 전쟁에 참전한 것이다. 그런데 이제 늙고 병든 유공자들은 망각지대에 놓여 있으며 이들을 보듬고 가야할 책임과 의무를 가진 국가나 국민은 외면만하고 있다. 호주 같은 나라는 자국의 국방의무를 다한 유공자에 대하여서는 말할 것도 없고, 같은 이념을 갖고 같은 전쟁에 참전한 타국의 국민들이 호주에 이민 오면, 자국 전역국인들과 똑 같은 예우를 하고 있다. 실지로 한국에서 호주로 이민 간 6ㆍ25전쟁 참전 군인이 발병하여 병원에 입원하였는데, 그의 경력을 알게 된 호주정부가 자국 예비군과 같은 예우로서 병원비를 계산하더라는 것이다. 의아하게 생각하고 문의를 하였는데 당국의 설명은 이러하였다. “호주정부는 6?25전쟁 때 참전한 나라다.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하여 우리는 한국에서 전쟁을 하였다. 당신은 우리와 같은 이념을 갖고 전쟁에 참전하였는데, 이제 호주 국민이 되었으니 당연히 우리 군인들과 같은 예우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하였다. 우리는 어떤가, 연평해전에서 적과 싸우다 전사한 희생자들이 오늘날까지 ‘순직자’로 방치되어 있었다는 것이 ‘영화 제2연평해전’으로 세상에 알려지자, 이런 나라가 세상에 어디 있느냐 하여 여론이 악화되고, 전 국민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자, 뒤늦게 이들을 전사자로 할 것인가, 순직자로 그냥 둘 것인가 하는 저울질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장(前場)에서 적과 싸우다 희생되었다면 당연히 전사이지 무슨 논의나 넋두리가 필요한가! 그러나, 전사자가 되면 보상 수준을 더 높게 책정해야 하기 때문에 주저하고 있다는 것이다. 개인적인 업무로, 또 단체로 수학여행 가다가 당한 해난사고의 희생자에 대하여서는 신속하게 피해보상을 국민세금으로 엄청나게 하면서, 국가와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죽음도 마다하지 않고 전장에서 싸운 호국용사들에 대하여서는 이렇듯 인색하게 처리하는 나라라면, 6ㆍ25와 같은 환란이 도래하였을 때, 누가 전장으로 달려가겠는가? 이제는 진정으로 숙고해야 할 것이다. 오지에 있는 조그마한 어촌교회. 250여 명이 내는 헌금이 얼마나 되겠는가, 어렵지만 나라를 위해 헌신한 전쟁 영웅들을 잊지 않겠다는 성도들의 열정과 사랑이 승화되어 14년을 이어오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 국민 모두가 교훈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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