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상담을 하다보면 천차만별의 예비 귀농인들을 접한다. 전혀 준비되지 않은 채 의욕만 앞선 나머지 섣불리 농지를 구입했거나 작물을 선택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사람들도 있다. 준비되지 않은 귀농은 불을 보듯 뻔하다. 백전백패 한다. 이런 사람들은 대개 편협되거나 매우 주관적인 정보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귀농해서 얼마를 벌었다든지 누구는 남부럽지 않게 산다든지 하는 다소 과장된 이야기에 솔깃해져 있다. 하지만 귀농도 여느 사업과 다를 바 없이 면밀한 시장분석과 정확한 정보, 그리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인적, 물적 자원과 역량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으면 결코 성공할 수 없는 법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성공적인 귀농준비라고 말할 수 있을까? 지면 관계상 대략적으로 짚어 보기로 하자. 우선 가족의 동의는 필수적이다. 전제조건과도 같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 같지만 실제로 귀농에 실패하고 난감한 지경에 빠진 사람들의 대부분의 경우는 가족의 전폭적인 동의가 부족한데서 기인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장은 사업이 어렵고 직장에서 좌절을 겪은 사람들이 쉽게 귀농을 생각하다보니 가족들은 썩 내키지도 않은 상태에서 귀농을 결행하게 된다. 그렇다 보니 작은 어려움에 봉착할 때 마다 가족들 간의 불화가 끊임없이 발생한다. 농촌에 산다고 하는 것은 여러 종류의 불편함을 감수하겠다는 것의 다름 아니다. 가족이 만족과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귀농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이 보다 더 심각한 것은 아예 가장이 혼자 귀농하는 경우다. 자녀들이야 그렇다하더라도 부인마저도 도시에 남겨 두고 오로지 본인만 귀농하는 경우 성공한 예를 별로 본적이 없다. 결국에는 자신마저도 다시 도시로 갈 수 밖에 없다.
가족의 동의가 있은 후에 할 일은 자신에게 맞는 귀농지를 선택하는 일이다. 이때 우선 고려할 수 있는 것은 연고지나 앞서 귀농한 지인을 찾아 나서는 일이다. 가령 고향은 여러 가지 면에서 유리한 점이 많다. 모든 것이 익숙할뿐더러 함께 자란 선후배, 어른들은 경우에 따라서 큰 도움이 되기도 한다. 고향으로 귀농하는 것 외에도 성공적으로 잘 정착한 지인이 사는 곳도 좋은 선택이 될 수도 있다. 실제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어서 언론매체를 통해 과대포장된 귀농이야기에 호도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 다음에 결정해야 되는 것이 작물선택이다. 작물은 가능한 한 그 지역에서 많이 하는 작물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안전하다는 말이다. 농사를 지으면서 편하게 자문을 받거나 정보를 얻는다는 것은 막상 닥쳐보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소위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농정분야의 공무원이나 귀농선도농가, 귀농단체를 통해서 객관적인 정보를 얻는 것도 중요하다. 의외로 많은 예비귀농인들이 이런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얻는 비율이 어느 통계 조사를 빌리자면 3%가 되지 않는다고 하니 매우 무모한 도전을 하는 이들이 꽤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고향도 아니고 아는 지인도 없는 지역을 선택하고 싶다면 더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필자가 만난 귀농인들 중에 적어도 청송군에서 이 과정을 잘 준비한 이를 꼽으라고 한다면 현동면에 사는 김 모 씨를 주저없이 떠올리게 된다.
김씨의 귀농준비는 무려 10년에 걸쳐 진행되었다. 여름휴가를 아예 매년 농촌체험활동을 하면서 귀농준비를 했다. 세월이 10년이다 보니 귀농적지라고 할 수 있는 곳은 웬만큼 다녔다고 자부한다. 귀농교육도 알차기로 정평이 난 모 대학의 평생교육원에서 2개월 합숙과정을 거쳤다. 또 귀농을 최종 결행하기에 앞서 귀농선도농가에서 보름 동안의 심도 깊은 체험활동과 함께 농사기술과 농촌생활에 대한 전수를 받기도 했다. 그야말로 교과서와 과정을 밟은 것이다. 이런 노력의 대가로 같은 농지 규모를 가진 현지인들보다 거의 세배에 가까운 농가소득을 올리고 있다.
준비되지 않은 성공이란 없다는 것은 귀농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섣부른 귀농으로 인생 후반전을 고전하지 말고 현명한 선택과 알찬 준비를 통해 성공적인 귀농에 이르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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