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유성룡의 저서 보물 132호를 바탕으로 한 대하드라마 ‘징비록’이 화제가 되고 있다. ‘징비(懲毖)’는 ‘뉘우치고 조심한다’는 뜻이다. 드라마를 볼 때마다 한심하고 안타까운 장면이 한둘이 아니다. 전란에 대비하지도 못했지만 다소 전세가 호전되자 임금부터 기득권 지키기에 앞장섰다. 전공을 세우거나 군량미를 내어 면천을 기대하거나 벼슬을 바라던 민초의 기대를 저버렸다. 그리고 이를 입안한 책임으로 파직된 유성룡이 나라의 장래를 걱정해 쓴 책이 ‘징비록’이다. 정묘호란 병자호란 당시에 의병도 일어나지 않고 청나라에 바로 항복한 것은 바로 ‘징비록’의 산 교훈이라 할 수 있다.
한편 터키를 방문한 친구의 경험담이다. 무스타파 케말 파샤 아타튀르크(국부)의 기념일인 11월 10일 대통령궁(돌마바흐체궁)을 방문하였는데 정복에 훈장을 한 참전 용사들이 입장하자 학생들을 비롯한 모든 시민들이 길을 비켜주고 박수를 치면서 환호하였다고 한다.
그 중 한분은 한국전 참전용사로서 한국정부 초대도 받았다고 반가워했다고 한다. 미국이나 영국에서는 참전 용사들의 집에 깃발을 꽂아두고 주민들이 모두 경의를 표한다고 한다. 미국은 어떠한 희생을 치르더라도 호국 영웅을 찾아내고 기억한다. 이를 통하여 다국적 다인종이 미국 시민임을 자랑스럽게 느끼도록 한다.
우리의 경우에도 국가존망의 위기에서 귀중한 청춘을 바친 참전 용사들보다 더 애국자가 누가 있을까. 모두가 맡은 바 일을 열심히 하는 애국자라면 참전용사를 진심으로 예우하는 자세는 당연한 것이 아닐까. 그러나 참전용사 등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일반적인 정서는 전부 우호적인 것만은 아니다. 과거에 어느 교육부장관은 월남전 참전을 두고 미국의 용병이라고 하여 물의를 일으키기도 하였다. 그리고 오늘날에도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제대로 인정하지 않는 종북 좌파의 경우에는 물을 필요가 없다. 대한민국의 건국의 정통성을 애써 부인하고 러시아에서까지 인정한 남침 증거를 무작정 부정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편 책상을 들다가 다친 보훈처차관이 국가유공자가 되면서 그 가치가 많이 절하되었다. 그리고 간간히 들려오는 각종 민주화유공자의 경우에도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인하는 경우가 포함되어있고 엉터리도 있다는 비판이 있다. 국가유공자라면 당연히 상식적으로 독립운동이나 참전 등을 통하여 커다란 공로가 있는 경우라고 상정된다. 그리고 위기 사태를 맞이하여 몸을 던지는 등 남다른 현저한 공로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공직자가 공상처리 되었다고 갑자기 국가 유공자로 둔갑한다면 국가유공자의 값어치를 떨어트리는 것이 된다.
필자의 아버지는 육이오가 일어나자 할머니와 어머니 돌이 막 지난 형님을 두고 군대에 자원입대하셨고 숙부님도 자원 참전하였다.
선친께서는 손목과 허벅지에 중공군의 따발총 두발을 맞고 명예 전역하셨다. 가끔 팔다리의 푸른 상처 흔적을 보여주시면서 천운으로 총알이 힘줄을 비켜가서 불구가 되지 않았다고 하셨다. 가끔 동냥 온 상이군인들을 만나 참전 시의 경험에 대해 이야기꽃을 피우셨다. 우리 삼형제도 현역(하사, 중위, 병장)으로 군 생활을 마쳤다. 장조카도 현역 복무하였고 이제 연말 아들이 만기 제대하면 병역명가의 자격이 된다. 최근 총리 후보지들이 모두 병역면제 논란에 휩싸이듯이 고위공직자 출신 병역명가는 매우 드물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금년 말 당당하게 병역명가 신청을 할 날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청춘을 병역의무에 바친 대가로 커다란 것을 요구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다만 국가가 집 앞에 병역명가의 인증 동판이라도 하나 붙여주고 주민들이 예우해준다면 하는 바람이다. 참전용사의 경우에도 이제 남은 숫자가 줄어드는 만큼 자존심을 보존할 정도의 적정한 수당을 증액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깃발을 세워 모두가 국가를 위하여 몸을 던진 공로를 인정하는 분위기가 되었으면 한다. 북한 중국 일본 등 국가와의 영토문제는 조용한 날이 없다.
언제 어떤 위기가 오던 국민 모두가 과감히 헌신할 수 있도록 지금 제도와 분위기를 만들어가야 한다. 안동 영주를 중심으로 항일독립운동지사가 수없이 많이 있다.
이 분들은 이미 망한 나라를 되살리려고 기약 없는 투쟁에 모든 것을 던졌다. 그렇게 해 어렵게 세워지고 강국이 된 이 나라를 지키고 보호하는데 다시 무슨 설명과 논리가 필요한 것인가.
일본은 우리 조상들이 강제 징용당한 하시마 탄광 등을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하려고 노력 중이다. 지정이 거부되면 유네스코를 탈퇴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우리나라에는 아베의 망언에 격분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높고 미국이 노골적으로 일본을 편든다고 불만이다. 그리고 박근혜 정부의 외교적 역량이 부족하다고 비판한다. 할 말 다한다고 세상만사가 내 뜻대로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아베정부는 항의 목소리만 높고 호국을 실천하지 않는 대한민국을 겁내지 않는다. 그들은 우리가 독립 호국 영웅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고 치욕적인 역사에서 진정한 교훈을 얻지 못한다고 믿고 있다. 큰 나라인 중국도 이제야 도광양회에서 대국굴기로 나아가는데 말로만 애국하지 말고 가깝고 쉬운 것부터 차분히 실천하자. 호국보훈의 달을 맞이해 나부터 실천해나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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