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가슴에
눈물 말라 버린 지 이미 오래
옹이 박힌 세월이 이끼로 쌓이는데
돌에도 나무에도 마음 붙일 수 없어
목울대 높이 쳐들고 먼 산만 바라본다
신의 영역 침범한 현대의 문명 앞에
내 귀면은 한갓 어릿광대일 뿐
시류에 맞는 옷 바꿔 입지 못한 죄로
차가운 눈 비 맨몸으로 맞으며
회오리바람 부는 세상 견디고 있다
골목길에 숨어 살던 정겨운 설화들
휘황한 불빛으로 몰아낸 요즘 사람들
신통력 잃은 내 존재 안중에도 없지만
어느 심지 깊은 마음이 심어준 뜻
끝내 지키고 싶은 꿈이 있어
검게 삭은 육신 추슬러
흔들리는 세상 지키고 있다
오고가는 인연의 발길 이어지도록
신성한 이 땅을 지키고 있다
▲ 김귀현/ 아호는 서전(瑞田). 1952년 포항에서 태어나 대구대 대학원을 나왔다. 2002년 계간《문학시대》로 등단한 후 한국문인협회, 경북문인협회, 경주문인협회, 포항시인협회, 서라벌수필문학회, 행단문학동인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포항문인협회 부회장, 경북문학예술대학 홍보이사, 포항무지개 자활센터장으로 있다. 시집으로『꽃이 진 자리』를 펴냈다.
※가입·활동 문의: san7000a@naver.com (하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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