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국제시장은 ‘가장 평범한 아버지의 가장 위대한 이야기’ 1950년대 한국전쟁 이후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격변의 시대를 관통하며 살아온 우리 시대 아버지 ‘덕수’(황정민 분)의 일생을 통해 현재의 우리나라를 일구어낸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영화속 주인공은 하고 싶은 것도 되고 싶은 것도 많았지만 평생 단 한번도 자신을 위해 살아본 적이 없다. ‘괜찮다’ 웃어 보이고 ‘다행이다’ 눈물 훔치며 힘들었던 그때 그 시절, 오직 가족을 위해 굳세게 살아온 우리들의 아버지 이야기이다. 영화는 흥남부두 철수작전부터 시작된다. 필자는 전쟁사를 연구하고 강의하는 사람으로서 6ㆍ25전쟁을 다시한번 정리하는 계기가 되었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6ㆍ25전쟁(한국전쟁)을 잊혀진 전쟁(forgotten war)이라고 한다. 6ㆍ25전쟁은 참전국 수나 사상자 규모, 전투 기간 등을 보면 대규모전쟁에 속한다. 베트남전쟁과 비교할 만한 전쟁이지만 관심이 적은 이유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바로 시작되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피해에 대한 느낌이 적었다는 것과 현대전은 미디어에 의해 안방까지 전장상황이 생중계되는데 비해 그 당시 신문, 라디오 방송이 전쟁상황 전파의 주력이었기 때문에 지금처럼 전장의 현실을 그대로 볼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대한민국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결코 잊지 못하고 뼈에 사무친 전쟁이다. 베트남전쟁이 약 19년 동안 30만명이 참전하여 약 3만7천여 명의 전사자를 낸데 비해 6ㆍ25전쟁은 3년 1개월간 약 54만명이 참전하여 약 5만8천여 명의 전사자가 발생하였다. 전쟁 기간을 고려하면 얼마나 치열하고 처절한 전쟁이었는가를 알 수 있다.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에 북한의 남침으로 대한민국의 남단인 낙동강까지 적이 공격하였고 연합군의 인상륙작전으로 북진공격을 하여 압록강까지 도달하였으나 중공군의 개입으로 다시 38도선 이남으로 철수하여 재반격을 하여 현재의 휴전선 일대에서 약 2년간 끝이 보이지 않는 소모전을 하다가 휴전(정전)이 되었다. 비교적 좁은 전장에서 다이나믹한 기동을 한 전쟁이었다.
6ㆍ25전쟁과 1ㆍ4후퇴는 전쟁을 겪지 않은 세대라고 할지라도 우리의 뇌리 속에 전쟁의 참혹함이 어느 정도 남아있다. 그 중에서 흥남철수작전은 아마도 가수 현인씨의 ‘굳세어라 금순아’라는 노랫말을 통해 알게 모르게 우리의 가슴속에 남아 있는 듯하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전쟁사를 연구하면서 치열했던 그 당시 전쟁상황을 자료들을 통해 잘 알 수 있었고 지금도 학생들에게 강의를 할 때면 가슴이 메이는 것은 우리나라에서 60여 년 전에 발발한 전쟁상황에서 지금까지 어렵게 살아온 부모님 세대에 대한 애처로움과 연민의 정일 것이다.
필자는 매년 신입생들과 함께 남해 포로수용소를 답사한다. 수용소 남단에 설치된 흥남철수작전 기념공원에 가서 학생들에게 생사가 오가는 전쟁 속에서도 전쟁을 기획하고 지휘하는 장교는 인명을 중시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작전계획을 기획하고 전투를 지휘할 때 항상 어느 방책과 어떤 수단들이 내 부하뿐만 아니라 적군까지도 최소한의 인명피해로 전쟁이나 전투의 목적을 달성해야 하는 것은 장교의 기본 도리이다.
6ㆍ25전쟁은 외국인들의 관념에는 ‘잊혀진 전쟁’이지만, 우리의 가슴속에는 ‘뼈에 사무친 잊지 못할 역사적 사건’으로 남아있다. 다시는 이 땅 위에 전쟁이 없는 나라가 되도록 우리 모두 염원한다면 평화의 화신은 우리의 소원을 들어주실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새해 소망을 빌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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