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랑이 유네스코에 의해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민족 정체성을 대변하는 아리랑이 사실상 세계문화유산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아리랑은 한국을 대표하는 민요이다. 그걸 모르는 이도 있을까? 모두가 알고 있지만, 모두가 잊고 있었던 노래, 아리랑. 그저 이웃이고, 민족이고, 삶이고 싶었던 노래, 아리랑. 흙을 일구던 농부에게는 고단함을 달래주고 시집살이 눈물 훔치던 며느리의 넋두리가 되어 준 노래, 아리랑. 아리랑은 민족의 삶과 한을 담아내면서 면면히 이어져 온 우리의 노래이다. 그런 아리랑이 뒷골목 신세가 되어 있다. 오히려 중국에서 ‘국가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하는 등 야단법석을 피우는데 반해, 정작 국내에서는 너무 조용한 행보였다. 그러다보니 음악책에서도 노래방 목록에도 슬그머니 지워지게 되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멜로디’로 선정된 바 있었다는 아리랑, 일제의 고난 속에서 가장 많이 불려졌다는 아리랑이 일본의 한 고등학교 오케스트라팀에 의해 세계취주악 1등곡이 되었단다. 아이러니이다. 한국에서는 잘 등장하지 않지만 일본 국회의원 유세차량에서 멋들어지게 연주되는 아리랑. 한국의 ‘위대한 탄생’에서는 결코 위대할 수 없었던 아리랑이 중국 CCTV의 ‘신광다다오대회’를 석권하게 된 사연. 그 40글자의 현주소는 어디일까?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은 한국인의 민요이다. 단순한 민요가 아니라 한국인을 하나로 묶는 결속의 노래이다. 아리랑에 대한 한국인의 특별한 감정은 아리랑을 ‘통일 애국가’라고 부를 만큼 각별하다. 민요 없는 나라가 있으랴만, 이처럼 모든 국민의 전폭적인 사랑을 받는 그런 민요도 세상에는 흔치 않을 것이다. 그런 ‘아리랑’이 정작 국내에서는 문화재로 지정받지 못하였다.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되기 위해서는 해당 문화재의 보유자를 먼저 인정해야 하는데 한글, 구전설화, 명절관습 등과 마찬가지로 ‘아리랑’은 특정한 보유자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 「문화재보호법」의 명확한 판결이다. 전 국민의 전폭적인 사랑을 받는 국민 민요가, 이처럼 자국에서 냉대 받는 경우 또한 세계적으로 유래가 흔치 않다. 민족을 대변한다는 아리랑이 제 발로 걸어 나가 타국의 문화유산이 되고, 세계의 노숙자가 되는 변고가 생겨나도 우리 국민은 그저 멀건이 구경만 하고 있어야 한다는 답답한 결론에 이른다.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리도 못가서 발병난다” 중국이 ‘아리랑’을 자국의 문화유산으로 지정하였다. 당연히 우리 것이지만 중국은 아리랑을 포함한 판소리, 씨름 등을 조선족 전통 풍습으로 판단하여 ‘국가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하였다. 아리랑이 한국의 대표적인 민요이자 문화유산인 것은 확실하다. 그렇다고 조선족의 문화가 아닌 것도 아니다. 아리랑은 어디에 있어도 아리랑인 것이다. 나무랄 일이 아니다. 그들에 의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도 규탄할 이유는 없다. 중국은 이전에도 조선족의 ‘농악무’를 자국의 문화유산으로 지정하였고, 이어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 신청하여 등재한 바 있다. 이번에는 아리랑마저 눈독들이고 있었던 게 분명하다. 다행히 아리랑은 한국에 의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한숨은 돌렸다. 세계문화유산의 등재로서 아리랑의 국적 싸움이 모두 끝나는 것은 아니다. 아리랑을 지키려면 아리랑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논리이다. 아리랑을 우리 민요로 불러들이고 지속적으로 가꾸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즉, 아리랑을 우리의 축제문화 속에 녹여 들이는 것이 우선이다. 아리랑이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것은 아리랑의 세계화 첫걸음인 셈이다. 아리랑이 세계화에 성공한다면 아리랑이 우리 민족에게 특별한 감동을 준 것처럼 세계인에게도 큰 감동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이다. 세계인이 공감하는 영화나 뮤지컬로 승화시킬 수 있다면 가장 짧은 시간에 세계인들에게 가장 사랑 받는 노래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배용호 소백산자락길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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