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매일신문=문봉현기자]오는 3월 11일 전국 1360여 곳에서 전국 동시 조합장 선거가 치러진다. 농ㆍ축ㆍ수협, 산림조합장 선거는 규모도 지방선거급 못지않아 공직선거법을 준용하게 된다.
조합장을 뽑는 선거부터 부패의 온상이 되지 않아야 민주적인 협동조합이 탄생한다는 취지가 반영될 첫 선거다.
이를 위해 지난해 국회를 통과하면서 발효된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에 따라 선거관리위원회에서 관리하는 것이 특징이다.
한때 ‘5당 3락’이 나돌 정도였던 금권선거의 적폐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공명선거를 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민주적이고 투명한 선거문화를 조성하기 위한 장치가 제도상 허점으로 나타나고 있다.
조합 선거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는 점을 의식해 엄격히 규정한 결과다. 대표적인 문제점으로 합동연설회와 공개토론회 개최 조항이 삭제된 점이다.
언론사 주최의 대담 토론회도 물론 금지 항목이다.
지역의 단위 조합장 후보자를 조합원들이 비교적 잘 알아 직접 대면하는 선거운동이 불필요하다고 판단한 듯하다.
제3자의 선거 개입을 막는 효과
라면 몰라도 선거운동 방식 조항에 제약이 지나치게 많다.
현행 위탁선거법대로 하면 예비후보 등록, 사무실 개설, 운동원 채용을 할 수도 없다. 심지어 배우자조차 선거운동을 못하고 후보자 혼자 선거운동을 해야 한다.
과열ㆍ혼탁을 막는 효과만 생각한
나머지 유권자가 후보자의 자질과 능력 등 정보를 얻을 방법이 지나치게 차단된 셈이다.
유권자의 올바른 선택권을 보장하려면 공개토론회, 합동연설회 같은 가장 민주적인 선거운동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
그런 절차들이 생략되거나 무시되면 아무래도 지명도가 높은 기존 조합장에 유리한 선거가 될 수밖에 없다.
유세나 토론회가 차단된 상태에서 실제 선거운동 기간은 고작 14일이다. 실질적으로 후보를 검증할 수 있는 방식이 미흡하면 금품이 난립하는 선거 풍토가 재연될 소지도 있다.
선거 공탁금 기준이나 후보자 비방 등에 대한 정확한 처벌 기준조차 미흡하다. 선거 방식이 개정된 것을 빼고 나면 사실상 금지된 것투성이다.
선거 60일 전 예비후보자 등록과 명함배부, 어깨띠 이용 선거운동을 하고 토론회 등 정책홍보를 하도록 하는 위탁선거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돼 있다.
후보자의 알릴 권리, 조합원의 알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순리라고 본다. 선관위의 공정선거 관리, 경찰의 선거사범 단속만으로 깨끗한 선거가 담보되는 건 아니다.
지역 조합들이 협동조합의 정체성 회복을 위해서도 출마 예정자를 제대로 알 필요가 있다.
농협중앙회는 조합장 동시선거를 50일 앞둔 지난달 20일 ‘D-50 비상근무체제’로 전환, 본격적인 선거 지도와 관리업무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기존 선거관리 전담기구를 선거관리상황실로 재편ㆍ운영하고 중앙본부뿐만 아니라 지역본부별로 야간근무와 주말 상황근무 체제에 돌입했다.
특히 설을 앞두고 부정선거신고센터를 활성화해 기부행위 위반사례 지도를 강화하고 임직원의 선거개입을 엄중 단속키로 했다.
농협 선거관리사무국 관계자는 “선거과열과 분쟁우려 지역 현장지도, 전 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공명선거 당부 서한 발송 등 다양한 활동을 벌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국 동시 첫 조합장 선거를 앞두고 선거관리위원회가 바쁘다. 사전 선거운동이나 부정선거 혐의를 적발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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