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브라질 월드컵이 끝난 뒤 후임 감독 선임으로 미소를 짓던 일본과 울상을 보인 한국이 7개월 만에 정반대의 상황을 맞이했다.
일본은 3일 하비에르 아기레 감독을 전격 경질했다. 지난해 7월 아기레 감독을 선임한지 7개월 만이다.
2014년 여름 브라질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일본은 1무 2패로 기대 이하의 성적을 내며 조별예선에서 탈락했다. 대회를 앞두고 4강 진출을 자신했던 알베르토 자케로니 감독은 계약 기간 만료와 함께 팀에서 물러났다.
일본은 자케로니 감독의 빈 자리를 곧바로 메웠다. 멕시코 대표팀과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등을 이끌었던 명장 아기레 감독이 새롭게 일본의 지휘봉을 잡았다. 일본의 빠른 일처리와 준비된 모습은 박수 받기 충분했다.
하지만 아기레 감독과 일본의 여정은 기대와 달랐다. 아기레 감독은 우루과이와의 데뷔전에서 패했으며 브라질과의 경기에서는 0-4로 참패를 당했다. 11월에는 멕시코에서 열리는 명예의 전당에 참가한다는 이유로 팀을 떠나기도 했다. 그를 향한 비난의 목소리는 커졌다.
좋지 않은 상황에서 또 하나의 악재가 터졌다. 바로 아기레 감독이 스페인에서 레알 사라고사를 이끌 당시 승부 조작에 가담했다는 혐의를 받은 것이다. 스페인 검찰에서도 아기레 감독의 기소를 계획했다.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출전한 아시안컵에서 일본은 8강전에서 UAE에 패하며 탈락했다. 아기레 감독의 경질을 결정짓는 사건이었다. 결국 대회 마감 10일 뒤 일본은 아기레 감독을 경질했다.
일본과 아기레 감독의 행복하지 못했던 동행은 한국과 비교해 대조된다. 한국은 월드컵 종료 후 오랜 시간 감독 선임에 어려움을 겪었다. 9월이 돼서야 울리 슈틸리케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슈틸리케 감독은 10월부터에서야 한국을 지휘했다. K리그와 대학 팀 등의 경기를 보러 다니며 부지런히 한국 축구의 분위기를 익혔다.
바쁘게 움직였어도 아시안컵까지 슈틸리케 감독은 단 5차례의 평가전만을 치를 수 밖에 없었다. 감독의 색깔이 묻어나기 힘든 시간이었다.
하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선수들의 정신력을 다잡고 점유율 축구를 시도하며 27년 만에 아시안컵 결승행을 이끌었다. 비록 우승에는 실패했지만 브라질 월드컵 당시 돌아섰던 팬들을 돌려 세우는데 성공했다.
불과 7개월 전 감독 선임으로 정반대였던 일본과 한국의 분위기는 아시안컵 결과와 함께 갈린 감독들의 운명으로 완전히 뒤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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