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매일신문=김은규기자]석면이 인체에 매우 해로운 물질이라는 것은 상식이 된 지 이미 오래다. 몇 년 전 충청도 어느 지역에서 석면 노출 가능성에 관한 보도가 나가자마자 지역 이미지 실추와 농산물 반품 사태 등으로 민심이 흉흉해졌다는 내용이 보도된 바 있다. 그런데 석면에 관련된 보도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거기에는 크고 작은 오류가 존재하고 있다. 석면이란 용어는 원래 광물 이름이 아니다. 학술적으로 정의되지 않은 상업적인 이름이었다. 석면의 인체 유해성이 밝혀지기 시작하면서 구체적으로 정의하고, ‘석면 상으로 산출되는 여섯 종의 규산염 광물’이다. 이 광물들은 특정 암석 중에 들어 있고, 특히 섬유 모양의 결정 형태를 보인 것들은 미세한 크기의 섬유로 잘 쪼개져 실을 뽑아 실을 만들 수 있으며, 물리적으로 강하고 절연성이 매우 높다. 또 감촉이 부드럽고 불에 타지 않으며 부식되지도 않기 때문에 과거 수천 년 동안 생활과 산업에 광범위하게 사용한 물질이다. 그러나 석면이 호흡기 내로 들어갈 때 치명적인 질병을 유발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용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석면과 같은 섬유상 광물먼지 흡입은 석면폐증, 폐암, 중피종, 흉막판 등 질병의 원인이 되며 흡입한 지 20~40년 후에 질병 발생률이 급증해 ‘침묵의 시한폭탄’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그런데 석면을 흡입했다고 해서 무조건 질병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석면 먼지 중에서 크기가 비교적 큰 것(10㎛ 이상)은 폐포에 도달하기 전에 바깥으로 배출되지만, 작은 크기(5㎛ 내외)일수록 폐에 들어가 정착해 질병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석면으로 정의되는 광물이라 해도 그 결정의 형태는 주상, 침상, 판상, 섬유상 등으로 다양하며, 그중 섬유상을 이루는 것만을 석면이라고 부른다. 따라서 석면의 정의에 포함되는 광물이 문제가 아니라 섬유상으로 나타나는 광물이 문제이다. 또 석면의 크기에 대한 정의는 대체로 길이가 5㎛ 이상이고, 길이 지름의 비율은 3보다 큰 입자로 되어 있다. 특히 석면섬유라고 할 경우 길이 지름의 비가 8보다 큰 것을 가리키는 일도 있기 때문에 섬유상인 것과 아닌 것에 대해 구별에는 조심해야 한다. 최근 몇 년 전 석면이 함유된 석재를 제방공사에 사용해 문제가 된 바 있다. 그 석재에는 석면 중 가장 독성이 강한 투각섬석(또는 트레몰 라이트)이 함유돼 있다는 것인데, 그 광물의 결정 형태와 크기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다는 것. 석면이 포함된 석재가 사회적인 이슈가 되고, 하지만, 석재에 포함된 광물 중 일부가 석면 광물에 해당한다는 이유만으로 결정의 형태를 고려하지 않은 채 제재를 가한다면 석재와 같은 건축자재의 유통에 또 다른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 중요한 점은 석재에 포함된 광물이 과연 섬유상의 석면에 해당하는가를 정확히 판단하는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석면섬유에 대한 정확한 감정과 분석이 필요하다. 석면에 대한 분석법은 선진국 중심의 기존 사례들을 토대로 하고 있으나, 대개가 재래적인 방법으로 현대 기술을 접목한 분석방법은 도외시되는 경향이 짙다. 석면 문제가 국민의 건강한 삶과 직결된다는 사실을 인식한다면, 석면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더욱 폭넓은 전문가 집단의 의견을 수렴하는 것이 무엇보다 우선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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