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을 대표하는 유력 일간지 프랑크프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이 오는 3월, 일본을 방문할 예정인 메르켈 독일 총리에게 아베를 만나거든 “역사를 어떻게 다루어야할 지를 확실하게 말해줘야 한다”는 경고 기사를 실었다. 아베는 중동 순방 중인 지난 19일 이스라엘의 야드 바셈 홀로코스트 기념관에서 무릎을 꿇고 경건한 모습으로 영령들의 명복을 빌고 헌화한 후 방문기념 연설에서 “전후 70주년을 맞이하여 일본은 세계 평화를 위하여 적극적으로 공헌하겠다”고 다짐하고, “전쟁이나 학살 등의 비극을 다시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하였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아베야말로 빌리 브란트 전 독일 총리의 ‘인간에 기초한 양심’을 주목해야한다. 브란트는 전 세계가 주시하고 있는 가운데 전쟁을 하였던 폴란드를 방문, 나치정권 희생자들의 원한이 서린 추모비 앞에서 우산도 없이 부슬비를 맞으면서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면서 용서를 구하였다. 어느 누구도 상상하지 못하였던 브란트의 이 경건하고 진솔한 모습에 폴란드는 마음의 문을 열고 독일을 용서하였으며, 세계의 모든 언론들은 “무릎을 꿇은 사람은 한 사람이었지만, 일어선 것은 독일 전체였다”며 고 보도하였다. 아베는 브란트의 이 진정성을 배우고 역사에 속죄하여야지, 얄팍한 속임수로 세계의 눈을 속이려는 술수를 쓴다면 조소의 대상만이 될 뿐이다. 한국에는 ‘자다가 봉창 두드린다’라는 속담이 있다. 잠결에 정신이 혼미하여 바깥에 나가려고 문을 연다는 것이 엉뚱하게도 채광을 위하여 조그마하게 뚫은 창틀을 문인 줄 알고 밀고 있다는 것으로, 잠결에 이상한 행동을 하는 사람을 빗대어 하는 말이다. 아베 총리가 제 정신이라면, 무릎을 꿇고 헌화 하고 명복을 빌 곳은 이스라엘의 야드 바셈 홀로코스트기념관이 아니라 천안에 있는 ‘대한민국 독립기념관’이고, 옛 ‘서대문 형무소’를 찾아 용서를 구해야 하고, 30만 명을 잔인하게 학살한 중국 난징(南京)전쟁기념관에서 눈물의 참회를 했어야 했을 것이다. 현재 살아 있는 사람들이 직접 눈으로 본 엄연한 사실, 한 세기도 지나지 않은 실존적 역사를 자의적으로 부정하고 선량한 일본 국민들을 호도할 뿐 아니라, 지구촌의 인류를 대상으로 기만책을 쓰고 있는 아베의 기행을 상식으로서는 이해가 안 되기에, 아마도 제정신이 아니라는 의미에서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사람’으로 밖에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이러한 경고는, 메르켈 독일 총리의 26일 연설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메르켈은 “홀로코스트를 기억하는 것은 독일인들의 영원한 책임”이라면서 “아우슈비츠는 인간이 서로에게 얼마나 잔인한 짓을 할 수 있는지 보여준 경고”라고 하였다. 그러면서 “이는 오늘 같은 기념일 뿐 아니라 항상 우리가 고민해야 할 과제”라고 역설하였다. 미국의 대표적 지일파(知日派)인 아ㆍ태 안보센터 제프리 호넝(Hornung) 교수는 지난 14일 외교전문지 ‘포린 어페어’에 기고한 글에서 “국제사회는 절대 일본 편을 들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면서 ‘위안부 소녀상’에 헌화하고 과거사를 사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메르켈 총리가 말한 것처럼, 일본도 얼마나 많은 잔인한 만행을 저질렀는가! 살아 있는 인간을 ‘생체실험’한 사실을 지금도 부인하겠는가? 한국의 독립투사들을 대상으로 일본 무사를 흉내 내면서 일본도로 목을 쳐 죽이는 짐승만도 못한 악행을 자행한 역사를 지금도 부인하고 있으니 말이다! 독일은 자국 국민이 90% 이상 살고 있는 땅을 폴란드에 조건 없이 양도하고 깨끗하게 포기함으로 우의를 선양하고 있을 뿐 아니라, 폴란드가 나치로부터 당한 피해를 학생들의 교양과목으로 채택, 선조들의 죄를 잊어버리지 않도록 가르치고 있다. 독도가 어떻게 죽도(竹島ㆍ다케시마)가 될 수 있는가? 신라시대부터 이사부가 통치하던 한국 땅이었기에 2차 세계대전을 청산하는 샌프란시스코 회담에서 한반도의 모든 부속 도서는 한국령으로 한다는 투르만 대통령의 서명이 엄연히 있음에도 지금도 자국 영토라고 주장하는 파렴치한 행위를 범하고 있다. 더욱이 위안부 문제는 한국 처녀들을 강제로 끌고 가서 일본 군인들의 성노리개로 전락시킨 있을 수 없는 패륜을 범하였다. 나치도 하지 않던 기상천외한 범죄를 범하고서도 근거 서류가 없다는 궤변으로 면피하겠다는 것이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겠다는 처사다. 살아 있는 피해자들의 증언만큼 확실한 증거가 어디 있는가? 아베의 무취(無恥)가 정직하고 겸손하며 성실한 일본 국민들을 세계적으로 웃음거리로 만들고 있다. 중국의 해양진출을 막겠다는 미국이 아시아정책 때문에 일시적으로 아베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지만, 그 힘을 믿고 함부로 행패를 범한다면, 언제 불벼락을 당할지 예측할 수 없는 것이 세상사고 하늘의 이치라는 것을 아베 총리는 명심해야 할 것이다. 박영근 한동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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