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개최국 호주를 꺾고 A조 1위로 `2015 AFC 호주 아시안컵` 8강에 진출할 수 있었던 것에는 2명의 공이 컸다. 한 명은 골을 넣어서 승리를 만들었고 또 다른 한 명은 골을 막아서 승리를 지켜냈다. 전자는 `군데렐라`로 통하는 인생 역전의 주인공 이정협이고 후자는 No.4에서 No.1으로 급부상하면서 골키퍼 서열을 엉망으로 만들어버린 김진현이다. 슈틸리케 감독이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의 지휘봉을 잡기 전까지는 주류라고 말할 수 없던 이들이다. 심지어 이정협은 K리그 상주상무에서도 백업 공격수였다. 김진현 역시 정성룡이나 김승규의 빛에 가려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던 수문장이다. 슈틸리케 감독의 `혜안` 혹은 `촉`이 빚어낸 작품이다.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조별리그 3경기를 모두 1-0으로 승리, A조 1위 자격으로 B조 2위와 8강전을 치른다. 환경이 브리즈번보다 좋은 멜버른에서 토너먼트를 시작한다. 무엇보다, 홈 팬들의 엄청난 성원을 등에 업은 개최국 호주를 꺾으면서 자신감을 챙겼다는 것이 가장 큰 소득이다. 대회 우승을 목표로 삼고 있는 한국의 여정에 있어 중요한 분수령이던 호주전 승리의 주역은 이정협과 김진현이라는 신데렐라다. 지난 1, 2차전에서 모두 후반 조커로 교체투입됐던 이정협은 호주전에서 선발로 출전해 풀타임을 소화했다. 그리고 전반 32분, 이근호의 크로스를 감각적인 슈팅으로 연결하면서 결승골을 터뜨렸다. 자신을 믿어준 슈틸리케 감독에게 멋지게 보은하는 골이었다. 슈틸리테 감독도 기뻐했다. 지난 10일 오만과의 1차전에서 조영철의 골이 나왔을 때도, 13일 쿠웨이트전에서 남태희의 결승 골이 터졌을 때도 특별한 세리머니를 선보이지 않았던 슈틸리케 감독은 호주전에서 이정협의 골이 나오자 두 손을 번쩍 들었다. 기성용에서 이근호 그리고 이정협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만족스럽기도 하고, 그 과정 속에 자신이 뽑은 원석이 있는 것도 반가웠다. 이정협이 승리의 요건을 만들었다면, 김진현은 지켜냈다. 필드 플레이어들의 체력과 정신력이 모두 떨어져 있을 때도 김진현만은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종료 직전 절체절명의 1대1 찬스에서 크루즈의 슈팅을 막아낸 것을 비롯해 2~3개의 슈퍼 세이브를 기록했다. 오만과의 1차전에서도 종료 직전 코너킥 상황에서의 아찔한 헤딩 슈팅을 쳐낸 것까지 포함한다면, 사실상 승점 4점 이상은 김진현이 따낸 셈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자신의 데뷔전이던 지난해 10월10일 파라과이와의 평가전에서 김승규가 아닌 김진현에게 골키퍼 장갑을 맡겼다. 그때만 해도 `기회는 동등하다`는 정치적 액션이 가미된 선택이라 생각했다. 사실상 김진현은 이범영보다도 저울질에서 떨어지는, No.4 인상이 강했던 골키퍼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이제는 김진현이 No.1에 가까운 모양새다. 선입견 없이, 제로베이스에서, 모든 선수들에게 기회를 제공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름값에 연연하지 않았던 슈틸리케의 `파격`이 좋은 선물을 한국대표팀에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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