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지난해 12월 29일 통일기반 구축에 관한 통일준비위원회 계획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내년 1월 초 상호관심사에 대한 폭넓게 대화하기 위한 남북 당국 간 회담을 개최하자고 북측에 공식 제의한다’고 했다. 아울러 회담 제의 배경에 대해 “광복 70년, 분단 70년이 되는 2015년은 분단시대를 극복하기 위해 남북이 공동으로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중요한 시점”이라며 “남과 북이 만나 평화통일을 만들어 가는 방안을 협의해 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통일부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 명의의 ‘남북 당국 간 회담 새해초 개최하자’는 전통문을 김양건 북한 대남비서 겸 통일전선부장 앞으로 북측에 발송했다. 류 장관이 제안한 대화의 명의가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이기 때문에 지난 10월 무산된 제2차 남북 고위급 접촉과는 다른 남북 당국 간 회담이다. 지난 7월 발족한 통일준비위의의 부위원장은 2인으로서, 정부 측에서는 류길재 통일부 장관, 민간 측에서는 정종욱 인천대 석좌교수가 맡고 있다. 이 같이 통일준비위원회 정부 측 부위원장인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전격적으로 북 측에 1월 중 남북 당국 간 회담을 제안한 것은 분단 70주년인 금년(2015)에는 남북관계 경색국면을 타개하겠다는 적극적인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금번 남북 당국 간 회담을 제안한 주체는 통일준비위로, 박근혜 대통령이 위원장이라는 점에서 상징적 의미가 크다. 박 대통령의 강력한 후원 아래 남북 간 모든 현안을 놓고 포괄적 협의를 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이기 때문이다. 전권을 위임받은 남북 양측의 권력 핵심들이 얼굴을 맞대고 지리멸렬한 현안 논의와 복잡한 의제를 일괄타결식으로 해법을 찾자는 의미로 볼 수 있다. 또한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박 대통령의 의지가 강력하다는 점이다. 단순한 통일부 장관 차원의 회담 제안이 아니라, 박 대통령의 의중이 크게 반영된 제안이라는 점을 북측에 전달하려는 성격이 강해 보인다. 그리고 최근 북괴가 보내온 유화 제스처에 화답하는 성격도 있어 보인다. 북괴는 지난 16일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게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밝힌 데 이어, 24일에는 김양건 북한 대남비서 겸 통일전선부장이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을 초청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친서를 전달하면서 내년 초 남북관계 개선 의사를 표명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해(2014) 남북 간의 대화를 살펴보면, 2월에 1차 남북 고위급 접촉을 가졌고, 10월에는 인천아시안게임 폐막식 참석차 방문했던 북한 대표단(단장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고위급 회담을 가진 바 있다. 하지만 남북 군사당국자 접촉에서 북측이 남측의 대북전단 살포를 문제 삼으면서 2차 고위급 접촉은 성사되지 못했다. 그렇지만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 명의로 제안한 남북 당국 간 회담을 북 측이 호응해 회담이 성사된다면 주요 의제는 류 장관이 남북의 “상호 관심사”라고 밝힌 만큼 5ㆍ24 대북제재 조치 해제, 금강산관광 재개, 이산가족 상봉 문제 등이 모두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우리 남 측에서는 설을 계기로 이산가족 상봉을 최우선 순위로 협의할 것으로 보인다. 통일준비위의 다양한 내년도 사업계획도 회담에서 언급될 것으로 보인다. 주요 사업으로는 △남북한 간 언어ㆍ민족문화유산 보존사업 △이산가족 생사 확인 및 정례적 상봉 △비무장지대(DMZ) 세계생태평화공원 조성 △남ㆍ북ㆍ러 3자 간 나진ㆍ하산 프로젝트 추진 등이다. 지난해(2014) 남북관계는 경색된 가운데 머물렀다. 김정은은 지난해 신년사에서 “북남 사이 관계개선을 위한 분위기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으나 무력도발을 비롯한 각종 도발로 남북관계는 도리어 악화됐다. 박근혜 대통령도 “통일은 대박”이라며 통일시대 기반 구축을 강조했으나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통일준비위원회가 아무리 훌륭한 방안을 제시해도 북괴가 호응하지 않으면 대답 없는 메아리가 될 수밖에 없다. 남도 북도 실패를 인정하고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새롭게 출발해야 한다. 분단 70년인 금년(2015)을 맞아 년 초에 남북 당국 간 회담으로 시작하는 것은 상징성이 크다. 북괴가 남한의 회담 제의에 호응하면 박근혜 대통령의 신년회견은 북괴에 화답하는 자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북괴가 진정으로 평화와 통일를 원한다면 박 대통령이 직접 내민 새해 남북대화의 기회를 외면하지 말고 조속히 호응해야 한다. 김영시 한민족통일안보문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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