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천년 수도이며 민족문화의 본향인 경주에 국악의 맥을 이어오고 있는 정순임(72ㆍ사진) 명창이 있어 고도의 향기가 더욱 짙게 느껴진다. 수많은 문화유적지가 산재해 있는 문화재의 보고 경주의 대표적인 인간문화재인 정 명창은 우리민족 정서인 한과 멋을 혼으로 담아 내뱉는 흥겨운 가락으로 인해 정적인 유적지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있는 이시대의 진정한 소리꾼이다. 칠순을 훌쩍 넘겼지만 국악을 보존, 전승하고 보급과 후진양성을 위해 온 힘을 쏟고 있는 정 명창은 지금도 그를 필요로 한다면 어디든 가리지 않고 곧장 달려가 소리판을 벌이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목포가 고향인 정 명창은 그 당시 국악의 불모지나 다름없는 경주에 어머니 故 장월중선(1925~1998) 명창을 도와 1966년 경주시립국악원 창악 강사로 경주와 인연을 맺어 1972년 경주서라벌국악원 창악 강사, 1985년 신라국악예술단 창악 강사를 지낸 후 동국대 국악교수를 12년간 역임하기도 했다. 앞서 1962년 제1회 신라문화제를 통해 경주와 인연을 맺은 장월중선 명창은 1966년 경주시립국악원을 개원해 딸 정 명창을 비롯해 신영희, 안향련, 박계향, 안혜란, 김일구(아쟁), 백인영(가야금) 등 많은 후학들을 길러냈다. 정 명창은 판소리 명창이다. 2007년 경북도 무형문화재 제34호 판소리 흥보가 예능보유자로 지정됐다. 정 명창의 가계를 살펴보면 그야말로 ‘국악 명가’라고 할 수 있다. 1세대인 큰 외조부 장판개(예명 장학순), 외조부 장도순을 시작으로 2세대인 외숙 장영찬(본명 장주찬), 어머니 장월중선(본명 장순애)을 거쳐 본인까지 3대 130년 전통의 맥을 잇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국악 작곡과 아쟁의 대가인 남동생 정경호씨, 판소리와 가야금 병창, 아쟁을 겸한 여동생 정경옥씨를 비롯해 조카와 조카며느리, 외5촌 조카까지 국악의 모든 분야를 아우르고 있다. 문화관광부는 2007년 이 집안을 ‘판소리 명가 1호’로 지정했다. 정 명창은 지난 10월 23일 경주 서라벌문화회관에서 개최된 ‘제1회 선덕여왕대상 시상식’에서 선덕여왕의 정신을 계승 발전시키고 지역문화 창달과 여성권익신장에 지대한 공헌을 한 공로로 문화부문 ‘선덕여왕대상’을 받기도 했다. 6세 때부터 가야금과 소리를 배웠다는 정 명창은 판소리는 물론이고 가야금병창의 대가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보내야 할 당신’(배호), ‘비 내리는 고모령’(현인), ‘청춘의 꿈’(김용만) 등 대중가요도 가수 뺨칠 정도로 잘 부르는 소리에 관한한 만능 엔터테이너로서 연말을 맞아 이곳저곳에서 공연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정 명창은 “소리가 그냥 좋았습니다. 유일한 취미요 특기인 소리를 천직으로 삼고 있어 너무 행복하다”며 “아직도 건강하기 때문에 20년 후에나 현역은퇴에 대해 고민하겠다”고 말하면서 환하게 웃는 모습에서 대가의 면모가 물씬 풍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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