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적이 좋아도 방법이 잘못되면 의도한 효과를 거두지 못하거나 때로는 역효과가 난다. 경제정책에도 서민을 위한다는 정책이 잘못된 방법을 선택해 오히려 서민을 울리는 경우가 많다. 최근 아파트 경비원 대량 해고 움직임이 그 예다. 아파트 경비원들의 보수가 너무 낮다고 해 임금을 최저임금 수준 이상으로 올려주라는 법이 2015년부터 시행된다. 말할 것도 없이 이 법은 경비원들의 처우 개선을 위한 법이다. 그런데 현실은 이 법으로 전국의 25만명으로 추산되는 경비원들이 해고의 불안에 떨고 있다. 많은 아파트 단지에서 경비원들의 임금을 올려주는 것이 아니라 관리비 부담을 낮추기 위해 경비원을 줄이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이번 법으로 임금이 올라가는 경비원은 다행이지만 아예 직장을 잃게 되는 경비원은 무슨 날벼락인가? 박봉이나마 있는 직장마저 잃게 만들고 있다. 일부 정치인과 시민단체 인사들이 주장하는 전ㆍ월세상한제 도입과 임차인 계약 갱신권 보장도 비슷한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최근 전ㆍ월세 가격이 급격히 인상되니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해 전ㆍ월세 가격을 일정 비율 이상 못 올리게 하고 임차인에게 1회에 한해 계약기간을 연장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자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구구절절 임차인 입장에서는 좋은 정책이다. 야당에서는 이 법만 시행되면 전ㆍ월세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 생각해 정부가 이 법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정부의 다른 여러 부동산 법안을 통과시켜주지 않겠다고 한다. 이 법이 시행되면 과연 임차인의 권익이 나아질 것인가? 결론적으로 임대료는 올라가고 임차인은 더 불편해질 가능성이 크다. 우선 실효성이 의문시된다. 앞으로 임대료를 규제한다고 하면 법 시행 전에 임대료를 미리 올릴 가능성이 크다. 임대 수요가 많은 최근 상황에서는 더욱 그럴 가능성이 크다. 과거에도 정부가 임대료 규제를 시행한 적이 있는데 그와 같은 현상이 발생했다. 임차인에게 자동적으로 임대계약을 연장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것도 과거의 예를 보면 임대료를 더 받기 위해 더 이상 주택임대를 안 한다는 명분으로 기존 임차인을 내보낸 다음 일정 기간 후에 새로운 임차인을 구하는 식으로 규제를 피해가는 경우가 많았다. 이 경우 임차인은 할 수 없이 이사해야 하고 인상된 임대료로 새로운 계약을 하게 된다. 이 법 시행으로 우려되는 더 큰 문제는 장기적으로 임대주택 공급을 줄인다는 점이다. 임대주택 사업자인 다주택자에 대한 인센티브는 별로 없는 상태에서 임대인에게 불리한 규제를 하면 누가 임대주택 사업을 하겠는가? 임대주택 공급이 줄어들면 임차인은 더 어렵게 될 것이다. 이 밖에 비정규직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일정 기간 이상 비정규직을 고용하면 그 후 정규직으로 채용하도록 의무화하자 이를 회피하기 위해 그 기간 전에 비정규직 해고 사태가 발생한 것도 같은 예다. 이상의 예는 공통적인 잘못이 있다. 법률로 무엇을 정하면 국민은 무조건 그것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법률이 자기 이익에 맞지 않으면 회피하려 한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국민이 어려운 이웃을 더 배려하는 것은 필요하다. 그러나 도덕심만 믿고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너무 순진(?)하다. 또한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된다는 경제원리를 무시하고 있다. 즉, 가격을 변화시키려면 수요와 공급에 영향을 줘야 하는데 이것에 반대되는 규제를 통해 해결하려고 한다. 그 이유는 시장기능을 많은 국민은 불신하고 정부는 과신하기 때문이다. 시장기능이 완벽한 것은 아니지만 정부의 실패 또한 크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최근 규제완화를 강력히 주장하는데도 많은 규제가 신설되는 것은 이와 같은 국민의식과 무관하지 않다. 경제교육 혁신이 시급하다. 서민을 위한 경제정책이라고 경제원리와 다른 법칙이 적용되지는 않는다. `아니면 말고` 식으로 서민을 울리는 잘못을 하지 말아야 한다. 잘못된 법을 만드는 것은 오히려 아무 일도 안하는 것보다 못하다. 사단법인 선진사회만들기연대 공동대표 국가경영전략연구원(NSI) 원장 건전재정포럼 공동대표, NSI정책광장 대표 (전)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초빙교수 (전) 건설교통부 장관, 대통령 정책기획 수석비서관 (전) 경제기획원 경제기획국장, 조달청 차장, 기획예산처 차관 사단법인 선진사회만들기 연대 공동대표 최종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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