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을 것이 있으면 잽싸게 챙기면서, 일은 제대로 하지 않고 빈둥거리는 사람을 지목하여 “밥 처먹고(먹고) 할일이 그렇게 없느냐”고 하는 경상도 속어가 있다. 지금 이 속어에 아주 적합하게 처신하는 사람들이 ‘개헌특위 구성 결의안’을 제출한 여야 의원 36명이다. 국회의원들이 100일 이상 엉뚱한 짓하고 놀고먹더니 너무 편안해져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 지를 분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아니면 일하지 않아도 호사스럽게 살 수 있으니 안이해져 정신이 혼미해졌는지? 국가와 국민을 위한 애정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이 어려운 난국을 어떻게 타개하여야 할 것인가를 갖고 고뇌하는 그러한 국회의원의 모습을 국민들은 지금 바라고 있는데, 엉뚱한 곳에 온 신경을 쏟아 붓고 있으니 이런 국회라면 아예 없애버리는 것이 속 시원하고, 국가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고 하고 있다. 현재의 대한민국은 사면초가다. 일본은 아베라는 국수주의자가 총리로 등장하면서 자신들이 정립한 역사마저 뒤엎고 급기야는 자기들만 살겠다고 경기부양이란 명목으로 엔저라는 통화정책을 시행하여 국제경제 질서를 허물자, 이에 질세라 유럽중앙은행도 환율정쟁에 돌입하겠다고 애드벌룬을 띄웠고, 경제대국 중국마저 이 전쟁에 뛰어들었다. 유럽중앙은행(ECB) 마리오 드라기 총재는 지난 6일 경기 부양을 위해 일본식 양적 완화를 추진하겠다고 하였는데 예상 규모가 자그마치 1조유로, 한국화폐로 1 350조원이나 되는 엄청난 규모다. 금년도 우리나라 국가예산이 375조원인데 말이다. 마리오 드라기 총재는 이 사실을 기정사실화하면서 ECB 집행이사회가 만장일치로 동의하였다고 하였는데, 유로존 경제의 중심축인 독일까지 제조업이 흔들리고 설상가상으로 그리스 구제금융 시한이 임박하고, 스페인은 회복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자 특단의 조치를 취하였다. 더욱이 우리를 난감하게 하는 것은 중국마저 이 대열에 가담하기 시작하였다는 것이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지난 22일부터 금리를 인하를 단행하였다. 중국은 금년도 성장 목표인 7.5%에 미달하자 극약처방을 쓴 것이다. 중국의 통화완화정책이 본격적으로 시행된다면 세계경제는 걷잡을 수 없는 나락으로 빠지게 된다. 위안화 가치하락은 결국 중국 수출 물품의 가격마저 하락을 가져와 전 세계가 디플레이션 폭풍에 휘말릴 것이며 일본, 유럽은 토네이도급의 고통을 당하지만 한국은 핵폭탄을 얻어맞게 된다. 이 위기의 중심에 서있는 한국은 막막한 실정임에도 대통령 한 사람 빼고는 정치권의 행보가 천하태평이고 점입가경이다. 위기를 위기로 느끼지 못하는 국회의원들의 작태는 ‘노닥거리다’라는 표현 외에는 달리 말할 수식어가 없다. 총칼을 들고 싸우지 않았을 뿐, 전 세계가 경제전쟁을 하고 있는데 여야는 기싸움에만 골몰하고 있다. 기술 없는 목수가 연장 나무란다(탓하다)고, 정치권이 아직도 조선조의 당파싸움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 정치풍토병 때문에 이 모양 이 꼴이지 헌법이 잘못되어 이렇단 말인가? 무슨 염치로 헌법타령을 하고 있는가? 대한민국 건국 후 벌써 몇 번이나 개헌을 하였는가. 민주주의 정치체제의 대표적 국가인 미국은 1776년 7월 4일, 13개주로 건국할 때 공포한 헌법을 자구 수정, 삽입 정도는 하였지만 한국처럼 정권이 바뀔 때마다 개헌 소동을 벌이지는 않았다. 예를 보자, 미국 상원은 각주마다 2명의 의원을 선출한다. 그런데 주마다 인구편차가 얼마나 심한가, 캘리포니아 인구는 38 00만 명이 넘는다. 하와이는 120만 명 정도, 그런데도 상원의원은 똑같이 2명이다. 우리 같으면 백번도 더 바뀌었을 것이다. 왜 그들은 모순이 가득한 법을 바꾸지 않을까? 법을 자주 바꾸면 국민이 법을 신뢰하지 않게 되기 때문에 운영의 묘로서 법을 살려간다는 것이다. 지금 논의되고 있는 개헌의 중심에는 ‘분권형 제도’가 자리하고 있다. 현제 헌법은 대통령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제왕적 대통령제’이니 대통령과 총리가 권력을 나누어 갖자는 것이다. 과연 그렇게 하였을 때, 국정이 원활하게 추진될 것인가? 만약 대통령과 총리가 각각 다른 당에서 선출된다면 사사건건 충돌할 것인데, 우리는 실제로 경험을 하였다. 4ㆍ19 혁명 후 민주당이 집권하였지만 신ㆍ구파로 갈라져 사사건건 싸움질만 하다가 5ㆍ16이란 벼락을 맞았다. 오죽했으면 구파인 윤보선 대통령이 “올 것이 왔다”고 하였을까! 당파싸움에 이골이 난 DNA를 청산하지 않고서는 ‘분권형’은 말도 하지 말라! 지금도 국회에서 하는 꼴은 조선조의 당파싸움 그대로인데 권력을 나눈다고 어림도 없는 망상이다. 개헌을 하지 말자는 것은 아니다. 반드시 필요하다면 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국제사회에서 우리가 충분한 경쟁력을 갖고 어떤 환경에서도 당당하게 버티어 나갈 수 있는 국력을 가졌을 때 논의하자는 것이다. 국회를 없애자는 여론이 비등하고 있다. 정치에 대한 불신이 이처럼 높았던 때가 일찍이 없었다. 국회, 나아가서 정치권부터 먼저 개혁하고, 개헌은 그 다음이다. 이 치열한 국제경쟁에서 나라가 살아남을 정책부터 먼저 개발하는 정치인의 모습을 보고 싶다. “밥 처먹고 그렇게 할 일이 없느냐”고 국민들은 묻고 있다. 박영근 한동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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