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연말 국회에서의 내년도 정부 예산안 처리 문제 등을 놓고 연일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은 이로부터 한 걸음 물러서 경제ㆍ민생행보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말 ‘예산 국회’ 상황이 자칫 정쟁으로 치달을 것을 우려해 여야 간 쟁점 현안에 대해선 직접적인 언급을 자제하면서도 현장행보 등을 통해 ‘경제 활성화’와 ‘민생 안정’을 위한 각종 정책 과제 이행의 시급성과 당위성을 강조, 그에 대한 지지 여론을 확보하고 국회 차원의 협조 또한 구하고자 하는 의도로 풀이된다.
앞서 박 대통령은 중국ㆍ미얀마ㆍ호주 순방 일정을 마치고 지난 17일 귀국한 이후 현직 대통령으로선 처음으로 국내 농업 발전 방안을 모색키 위한 토론회를 직접 주재(19일)하는가 하면, 철공소 밀집 지역인 서울 문래동의 소공인(小工人) 특화지원센터 확대 개소식(21일)에 참석해 해당 분야 종사자들의 애로사항을 해결키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의사를 밝혔다.
개정 정부조직법 시행에 맞춰 국민안전처와 인사혁신처 등 신설 부처를 중심으로 한 장·차관급 인사도 즉각 단행했다.
박 대통령은 20일엔 새누리당 지도부와 만나 순방 성과를 설명하고,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내년도 예산안과 경제ㆍ민생 분야 중점 법안, 공무원연금 개혁안, 각종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등의 조속한 심사ㆍ처리를 통해 “(나라) 경제가 더 나아지고 국민에게 행복한 삶을 드릴 수 있도록 힘을 모아줄 것”을 거듭 당부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박 대통령은 이번 주에도 경제 관련 행사 참석 등을 통해 ‘경제 살리기’가 국정운영의 최우선 목표임을 강조하면서 국회가 내년도 예산안을 법정시한(12월2일) 내에 처리함으로써 정부 노력을 뒷받침해 달라는 메시지를 재차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23일 “규제개혁과 공공부문 개혁, 창조경제, 그리고 각국과의 전략적 FTA 등 모두 정부의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 따라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이것들이 차질 없이 이행되려면 국회가 예산과 입법을 통해 도와줘야 한다”면서 “그래야 우리도 경제 재도약을 위한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우리 정부가 “경제혁신 3개년 계획’과 확장적 거시정책 등의 내용을 담아 마련한 성장전략이 지난 15~16일 호주 브리즈번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당시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로부터 회원국들의 성장전략 가운데 최고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이와 관련, 박 대통령은 16일 귀국길 전용기 내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가 세운 전략을 실천하면 잘 해낼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갖고 정부나 여야가 모두 힘을 모아 3년 뒤엔 그 결과도 1등을 할 수 있도록 정말 열심히 하고 경제 살리기에 힘을 모을 때”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이외에도 공직사회 혁신 차원에서 공직자 등이 금품을 받으면 직무연관성이나 대가성이 없어도 형사 처분을 받도록 하는 내용의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안’, 이른바 ‘김영란법(法)’ 등의 법안 역시 속히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현재 여야는 정부가 역점을 두고 창조경제 관련 사업과 박 대통령의 공약 사항이기도 한 누리과정(취학 전 아동 보육료 지원) 등의 예산 편성 문제, 그리고 이른바 ‘사자방’(4대강 사업ㆍ자원외교ㆍ방위산업 비리) 관련 국정조사 문제 등을 놓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이어가고 있는 형국이어서 예산안과 법안 등이 박 대통령의 의지대로 ‘적기’에 처리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게다가 ‘사자방’ 국조의 경우 여야 간 합의로 추진되더라도 자칫 현 정부가 전임 이명박 정부와 각을 세우는 모양으로 비칠 수 있는데다, 그 조사 대상에 현 정부 고위직 또한 포함될 수 있다는 점이 청와대 등 여권의 고민거리가 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박 대통령은 오는 25일 국무회의를 주재할 예정이어서 이 같은 국회 상황 등의 언급이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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