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가을 행복` 끝에 `긴 겨울 고민`이 시작됐다. 사상 첫 4연패의 위업을 달성한 삼성 이야기다. FA시장이 열렸다. 올해는 어느 때보다 뜨겁다. FA들의 움직임에 눈과 귀가 쏠리고 있다. 특히 삼성은 5명이나 FA 자격을 얻은 만큼 어느 구단보다 `집안 단속`이 절실한 상황이다. 게다가 외국인 트리오와의 재계약 여부도 골치 아픈 일이다. 삼성은 올 시즌 한국 야구에 새 역사를 썼다. 프로 출범 33년 만에 처음으로 4년 연속 정규시즌와 한국시리즈를 모두 석권하면서 통합 4연패를 일궈냈다. `명문구단 삼성 왕조`를 구축했다. 모두가 하나가 돼 만든 결실이었다. 감독은 물론 코칭스태프, 선수들까지 `우승`을 위해 1년을 내달렸다. 우승까지 오는 길이 평탄하지 않았지만 모두가 공동의 목표를 위해 전진했다. 기쁨도 잠시, 이젠 다음 시즌을 준비해야 한다. 꼭 필요한 FA와 외국인 선수는 반드시 잡아야 한다. 그러나 `쩐의 논리`가 지배하는 현실은 만만치 않다. 윤성환, 안지만, 권혁, 배영수, 조동찬 등 20일부터 원소속 구단인 삼성과 FA로서 협상 테이블에 앉는다. 어느 한 명의 선수도 허투루 조건을 건넬 수 없을 정도로 저마다의 존재감을 보여주면서 `최강 삼성`을 만드는데 힘을 보탰고, 3~4년 후까지도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윤성환과 배영수는 선발, 권혁과 안지만은 좌우 불펜으로서 `지키는 야구`를 만든 일등공신들이다. 조동찬 역시 2루, 3루를 두루 맡을 수 있는 유틸리티 플레이어로서 활용도가 높은 선수다. FA 선수들은 요구 조건, 구단은 제시액을 쉽게 털어놓지 않은 채 긴 줄다리기가 불가피한 모양새다. 이제부터는 삼성 구단이 `갑`이 아니라 FA 선수들이 `갑`으로서 협상을 주도할 수 있는 상황이다. 외국인 선수들도 비슷하다. 벤덴헐크는 포스트시즌 내내 일본 진출설이 끊이지 않았고, 최고의 한 해를 보낸 나바로 역시 들썩이고 있다. 한국 무대를 거쳐가는 용병들의 꿈은 늘 메이저리그에 있기 마련이다. 차선책은 한국 잔류가 아닌 일본 진출이다. 몸값의 차이가 워낙 뚜렷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삼성은 `용병 잔혹사`에 시달렸다. 심사숙고 끝에 용병을 영입해도 결과는 그리 좋지 않았다. 지난 시즌에 영입한 카리대는 지금까지도 `최악의 먹튀`로 회자되고 있다. 오죽하면 류중일 감독이 "용병 덕을 보고 싶다"고 털어놨을까. 올해는 용병 덕을 톡톡히 봤다. 밴덴헐크와 나바로가 통합 4연패을 달성하는데 앞장 섰다. 마틴도 힘을 보탰다. 이제 남은 결정은 `잔류냐, 포기냐`다. 쉽지 않은 결정이다. 외국인선수의 경우에도 연봉 상한선이 폐지됐다. 돈으로 승부를 걸 수 있다. 그러나 메이저리그는 말할 것도 없고, 일본 구단과도 특정 선수를 놓고 몸값 경쟁을 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임을 잘 알고 있기에 냉가슴을 앓을 수 밖에 없다. 특히 벤덴헐크와 나바로는 꽉 잡고 싶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짝사랑`이 될 확률만 높아지고 있다. 밴덴헐크는 한국 무대를 2년 경험했다. 2013시즌 24경기에서 7승9패로 3.95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뒤 재계약에 성공했다. 빠른 공을 가진 것이 가장 큰 매력이었다. 올해는 25경기에서 13승4패와 평균자책점 3.18, 여기에 180개의 탈삼진을 솎아냈다. 평균자책점과 탈삼진 2관왕을 차지했다. 한국에서 업그레이드된 케이스다. 삼성 잔류에 대해선 말을 아끼고 있다. 나바로는 `한국형 용병`으로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올 시즌 삼성의 내야와 타순의 고민을 한꺼번에 해결한 주인공이다. 올 시즌 125경기에서 154안타(31홈런)로 0.308의 타율과 함께 98타점 118득점, 25도루를 기록했다. 힘과 스피드를 지닌 `신개념 1번`으로 자리매김했고, 2루에서 안정적인 수비를 보였다. 한국시리즈 MVP까지 차지했다. 삼성도 꽉 잡아놓고 싶은 선수다. 한국시리즈 MVP로 선정된 뒤 "내년에도 한국에서 뛰고 싶다"며 환하게 웃었지만 결과는 아무도 알 수 없는 일이다. 올해 잘 했다고 두배, 세배의 몸값을 요구하면 아무리 삼성이라도 감당할 수 없는 탓이다. 마틴은 굳이 붙잡아야 할 이유가 없는 투수다. 올 시즌 성적이나 내년 시즌 기대치가 모두 평균 이하이기 때문이다. 삼성의 `가을 축제`는 끝났다. 기쁨 뒤에 따라다니는 `겨울 몸살`을 어떻게 극복할지 관심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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