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민들의 삶의 터전인 바다는 공동재산 입니다. 어민들 스스로가 바다를 깨끗이 하고 환경을 보호할 때 뒤를 이을 후손에게 아름다운 어족자원을 물려줄 수 있습니다”
13일 오전 경북 동해안의 최대 어업전진기지에서 어민들의 풍요로운 삶을 위해 고민하고 연구하며 불철주야로 뛰고 있는 구룡포수협 연규식(54)조합장을 만났다.
어린아이처럼 순수하고 귀공자 같아 어업하고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는 첫인상이다.
그는 8년 동안 조합장으로 업무를 총괄하고 있지만 온유하고 정 많은 직원 같은 조합장이다. 직원들과 격의 없는 대화로 소탈하다. 업무에서는 직원들의 작은 소리에도 귀 기울이고 신중한 협의를 거쳐 일단 합의가 도출되면 신속히 업무를 처리한다.
조합의 중요한 업무 때마다 직원들의 내부 의견을 충분히 종합해 듣고 의견에 따라 일을 처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007년 조합장에 당선되자 곧바로 전임 조합장이 타던 업무용 고급승용차 대신 승합차를 구입해 손수 운전하며 출퇴근하고 있다.
도저히 고생하는 어민들 앞에 고급 승용차를 타고 나타날 수 없다는 것이다. 그가 평소에 해오던 검소한 생활이자 예의와 지역사회에 대한 겸손이 묻어 있다.
어민 2300여명을 대표하는 조합장 이지만 어렵고 힘들게 생업을 위해 살아가는 분들 앞에 고급 승용차를 타고 다니기에 마음이 불편할 뿐만 아니라, 단돈 1원이라도 조합경비를 절감해야 한다는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그는 어업에 종사하는 조합원들이 똘똘 뭉쳐 수협중앙회를 변화시켜야한다고 했다. 지도하고 이끌어줄 중앙회가 무엇을 해주기보다 어촌계 중심으로 주인의 자리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겉치례 행사와 의전절차를 줄이고 원칙과 기본이 바로 서는 중앙회가 돼야 하기에 형식을 떠나 어민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했다.
그는 직업상 이른 새벽이면 시원한 바다가 있는 위판장으로 출근한다. 위판장이 여러 곳에 흩어져 있기에 순회하면서 어민들의 크고 작은 애로사항을 일일이 챙기는 것이 하루 일과의 시작이다.
바다보호를 위해서도 분주하게 움직인다. 후손에게 물려줘야할 바다는 깨끗해야 한다. 일부 어민들이 해상에서 버리는 각종 쓰레기와 폐그물로 인해 물고기가 죽어간다. 바다에서 누가 보지 않아도 스스로 법을 지켜야 어장을 보호 할 수 있다.
어민들 의식을 변화시키려면 5년마다 어업면허 갱신 때 교육이 꼭 필요하다. 교육을 이수한 어민에게 어업을 할 수 있도록 법이 마련돼야 바다환경이 변화된다.
연 조합장은 어선들이 정박해 있는 부두를 볼 때마다 어민들이 버린 각종 쓰레기로 고민하다 2008년 CCTV 30대를 설치하고 중점 지도단속에 들어갔다.
그 결과 부두의 쓰레기가 확연히 줄었고 해상에서 수리하던 어선들도 자취를 감춰 지역민들로부터 칭송을 듣고 있다.
어민들이 어촌에서 잘 살기위해서는 구룡포 연안에서 잡히는 수산물의 브랜드가치를 높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2월 ‘제3회 구룡포 수산물 한마당 잔치’를 한 달 동안 열고 구룡포 대게, 오징어, 문어, 과메기 등을 전국에 알리는 행사를 가졌다.
이로 인해 각종 수산물은 시중가보다 10~15% 이상 저렴하게 판매해 외지에서 찾아오는 소비자들로부터 찬사를 받았다.
수산물 한마당 잔치에서 3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주변 상가 매출 등을 합하면 100억원에 달하는 지역경제 파급효과를 거두었다.
특히 행사기간 중 ‘구룡포 100년을 보다’라는 주제의 100여년 전 ‘근대문화역사 일본 거리’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는 테마행사로 구룡포의 아름다움과 또 다른 이미지를 선사했다.
구룡포수협 조합원들은 바다에서 일어나는 각종 해난사고에 몸을 아끼지 않는다.
지난 4월 19일 진도 앞바다에서 세월호 침몰 당시 구룡포수협 소속 27강룡호, 25일 성, 132선양호 채낚기 어선 3척은 경남 남해군 미조항에서 오징어 조업도중 해양수산부의 수색구조작업 요청에 따라 긴급 출항해 23시30분께 사고현장에 도착 실종자 야간 수색작업을 지원했다.
수색작업에 참여한 선장과 선원들은 수일동안 어두운 밤바다에서 불을 밝히고 단 한사람의 생존자라도 찾기 위해 낮에는 대기하고 야간에는 사고현장으로 달려가 수색작업을 도왔다. 연 조합장도 2번이나 사고현장을 찾아 구룡포 수협 소속 어선들이 실종자 수색작업에 동참하는 선원들을 위로하고 격려했다.
연 조합장은 지난 8년 전 구룡포 수협 조합장으로 당선됐다. 그는 조합장을 하려고 출마를 한 것은 아니다. 갑자기 조합장 자리가 공석이 됐기 때문이다.
당시 주변의 강력한 권유도 있고 해서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이 진심으로 어민들을 내 가족처럼 섬긴다면 될 것이라는 생각에 뛰어 들었다.
8년이 지난 지금도 출마당시 마음으로 초심을 버리지 않고 개인의 사욕을 멀리하고 오직 조합원들의 이익을 위해 힘써 봉사하는 마음으로 일하고 있다.
조합경영에서도 특별한 업무가 아니면 직원 조회는 하지 않는다.
중요 사안은 부서별 회의가 더 효과적이라는 판단에서 부서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중점 토의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방식이 더 신속하고 효율적이다.
조합장으로 업무가 많다. 그러나 주변을 한번 돌아보면 어려운 이웃들이 보인다. 조합은 ‘초록우산 어린이 재단’을 돕고 조합 어업인 자녀들에게는 매년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구룡포수협은 임직원, 대의원, 어촌계장까지 맡은 바 임무를 성실히 수행하고 있기에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조합이 단합해서 일 하고 있어 자랑스럽다.
연 조합장은 개혁경영으로 2008년부터 수협중앙회 경영실태평가에서 6회 연속 1등급을 받았다.
지난해는 조합설립 87년 역사상 최고액인 위판고 1000억원 등을 돌파한 공로로 올해 국가산업훈장인 철탑산업훈장을 수상했다.
연 조합장은 충북 청주출신으로 1967년 부모님을 따라 구룡포에 정착 한 뒤 구룡포 동부초등학교, 포항대학교, 위덕대학교를 졸업, 계명대 경영대학원을 수료했으며, 한국ㆍ러시아 어업위원회 위원, 수협감사 등을 역임하면서 어업현대화 사업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편 연규식 조합장은 수협중앙회 비상임이사, 수협중앙회 어업인 문화복지재단 이사, (사) 한국어촌어항협회 비상임이사, (사)한국수산산업 총 연합회 이사, 해양수산부 동해어업 조정위원회 위원장 등을 맡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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