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은 인간의 삶을 윤택하게 살찌우는 것이다. 아직도 아시아 소수국가에서 문명의 이기를 포기하는 인권찬탈행위가 공공연하게 자행되고 있어 민주주의를 퇴보시키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최근 중국 당국이 체포한 탈북자 30여명 중 일부를 이미 북송(北送)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 소식통은 “2월 초 두만강을 건너 중국에 입국했던 탈북자 9명이 지난 주말 북송돼 함경북도 온성군 보위부에서 조사 중”이라고 밝혀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이들은 한국행을 위해 중국 옌지(延吉)에서 창춘(長春)으로 이동하던 중 중국 공안에게 붙잡혔던 탈북자들로 알려졌다.
또 탈북자 단체인 NK지식인연대는 중국 현지 소식통을 인용, “창춘으로 가는 열차 안에서 체포된 탈북자 3명이 지난 17일 투먼으로 이송된 뒤 지난 20일 북송됐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국가안전보위부 요원과 인민보안원(경찰), 당 간부들이 이들(북송된 탈북자)의 가족들을 찾아와 온갖 협박을 하며 추가 조사 중”이고 “시범적으로 공개처형 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고 전했다.
탈북자 구출운동을 벌여온 NK지식연대의 바다선교회의 목사는 “최근 선양 등에서 붙잡힌 24명이 지난 주말 북송됐다”며 “나머지 탈북자들도 북송이 임박했다”고 전했다.
체포된 탈북자 30여명의 강제 북송을 막기 위해 한ㆍ중 양국 정부가 접촉을 벌이는 상황에서 중국이 탈북자 북송을 강행했다는 소식이다.
한편, 정부는 27일 제네바에서 시작되는 유엔인권이사회에서 탈북자 문제의 심각성을 거론했다. 지난 주초 서울 종로구 효자동 주한 중국 대사관 앞에서 열린 ‘탈북자 체포ㆍ강제 북송 반대 캠페인’에 세상 누구보다 참석하고 싶었던 한 여고생은 끝내 발길을 돌렸다.
김일심(17)양은 최근 중국 공안에 체포돼 강제 북송 위기에 처한 탈북자 30여명 가운데 북한에 혼자 남았던 남동생(15)이 포함됐다는 말을 듣고 며칠 밤을 새워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에게 편지를 썼다. “동생을 강제 북송하지 말아 달라.”는 이 편지를 이날 중국 대사관 앞에서 읽으려고 했으나 읽지 못했다.
얼굴이 공개되면 중국 공안에 억류돼 강제 북송을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남동생에게 나쁜 일이 생길까 싶어 행사장 주변 먼발치에서만 캠페인을 지켜봤다.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님, 동생과 단 며칠이라도 살아보고 싶습니다. 좋은 옷 한번 못 입어보고, 따뜻한 쌀밥 한번 제대로 못 먹어보고 죽을 수밖에 없는 동생을 생각하면 가슴이 찢어집니다. 동생을 살려주십시오. 제발 살려주시면 주석님께 평생 감사하면서 살겠습니다.”고 약속했다.
또 편지에서 김양은 “부모 없는 세 남매가 함께 모여 살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호소했다. 김양의 남동생은 지난달 초 북한을 탈출했다가 중국 공안에 붙잡혀 강제 북송을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인권 단체들에 따르면 최근 중국 선양 등에서 한국행을 시도하다 중국 공안에 체포된 탈북자는 30여명에 이르고 “한국행을 시도하다 붙잡혔기 때문에 북송되면 생사를 보장할 수 없다”고 전했다.
우리는 얼마 전 TV에서 아프가니스탄 사태와 관련해 탈레반 병사가 회교율법을 어겼다는 이유로 차도르 쓴 여인의 머리에 총을 겨냥하는 장면을 수없이 반복해 봤다.
과거 베트남전쟁 때 월남의 장교가 생포한 베트콩의 머리에 총을 쏘는 장면은 전쟁의 참혹성을 더해준다. 러시아로부터 독립운동을 벌이고 있는 체첸 공화국은 얼마 전 간통과 살인을 저지른 범죄자들을 공개처형했다.
수도(首都)의 광장에서 거행된 공개처형 장면은 TV로 중개돼 국제사회로부터 엄청난 비난을 받았다. 그러나 체첸의 경우는 중국이나 북한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중국은 대형 부패 스캔들이나 마약사범에 대해서는 종종 공개처형을 통해 징벌적 효과를 높여왔다. 중국당국은 지난해 대형 뇌물사건과 관련해 장시성 전 부성장 을 공개처형했으며, 한국인 마약사범을 공개 처형하기도 했다.
북한은 공개처형이 워낙 일상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도시마다 공개처형 장소가 정해져 있을 정도다. 예컨대 함흥은 영대다리, 신의주는 비행장, 평양은 대성구역 부근이 공개 처형장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 지역에선 처형이 한 달에 1~2회 이뤄지는데 현장에는 반드시 가족들을 입회 시킨다. 처형 대상자에게는 말을 하지 못하게 입에 돌을 물린다. 공개 처형의 징벌적 효과에 대해서는 양론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미개시대로 돌아가는 것이어서 인권을 무엇보다 강조하는 현대국가로서는 문명의 포기나 다름없는 것이다. 세계 각국들이 사형 제도를 폐지하고 있는 가운데도 아시아의 일각에서는 아직도 이 같은 공개 총살형이 자행되고 있다. 이는 문명의 충돌인가, 문명의 포기인가?
논설위원 배동현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