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고위급 접촉의 사실상 무산으로 남북관계가 급격히 냉기류를 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월 첫 고위급 접촉 이후 상당기간 냉기류가 흘렀던 양측의 관계는 지난달 4일 북한 고위급 대표단의 인천방문을 계기로 풀리는 듯 했다.
그러나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삐라) 살포 문제로 양측이 군사분계선(MDL)에서 상호 총격을 가하는 사건까지 발생하는 등 어렵게 살린 대화 국면에 이상 기류가 발생했다.
북한은 이후 본격적으로 대북 전단 문제를 남북 고위급 접촉과 연계시켜 나오며 대화 국면에 어깃장을 놓았다.
정부 역시 `헌법의 가치`를 언급하며 민간 차원의 대북 전단 살포에 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하는 등 양측은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결국 북한은 지난 1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의 성명을 통해 "대북 전단 살포 중단 없이는 대화도 없다"는 협박성 발언을 가했고 정부는 이에 "사실상 고위급 접촉은 무산됐다"며 미련을 버렸다.
전문가들은 이번 고위급 접촉이 끝내 무산될 경우 남북의 냉각기가 장기화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양측이 각기 정상급 인사를 제외하고 최고위급이라고 꼽을 수 있는 인사들의 회담을 통해 마련된 대화 국면이 깨질 경우 다시 이를 되살릴 뾰족한 계기를 마련하지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또 남북이 이번 국면에서 `헌법의 가치`, `최고지도자에 대한 모독` 등 물러나기 어려운 가치를 충돌시킴으로써 갈등의 양상을 극대화시킨 점도 향후 양측의 보폭을 제약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다만 북한이 우리 측의 `사실상 무산` 발언에 대해 공식적으로 고위급 접촉이 무산됐다는 표현을 아직 구사하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남북의 대화 가능성이 남았다는 점은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은 이날 노동신문을 통해 "우리의 최고 존엄과 체제를 중상모독하는 자들과 마주앉아 대화를 하고 관계개선을 논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면서도 당면한 고위급 접촉이 무산됐다는 언급은 하지 않았다.
북한 공식 기구 역시 아직까지 우리 측의 입장에 대한 언급을 내놓진 않고 있다.
통일부를 비롯한 정부도 이날 고위급 접촉 등에 대한 추가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북한의 태도 여하에 달려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고위급 접촉이 사실상 무산되는 상황에서도 남북이 5년여만에 북측 지역인 평양에서 겨레말 큰사전 편찬회의를 개최하고 북한 역시 우리 측 연천에서 열리는 국제 유소년 축구대회에 대표단을 파견하는 등 교류를 이어가고 있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하지만 양측이 앞서 합의한 일정인 11월 초가 지나갈 경우 남북의 정치 일정 상 고위급 접촉 성사가 힘들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우리 측은 이달 중순 경 육해공군이 모두 참가하는 호국훈련이 예상돼 있다.
올들어 한미연합군사훈련 등 우리 측의 대규모 군사훈련에 대해 빠짐없이 민감하게 반응했던 북한의 입장에선 현 국면에서 이를 빌미삼아 우리 측에 대한 비난전을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
북한 역시 12월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3주기 등 중요한 정치 일정이 예정돼 있어 남북 간 긴밀한 대화를 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 시도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어 북한의 입장에서는 지속적으로 이를 지목해 비난을 이어갈 것으로도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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