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시대 방송을 통해 ‘나는 연예인이다’라는 TV 프로그램이 시청자들로부터 인기와 관심을 끌고 있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이러한 시대에 ‘나는 기자다’라는 자기 정체성이 뚜렷한 이 한마디가 많은 사람들을 긴장하게 할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기자다!’라고 말하기에 앞서 ‘나는 기자인가?’라는 자기 반성적 의문을 먼저 생각해 보자, 정부도 은행도 못 믿을 시대에 내가 과연 기자 일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비단 기자뿐 아니라 공직자를 비롯한 사회 모든 이들이 ‘나는 누구’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자질을 갖추고 자기 일에 충실히 했는지에 대해 의문이 들 것이다. 감독관이 감독관답지 못하고, 정치인이 정치인답지 않고, 더 나아가 국민이 국민답지 못한 지경에 이르는 등 ‘답지 못한 것’의 천지에 사는 것이 불행하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기자라 하면, 사람들을 지면에 옮겨놓기가 갈수록 어려움을 느낄 때가 많을 것이다. 그 중에서도 슬슬 이야기를 시작하려고 하면 ‘사이비’인양 의심하는 반응을 보일 때가 가장 곤혹스럽울 것이다. 그런가 하면 이런 말도 나온다. “에이, 이런 게 기사가 됩니까” 신문에 내 이야기가 실릴 만 한 것이냐는 반문이다. 연일 정치권의 입방아와 온갖 흉측한 사건이 지면을 도배하고 있기에, 또 ‘가까이 하기엔 너무 높은 이들’만이 넘쳐나고 있기에 나타나는 반응일 것이다. 사는데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어렵고 심오한 거대담론이 지면을 차지하는 것도 한 이유일 것이다. 이렇게 보면 신문에 어찌 나 같은 사람의 이야기가 비집고 들어갈 공간이 있겠느냐고 묻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또 행여나 처음 보는 기자에게 말실수나 해서 피해나 보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있을 것이다. 사실 취재에 응하는 게 어찌 보면 ‘취조 당하는 것’이 될 법도 하기 때문이다. 현재 보도를 통해 매일 각종 범죄유형별 죄질의 정도가 새삼 떠오른다. ‘가짜’, ‘짝퉁’으로 통용되는 사이비가 최근 지역에서 활개치고 있다는 소식은 광주, 전남지역에서 언론사 소속(환경신문, (특)중앙지, 인터넷)기자들이 이권 개입이나 책자 강매, 광고 강요 등 언론의 정도에서 벗어난 기자들을 무더기 적발, 구속 기소했다는 보도다. 특히 이들은 지자체에서 만들어준 홍보내용으로 기자활동, 기획기사 한번 쓰보지 못하는 기자로 분류된 가운데 신문 구독 등을 강요했다는 보도에는 참으로 부끄럽고 개탄스러운 일이다. 또한 이들은 기자의 본업인 취재는 제쳐두고 사교에만 열중, 홍보기사가 나오면 해당기관 또는 기업체의 간부를 찾아가거나 전화로 생색을 내는가 하면, 기사는 쓰지 않으면서 약점을 잡아 은근히 겁을 주는 전형적인 사이비로 보도를 통해 알수 있다. 한편 우리는 유독 기자에게만 ‘사이비’라는 낱말을 붙이지만 현실은 사이비 천국이다. ‘칼 안 든 강도’, ‘허가 낸 도적’ 등 사이비 짓 하는 공직자에 대한 국민의 페이소스가 있다. 그래서 우리는 다시 한 번 ‘나는 누구다’에 부합되는 상식적인 직업관과 직업윤리를 되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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