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3일 오전 청와대에서 통일준비위원회 제2차 전체회의를 주재하면서 “고위급 접촉을 남북관계 개선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며, “지금 핫이슈인 5ㆍ24(대북 제재) 문제 등도 남북한 당국이 만나 책임 있는 자세로 진정성 있는 대화를 나눠 풀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이 지난해(2013) 2월 대통령 취임 이후 5ㆍ24 조치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로 인해 2010년 3월 26일 우리 해군 장병 46명의 목숨을 앗아간 북괴의 천안함 폭침 도발에 대응해 같은 해 5월 24일 정부의 대북 제재조치로 단행한 5ㆍ24 조치에 대하여 해제 또는 완화 문제에 대한 논의가 국내에서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며, 또한 향후 남북대화의 ‘핫이슈’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뿐만 아니라 남북교류를 사실상 전면 중단케 한 5ㆍ24조치가 취해진 지 4년 만에 남북관계가 전환을 맞게 될 중대 기로에 선 셈이다.
또한 정부 당국자는 “5ㆍ24 조치를 논의할 수 있다는 대통령의 언급은 말 그대로 의제에 올릴 수 있다는 것”이며, “고위급 접촉에서 5ㆍ24조치 등 남북대화 의제가 정리된다면 후속 대화에서 5ㆍ24조치 해제 여부 협의가 본격화될 것이다”고 하면서, “그러나 우리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북괴의 책임 있는 조치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5ㆍ24 해제 문제를 남북 논의 테이블에 의제로 올릴 수 있다는 내용 자체는 새로운 것은 아니다. 정부는 그동안 2차 남북고위급 접촉이 개최되면 5ㆍ24 조치 해제, 금강산 관광 재개 등 북측의 관심사도 두루 논의할 수는 있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혀 왔다.
이에 우리 정부는 지난 13일 북괴에게 2차 고위급 접촉을 오는 10월 30일 판문점에서 열자고 제안했다. 북괴는 지난 15일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장성급 회담(남 류제승-북 김영철)에서 5ㆍ24조치 해제를 우리 측에 요구한 것을 볼 때 2차 고위급 접촉에서 이 문제가 논의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는 출범 이후 북괴로부터 천안함 폭침에 대해 국민이 납득할 만한 책임 있는 조치를 얻어내야 5ㆍ24조치를 해제할 수 있다는 원칙을 밝혀 왔다. 그 ‘책임 있는 조치’가 무엇인지에 대해선 명쾌하게 설명한 적은 없다. 통일부 관계자는 “북괴와의 협의 과정에서 조치의 수준과 내용이 결정될 것이다”고 말했다. ‘책임 있는 조치’는 이명박 정부 시절 내걸었던 ‘사과 및 재발방지 약속, 책임자 처벌’보다는 수위가 낮아진 표현이다.
한편 민간 연구자들은 “우리 정부가 내세울 여러 의제를 자연스럽게 대화 테이블에 올려놓고 5ㆍ24조치 해제와 함께 얘기해 관철시켜야 한다”며, “북괴의 책임 있는 조치만 요구하는 것으로는 의미 있는 남북관계 진전의 토대를 만들기 어렵다”는 주장, “5ㆍ24조치 해제를 협상의 목표가 아니라 남북관계 정상화의 수단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하는 주장 등은 ‘다른 대북 의제와 포괄 협상을 통해 북한의 민생 인프라 개선, DMZ 세계평화공원 조성, 이산가족 문제의 근본적 해결 뿐 아니라 북핵 해결까지 큰 틀에서 논의하는 창의적 대북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반면 ‘5ㆍ24조치를 다른 의제와 연관해서 풀면 5ㆍ24조치의 근본원칙을 훼손하는 것이다’고 하는 지적도 있고, 또한 5ㆍ24조치 해제를 위한 대화가 시작되면 우선 일부 항목부터 풀어 협상력을 높일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이 같은 정세에서는 아래와 같은 5ㆍ24 조치 해제의 선결조건을 북괴에 강력히 요구해야 한다.
첫째, 북괴는 도발에 대해 사과하고 배상하도록 해야 한다. 북괴는 천안함 폭침 도발에 대하여 우리 대한민국과 국제사회 앞에 사과하고, 사건 관련자들을 즉각 처벌해야 한다. 또한 우리가 입은 인적ㆍ물적 피해에 대해 배상해고, 천안함을 공격한 잠수정(연어급)을 우리 측에 인도해야 한다.
둘째, 북괴는 해상NLL과 서해5도의 법적지위를 인정하고 무력도발을 하지 않겠다고 확약해야 한다. 북괴는 1999년 9월 우리 수역에 해상군사분계선과 군사수역을 설정한 후 해상도발을 계속하고 있다. 또 2007년 12월 제7차 남북 장성급 회담에서 NLL 남쪽 해상을 가로지르는 서해 경비계선을 일방적으로 주장하고 2009년 1월에 NLL을 무효화했다. 2009년 5월에는 서해5도의 법적지위를 부정하고, 서해5도 수역에서 활동하는 대한민국 함정과 선박의 안전을 보장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후 2010년 천안함을 폭침하고 서해5도를 포격했다. 2013년 3월에 정전협정을 무효화하고, 최근까지 NLL에서 도발을 일삼고 있다.
이 같은 북괴에 대한 최소의 요구가 모두 만족되지 않으면 5ㆍ24조치의 부분적 또는 전면적 해제와 완화를 해서는 안 된다. 만약 북괴가 이번에 이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국방부는 행동에 나서야 한다. 우리 국방부장관이 2010년 5월 24일에 약속한 군사적 대북응징을 시작해야 한다.
김영시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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