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대부터 현재 까지 환갑을 훌쩍 넘긴 국내 철강업계는 지금 최악의 위기를 맞고있다.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철강산업 태동 이래 위기가 아니었던 시기가 없었지만 올해는 정말 힘들다. 건설, 조선 등 수요산업이 바닥을 기고 수입산이 판을 치면서 철강산업도 존폐의 기로에 있다”고 털어놓았다. 1997년 IMF 위기가 닥쳐을 때 한보철강 등 철강업계에서 주목을 받았던 회사들이 잇따라 쓰러졌다. 한보그룹 22개 계열사가 부도를 맞고, 하청업체 35곳이 641억 원의 부도를 내고 3000명이 넘는 실직자를 양산했다. 철강업계 관계자들은 지금 상황이 당시와 다르지 않다고 얘기한다. 특히 2008년 리먼사태 이후 계속된 글로벌 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철강업계가 받고 있는데, 아직도 그 끝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이를 입증하듯 지난달 18일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제38회 철강산업 발전 포럼’현장은 침울하다 못해 적막했다는게 참석자의 증언이다. 매년 열리는 행사지만, 올해는 예년보다 특별히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고 한다. 철강업체들이 수 많은 자구책을 내놓아도 국내외 현실은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건설, 조선, 자동차 등 철강산업의 3대 수요산업 중 자동차를 제외한 건설ㆍ조선이 극심한 부진을 겪고 있는 탓도 있다. 건설산업은 주로 주택사업을 해 왔던 중견 건설사들이 워크아웃ㆍ법정관리 신세에 들어가면서 수요가 줄었다. 조선산업의 경우 최근 국내 기업들의 수주 사례를 찾아볼 수 없다. 조선업계의 시가 총액이 15조원이나 줄었다는 충격적인 뉴스도 나온다. 게다가 철근, H형강, 후판 등 대표적인 철강재는 저가 중국산이 밀려 들어오면서 국내 시장을 교란시키고 있다. 해외 국가들의 무역 규제 또한 도를 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캐나다 국경서비스청은 최근 한국, 터키, 중국산 콘크리트 철근에 대해 덤빙 예비판정을 내렸다. 국내 업체 중에서는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이 대상이 됐다. 이번 예비판정은 아르셀로미탈 LCNA, 알타스틸 등 캐나다 업체들이 반덤핑 제소를 한 것이다. 내년 초 캐나다 국제무역위원회(CITT)는 최종판정 결과를 내린다. 지난 17일 동부제철은 숙원사업으로 여겼던 전기로 열연공장 가동을 올해 말에 잠정 중단한다는 공문을 각 협력사에 보냈다. 2007년 9월 준공된 후 7년 만의 일이다. 지금 철강업계의 어려움이 비단 동부제철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한 때 영업이익률이 20%를 넘나들던 포스코마저 5%대로 주저앉은 상황이다. 또 계열사 전반을 구조조정 대상에 올려놓고 고강도 개혁을 추진중이다. 유동성 위기에 몰린 동국제강은 최근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알짜 계열사인 유니온스틸을 흡수합병키로 결정했다. 이런 가운데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철강산업이 제조업이 아닌 고부가가치산업화와 토털 솔루션(Total Solution) 형태로 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철강업계는 대형 전기로, 고로를 통해 수천t의 동일한 제품을 생산하면서 대표적인 제조업으로 인식돼 왔다. 그것도 정해진 생산라인에 맞춰 제품을 공급하는 철저히‘공급자’중심이었다. 즉 이런 인식을 바꿔 고객의 입장에 맞춰 ‘수요자’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철강산업 전문가는 “그동안 철근, 형강 등 일부 제품들의 성능을 업그레이드해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만드는 사례는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각 제품군별 생산부터 가공, 배송, 납품, 설치에 이르기까지 전체를 책임지는 토털 솔루션(Total Solution)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확연하게 예전과 다른 모습”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정부 차원의 대책마련 수립과 더불어 업계 스스로가 고부가가치 제품을 개발해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결국 ‘산업의 쌀’이라고 하는 철강산업의 동반 침몰을 막아내기 위해서는 국가적 지원방안 모색이 시급해 보인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 제보하기
[메일] jebo@ksmnews.co.kr
[카카오톡] 경상매일신문 채널 검색, 채널 추가
유튜브에서 경상매일방송 채널을 구독해주세요!
댓글0
로그인후 이용가능합니다.
0 / 150자
등록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이름 *
비밀번호 *
비밀번호를 8자 이상 20자 이하로 입력하시고, 영문 문자와 숫자를 포함해야 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복구할 수 없습니다을 통해
삭제하시겠습니까?
비밀번호 *
  • 추천순
  • 최신순
  • 과거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