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지인이 다니던 직장에서 퇴직을 했다. 신고도 안했는데 6월에 집으로 건강보험증이 배달돼 그런대로 기분이 좋았단다. 자녀들은 아직 학생이고 직장 다니는 가족이 없어 지역보험자격을 취득한 것이다. 그런데 6월말에 보험료를 납부하라는 고지서가 왔는데 무려 18만원이 넘는 보험료를 내라는 것이었다. 직장에 다닐 때는 매월 십만 원 정도를 냈는데, 직장을 나오고 소득이 당장 없는 마당에 건강보험료는 오히려 인상돼 뭔가 잘못되었구나 싶었단다. 건강보험공단에 알아보니 살고 있는 아파트에 자동차, 식구 네 명의 성별, 나이 등을 기준으로 했다고 설명을 하는데 너무 복잡해서 이해하기도 어려웠고, 납득도 할 수 없었다. 상식적으로 소득이 없으면 건강보험료는 줄어야 하는 것이 맞지 않은가?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공보험인 만큼 건강보험료는 능력에 따라 형평성 있게 부담하고, 보험혜택은 누구나 동일하게 받아야 하는 것이 사회보험의 원리인데, 우리나라 건강보험은 보험료 부담에 있어 불공평하고 불공정한 것 같다. 현재 건강보험 부과체계를 보면 지역보험 가입자는 집과 자동차에 보험료를 부과하고, 식구가 늘어나면 보험료가 더 올라간다. 반면 직장에 다니는 사람은 월급을 기준으로 보험료를 내고, 피부양자라고 하는 직장보험증에 올라가는 식구가 몇 명이되든 보험료는 올라가지 않는다. 나는 왜 그런지 궁금해 건강보험공단에 알아보니 현재 보험료 부과기준은 크게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로 나뉘고, 7가지 산정방식으로 나뉘는데 직장가입자는 보수와, 연간종합소득, 보수 외 소득, 직장가입자 피부양자 기준이 있다. 지역가입자는 연간 종합소득 500만원을 기준으로 초과할 경우 소득과 재산, 자동차가 반영되고, 이하일 경우 재산과 자동차, 식구수, 성ㆍ연령 등 추정소득이 반영된다. 또 피부양자가 되지 못하고, 지역가입자 세대원으로 보험료를 납부하고, 연금 소득이 4천만 원을 초과하는 경우 연금소득과 재산 자동차가 반영된다. 자세히 들어가면 더 복잡한데 일반 사람들이 이해하기가 상당히 어렵다. 이와 같은 부과체계는 우리나라가 1989년에 전 국민 건강보험제도를 시작할 때 만들어졌다. 당시 소득 파악률이 10%에 못 미쳐 어쩔 수 없이 보유하는 부동산과 자동차 등의 재산과 신고 된 소득으로 보험료를 부담하도록 했다. 공단 관계자들도 25년 전의 보험료 부과체계가 시대의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계속 유지되다보니 국민들의 원성이 끊이지 않고 많은 문제가 발생되고 있다고 한다. 지난해 보험료 관련 민원만 5730만 건이 발생했는데 이는 공단 전체 민원 7160만건 중 80%를 차지한다고 한다. 또 보험료 기준이 제각각이다 보니 부담능력을 잘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생계형 체납자가 계속 발생하고 실직자와 은퇴자가 소득이 없음에도 오히려 보험료가 증가하기도 하며 부담능력이 있는데도 직장피부양자로 등재되어 무임승차하는 사례가 발생하는 등 국민의 불신을 초래하고 있다. 이와 같은 불공정하고 불형평한 보험료 부과체계는 하루 빨리 개선돼야 한다. 지금은 소득 파악률이 92%에 이르렀다고 하는데, 이제라도 보험료 부과체계를 어떻게든 손봐야 한다. 다행히 지난 9월 11일 보건복지부내 건강보험료부과체계 개선 기획단에서 모든 가입자에게 소득 중심의 단일보험료를 부과하는 정책안을 발표했다. 그런데 현실 여건을 고려해 일괄적 개선보다는 단계적으로 개선하자는 내용이다. 단계적으로 신중히 하자는 내용인데 각 단계마다 이해관계에 있는 사람들의 저항에 부닥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게 시간이 지체되고 흐지부지될 것이 너무나 걱정되는데 어차피 기본방향이 소득중심이라면 과감하게 일괄적으로 원샷 개선하는 것도 고려해 보아야 할 것이다. 한국소비생활연구원 경북지부장 신경순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 제보하기
[메일] jebo@ksmnews.co.kr
[카카오톡] 경상매일신문 채널 검색, 채널 추가
유튜브에서 경상매일방송 채널을 구독해주세요!
댓글0
로그인후 이용가능합니다.
0 / 150자
등록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이름 *
비밀번호 *
비밀번호를 8자 이상 20자 이하로 입력하시고, 영문 문자와 숫자를 포함해야 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복구할 수 없습니다을 통해
삭제하시겠습니까?
비밀번호 *
  • 추천순
  • 최신순
  • 과거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