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하신 곡물소이 스무디 두 잔 나왔습니다. 맛있게 드세요"
실버 바리스타 3개월차의 이란희씨(여·70).
다양한 커피 종류가 아직은 입에 익숙치 않아 나름(?)의 고충도 있지만 손님들을 향해 환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옆에서 지켜보던 동료 이연숙(여·62)씨도 함께 활짝 웃었다.
향긋한 커피내음과 아늑한 분위기가 발길을 사로잡는 이곳은 포항시 평생학습원 2층에 위치한 `늘푸른카페`이다.
평균 나이 70세, 실버 바리스타 23명이 직접 운영하는 카페로 포항시 노인일자리 사업장 실버카페 1호점이다.
지난 7월 말부터 바리스타 일을 시작한 이 씨는 출근 후 동료들과 모닝커피 한잔하는 재미에 푹 빠졌다.
집에 놀러 온 손자들에게 용돈을 줄 수 있고, 무엇보다 자식들에게 경제적으로 의지하지 않을 수 있어 행복감을 느낀다.
이 씨는 "노인 일자리가 더욱 많아져 언제까지나 지금의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이어 "조를 짜서 일주일에 하루씩 출근하고 9시간씩 근무하고 20여만원 정도의 월급을 받는다"며 "작은 월급이지만 행복하다. 또한 카페에 나오지 않는 날에는 다른 활동을 할 수 있어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늘푸른 카페의 베스트 메뉴는 "계절별로 다르다. 여름에는 시원한 과일 스무드 종류와 겨울에는 영양이 풍부하고 식사대용으로 손색이 없는 곡물 스무디, 따뜻한 전통차 등이 잘 나간다"고 설명했다.
`늘푸른 카페` 에는 매니저 1명, 실버 바리스타 4명 등 총 5명이 근무하고 있다.
6개조로 편생해 교대로 근무하고 운영수익금은 재료비와 어르신들의 인건비로 지급된다.
이 씨를 비롯한 `늘푸른 카페` 바리스타 23명은 지난 5월부터 7월까지 3개월간 전문 바리스타 교육 과정을 이수했다.
현재도 지속적인 보수교육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중 바리스타 자격증 과정을 이수하기 위해 개별적으로 준비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로 열정이 대단하다.
특히 늘푸른 카페는 다른 커피숍보다 저렴한 가격이 특징. 그렇지만 `비지떡`은 절대 아니다. 충분히 만족할 만한 맛을 갖췄다.
김윤자 사회복지사는 "어르신들이 만드는 커피마다 특유의 넘치는 정이 묻어난다"며 "아끼지 않고 듬뿍 담긴 커피를 볼 때면 원두의 향뿐만 아니라 엄마의 사랑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좋은이웃노인복지센터 관계자는 "젊은 사람들에 비해 행동이 다소 느리고, 새로운 기술에 대한 습득력이 힘들다는 특수성이 있기는 하다"며 "하지만 노인의 강점을 부각시켜 연륜과 정감이 넘치는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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