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민주주의를 경험한 것은 불과 70년이 되지 않는다. 짧은 시간동안 우리가 이룩한 번영은 경이적이지만 과연 우리 사회의 모습을 성숙한 시민사회라고 할 수 있을까? 그 답은 심야시간에 대도시에 있는 파출소에 가보면 알 수 있다. 만취한 사람, 술먹고 싸움을 벌여 파출소에 온 일행들,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운전자들이 뒤엉켜 고성, 욕설이 오가는 난장판이 펼쳐진다. 경찰관이 말리고 경고를 주어도 아랑곳없이 파출소안에서도 경찰관을 향해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을 퍼부으며 주먹으로 한 대 칠 듯이 달려든다. 술이 취하지 않은 경우도 별반 다르지 않다. 쥐꼬리만한 직책이라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경찰관의 법집행대상이 되면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다. “당신 내가 누군지 알아?” 법집행을 하는 경찰관의 권위를 무시하고 관공서에 와서도 소란난동행위를 벌이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된 것일까? 이것을 미성숙한 일부 시민의 탓으로만 돌릴 수 있을까? 경찰이 그 동안 법집행 최일선 기관으로서 공평무사하고 준엄한 모습을 지속하여 보여왔는데도 시민들이 경찰을 무시하는 현실이 된 것일까? 아마 그렇다 라고 답할 수 있는 경찰관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 동안 우리 경찰은 “만인에게 평등하게 집행되는 법”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였다. 강자에게는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부끄러운 법집행의 모습을 시민에게 보여주면서 경찰의 법집행을 존중하라고 시민들에게 강변하는 것은 공허한 메아리와 같다. 최근의 일만 되짚어 봐도 아쉬운 부분이 있다. 성추행 의혹을 받고 있는 전 국회의장 박 모 씨를 새벽시간에 기습 출석시켜 조사한 후 관용차량을 이용하여 귀가시킨 일 이라던지 세월호 유가족 폭행사건 때 가해자측인 세월호 유가족과 국회의원 등은 귀가시키고 폭행피해자인 대리기사와 신고자만 임의동행하여 조사한 일 이라던지… 일반 시민들은 이런 경찰의 이해할 수 없는 모습을 볼 때마다 똑같은 경우에 처하면 ‘나에게도 저렇게 해줄 것인가?’ 라는 의문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그 의문은 경찰에 대한 불신으로 자리 잡는다. 이런 불신이 팽배한 상태에서 자신이 법집행의 대상이 되는 시기가 되었을 때, ‘높은 사람들 한테는 꼼짝도 못하더니’라는 불만을 품을 수 밖에 없고 경찰관을 존중하고 법집행에 순응하기 보다는 그에 도전하는 모습을 보이게 되는 것이다. 만인에게 공평무사한 법집행의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정치인이나 고위공무원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성숙한 선진경찰이라고 할 수 없다. 시위를 벌이다가 폴리스라인을 침범한 시의원을 지체없이 수갑을 채워 체포하고 테러방지법에 따라 상원의원도 예외없이 속옷만 입히고 신체수색을 행한 외국경찰의 사례를 언제까지 부러워만 할 것인가? 누구라도 법을 어기면 엄정하고 공평하게, 똑같은 법집행을 받고 그 과정에 특혜와 차별이 없도록 해야 한다. 법집행에 앞서서 정치적 고려를 하고 이해득실을 따지고 좌고우면하여 법집행을 하거나 그렇게 하도록 지시하는 경찰관이 있다면 그 사람은 이미 정치인이지 경찰관이 아니다. 먼저 제대로 된 경찰의 모습을 시민들에게 보여주고 누구에게라도 경찰은 엄정하게 법집행을 한다 라는 믿음을 시민들에게 심어 줘야 한다. 시민들에게 법을 존중하는 시민의식의 성숙을 촉구하기 전에 우리 경찰부터 성숙한 선진경찰의 모습을 보여주어 시민에게 존중받는 법집행자로서 시민사회와 동반하여 성숙해 가기를 바래본다. 성서경찰서 생활안전계장 유호동 경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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