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려나가는 듯 보이던 남북 간 대화 국면이 대북 전단(삐라) 문제로 12일 중대 기로에 선 모양새다.
인천아시안게임을 계기로 지난 4일 황병서 총정치국장, 최룡해 당 비서, 김양건 통일전선부장 등 북한 고위급 인사들이 대거 방남하며 남북은 고위급 대화 채널 재가동에 합의했다.
정부가 공개적으로 거듭 “이번을 계기로 남북관계 개선에 노력해 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는 등 지난 2월 이후 경색을 면치 못하던 양측의 대화가 전면적으로 펼쳐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그러나 10일 탈북민을 중심으로 구성된 민간단체가 살포한 대북 전단을 향해 북한이 총격을 가하면서 양측의 ‘화기애애’ 했던 분위기는 일단 다시 움츠러든 분위기다.
앞서 수차례 우리 측에 ‘대북 전단 살포 제지’를 요구한 북측은 이번에도 자신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자신들을 향해 날아오는 전단에 고사총 사격을 가하며 육상 군사분계선에서 4년여만의 남북 상호 총격 상황을 유발했다.
이에 따라 양측은 앞서 합의한 ‘10월 말~11월 초’ 고위급 접촉 재개를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최근 민간단체들에 “대북 전단 살포에 있어 신중한 처사를 바란다”는 입장을 공개 표명했던 정부는 일단 고위급 접촉은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기본적으로 민간단체의 활동을 제지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온 정부로서는 북측이 이를 빌미로 당국 간 합의를 어기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인 듯하다.
그러나 북측이 이에 정상적으로 호응해 올지는 미지수인 만큼 정부도 공식 제의에 있어 신중하게 임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아직 조국평화통일위원회, 국방위원회 등 공식 기구를 통해 고위급 접촉에 관한 입장을 명확히 내놓진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북 전단 관련 북한의 반응은 전단 살포가 예정된 뒤부터 이미 계획된 수순으로 북한이 당장 대화 테이블에서 철수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을 제기한다.
특히 북한이 아시안게임 참가가 명목이라지만 이례적으로 최고위급 인사 3명을 우리 측에 보내 일련의 대남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오히려 지난 1차 고위급 접촉부터 전단 등을 문제 삼아 상호 비방중상 중단을 주요 의제로 제시했던 북한이 이번 일을 대화의 ‘카드’로 더욱 적극 사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우리 측이 대화 모멘텀 유지 및 남북 각급 대화 채널 복구 차원에서 대북 전단 살포로 인한 상호 총격을 계기로 군사 실무회담 등을 추가로 제의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하기도 한다.
정부가 이미 이산가족 상봉 행사의 추가 개최를 주요 안건으로 상정한 만큼 적십자 채널, 군사 채널 등 낮은 단계의 대화를 일단 가동한 뒤 고위급 접촉을 통해 최종 타결하는 방식을 통해 양측의 입장을 조율해 나갈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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