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은 세계적인 인프라 연구 집단의 포스텍, 한동대, 위덕대 등이 있어 이를 통해 인재 유치와 창조경제를 구현한다면 포스코와 더불어 포항의 미래는 밝다고 봅니다.”
지난달 20일 출발, 포항의 철강미래를 위해 영국, 독일을 벤치마킹 AP포럼(Advance Pohang Forum)에 긴 여정을 마치고 돌아온 나주영(59) 포항철강산업관리공단 이사장을 30일 오후 포항철강관리공단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이번 AP포럼에 축구영웅 박지성을 가장 먼저 떠 올리게 하는 영국 맨체스터를 방문했다.
- 맨체스터는 어떤 도시인가?
△ 맨체스터는 18세기 산업혁명의 발상지로서 전세계 면(cotton) 생산의 80%를 공급하며 면방직, 직조 등으로 번성한 곳이다.
경공업에서 출발해 석탄 기계공업으로 호황을 누렸던 도시가 제 1ㆍ2차 세계대전과 더불어 1980년대 초까지 경제가 붕괴되어 엄청나게 어려움에 처하게 됐다.
도시지역 발전에 앞장선 맨체스터 대학은 영국의 최고 연구중심대학으로 노벨상 수상자를 25명이나 배출했다.
맨체스터 대학과 맨체스터시 정부의 피나는 노력에 런던 다음의 도시로 탈바꿈 되었다는 사실에 부럽다.
지역경제발전의 초석이 된 대학을 중심으로 MSP(Manchester Science Parks)가 여러 민관단체의 협조 아래 설립돼 창업은 물론 금융 컨설팅을 포함한 다양한 지원책으로 지역경제를 활성화 시키고 있다.
현재 과학단지에 170여개 입주 업체가 있고 또 다른 도약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맨체스터라는 도시는 혁신을 하고 싶어 하는 DNA가 뼛속까지 잠재돼 있는 것을 느꼈다.
맨체스터 도시는 83년께 근로자 40만 고용에서 현재 30만 명이 증가, 70만 명으로 고용이 늘어나 도시가 활기차고 역동적이다.
포항과 비슷한 50만명(광역권 260만명)에 지역 총생산액 약 90조 등 이런 맨체스터의 20년 변화 발전의 성공요인은 비전, 리더십, 파트너십이라는 것이 현지관계자의 설명이다.
특히 기억에 깊이 남는 것은 시청 앞마당에 시의 상징물인 일벌을 모자이크해서 혁신을 위해 끊임없는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가슴 깊은 감동이 됐다.
우리 포항은 최근부터 철강경기의 침체로 어려움에 처해 있지만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고 있는 POSCO가 아직 건재해 있다.
또 지역에 세계적인 연구중심대학 포스텍과 여러 연구기관이 상주해 있어 희망적이고 미래가 밝다.
- 셰필드시는 일자리 창출 우선도시?
△ 셰필드시는 인구 55만 명으로 영국 중앙부에 위치하고 있다. 일찍 제강업 발달 덕분에 100년 전 스테인레스를 가장 먼저 발명한 대표적인 중공업도시다.
셰필드시가 우리나라에서 추진하고 있는 창조경제를 이미 실현하고 있다. 셰필드시 창조경제의 우선과제는 젊은 실업자 청년들 일자리 창출 정책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다시 말해 우수한 젊은 인재 영입과 젊은 세대들이 머무를 수 있는 여건을 만들고 함께 성장하고 발전하며, 아이템을 개발하는 모델을 만들고 있는 것을 목격했다.
셰필드시는 70년 대 이후 철강산업의 쇠퇴로 도시는 침체되었고 15% 이상의 실업률과 인구 감소로 엄청난 어려움에 처한 도시다. 이를 극복하고자 추진한 도시재건의 노력도 별 성과 없이 도심부는 점점 쇠락을 맞이했다.
그래서 80년대 초부터 기존 철강산업을 대체할 미래형 산업, 지식정보ㆍ문화관광산업 등을 집중 육성해 도시의 변화를 꾀했다.
그 후 2010년부터는 셰필드 문화산업지구를 조성해 낡고 오래된 건물과 현대식을 조화시켜 문화예술의 공간으로 재탄생시킨 결과 영화ㆍ예술ㆍ출판 등의 관련 기업들이 입주를 하게 되어 시 전체 고용의 10%를 감당할 정도로 발전을 거듭했다.
셰필드대학은 109년 역사와 5명의 노벨상을 배출한 연구 중심 대학으로 졸업 후 94%가 6개월 내에 취업, 116개국 2만5천명의 학생 중 4천명이 외국학생이라 국제적인 오픈마인드가 잘 되어 있다.
포항지역에도 포스텍(세계 대학평가 60위)을 비롯한 한동대, 위덕대 등과 함께 지역에 기반을 둔 세계적인 연구 인프라가 있어 다행이다.
포항이 셰필드시와 차별화 되는 장점이 환동해 거점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항구를 가졌기에 항만을 발전시켜야 할 것이다.
포항시는 셰필드시처럼 창조경제 실현을 위해 젊은 인재를 영입하고 머무르게 할 수 있도록 문화산업에 대한 투자도 과감히 해야 한다.
이처럼 모든 것이 어느 개인이나 단체가 아니라 먼 미래를 보고 공통된 목표를 가지고 상호 협력을 통해서만이 가능할 것이다.
- 독일 드레스덴은 어떤 곳인가?
△ 800년 역사를 지닌 드레스덴은 동유럽 문화중심지며 과학도시였으나 2차 세계대전때 도시의 90%가 파괴됐다.
통독이 되면서 약 4만명의 젊고 유능한 인재들이 서독으로 떠나게 되어 아주 어려움에 처했다.
그때 12년간 재임을 한 주지사가 주정부와 시정부를 설득하고 노력해 현재 3만7천명이 재학중인 드레스덴 공대를 비롯한 10개 대학과 세계적인 22개 연구소, 그리고 지멘스를 비롯한 기업체가 들어와 산업과학도시로 재건됐다.
또 이곳이 연구인력만 1만5천명을 비롯한 고급인력의 비율이 20%에 이른다고 하니 유럽의 실리콘밸리라는 명성을 충분히 얻을만 하다.
드레스덴 공과대학은 작센주에서 최대규모의 대학인 동시에 과학산업의 기초가 되는 기계공학부의 학생 수만 5천명이다.
역사와 문화의 토대위에 과학기술중심의 첨단산업을 육성한 정책이 오늘날 드레스덴의 지역발전과 혁신을 이끌어서 오늘의 독일이 된 듯했다.
막스플랑크연구소를 비롯한 최고의 연구기관과 지멘스를 포함한 세계적인 기업들과 유기적인 산학협력 관계를 갖고 있으며 2011년에는 포스텍과 과학기술교류협정도 체결했고 올해 3월에는 박근혜대통령이 명예박사학위를 받은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1948년 설립돼 세계에서 3번째로 노벨상을 많이 배출한 단체이자 기초ㆍ순수과학 연구분야에서 독보적인 막스플랑크 연구소를 방문했다.
입구와 건물 디자인부터 특이한 데다 내부는 자유토론과 연구활동을 마음껏 할 수 있도록 배려한 구조가 눈에 띄었다. 연구 인력의 3분의 2가 외국인으로 개방돼 있으며 약 1조8천억원의 연구재정은 대부분 주정부와 시정부에서 지원을 하고 있지만 일체의 외부간섭을 받지 않고 오직 연구에만 전력한다.
꿈나무를 키우는 프로그램을 포함한 시민과의 워크샵과 세미나도 연례행사로 시행한다니 소통의 현장을 목격하기도 했다. 다만 이처럼 개방된 세계적인 연구소에 한국 국적의 연구원이 한명도 없다는 사실에 씁쓸한 느낌이 들었지만 2011년 포스텍에 연구소가 창립되어 연구활동을 하고 있는 것에 위안이 된다.
다음은 순수과학연구에서 한 단계 진전된 응용과학연구의 메카라 할 수 있는 프라운호퍼연구소를 방문했다. 독일에 40여 개를 포함해 전세계 65개의 연구소를 갖고 산업 전반에 필요한 대부분의 기술을 연구와 산업을 연결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했다.
연구비만 2조5천억원에 2만명의 연구원들이 끊임없이 변하는 시장의 요구에 맞게 실용기술을 개발하고, 기술이전과 함께 인류사회에 공헌하고 있다고 했다. 연구가 없다면 현실에서 뒤떨어질 수 밖에 없고, 미래가 없는 현실을 이번 견학에서 절실히 느끼는 계기가 됐다.
이렇게 해외에 나와서 눈을 돌려보면 우리 포항에는 세계적인 포스코와 포스텍이 있다는 사실에 정말 가슴이 뿌듯해 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 포항지역 경제 활성화 대책은?
△ 지금까지 포항은 포스코를 비롯해 산업단지 조성에만 급급해 왔다. 그렇게 조성된 산업단지는 포스코 철강업종과 관련된 기업이 유치돼 왔다.
포항지역에 입주한 철강기업은 모두 철강소재 산업으로 파이프, 후판, 특수강 등 완제품 생산 기업이 하나도 없다.
이에 따라 완제품을 생산하는 타 지자체보다 포항의 산업은 부가가치가 낮다. 포항의 기업이 생산한 제품이 타 지역 기업의 부가가치를 높여주는 역할만 해왔다.
구미지역은 완제품 전자산업단지가 들어선 이후 부가가치가 높은 기업만이 입주하고 있다.
이제 포항은 지역경제 발전을 위해서 철강은 물론 다른 제품이라도 완제품 생산 기업을 유치해야하는 절박한 시점이다.
지금부터라도 LH공사의 산업단지 조성에도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 포항시가 앞장서 모든 역량을 모아 중견기업, 대기업의 문을 두드려 완제품 생산기업을 적극 유치해야한다.
기업유치를 위해서는 입주 할 기업이 포항지역의 공장 부지를 선택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수만원짜리 산이나 밭을 수십, 수백만원 공장용지로 탈바꿈할 수 있도록 시 행정이 도로, 수도, 전기 등 기반시설을 지원하고 대기업이 직접 산업용지를 조성해 이익이 발생토록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기업유치가 힘들 것이다.
또한 포항은 부산에서 유럽까지 육로 수송의 가교 역할을 톡톡히 할 것으로 본다. 이는 대기업의 완제품 생산 기업유치와 포스코, 철강산업단지, 영일만항 등 과학인프라가 합쳐질때 포항지역 경제 활성화에 엄청난 시너지 효과가 있다.
완제품 생산기업이 많이 입주될수록 여성 근로자가 늘어나고 포항의 고질적인 노사분규가 줄어들어 노사 문화에 따른 외국 기업유치에 큰 효과와 글로벌시대 포항지역경제가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나주영 이사장은 경북 성주출신으로 대구 계성고등학교, 경북대학교, 창원대 대학원 석사졸업, 조선기자재 업체인 (주)제일테크노스 대표이사, 현재 포항철강산업단지관리공단 이사장으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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