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 말에 1974년 발효된 현행 한ㆍ미원자력협력협정에 따라 ‘사용 후 핵연료’를 취급할 수 없고 어떤 형태의 변형도 할 수 없는 협정이 연구개발(R&D) 분야에서의 관련 제약을 해소하는 ‘차폐시설서 제한적 허용’으로 개정된다고 하는데,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에 대한 지장을 받고 있기 때문에 반대한다.
따라서 한ㆍ미원자력협력협정은 우리 대한민국이 ‘우라늄 농축과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재활용)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제한이 아닌 전면 허용’으로 크게 개정되어야 한다.
2010년부터 이뤄져 오고 있는 한ㆍ미 원자력협력협정 협상은 최근까지 주로 △핵연료의 안정적 공급 △원전 수출 경쟁력 제고 △사용 후 핵연료 처리 허용 여부 등 3대 중점사안을 두고 진행됐다.
이 가운데 최대 핵심 쟁점인 사용 후 핵연료 처리 문제와 관련, 미국은 자국 내 강력한
‘비확산’ 기조에 따라 우리 대한민국의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를 전면 불허한다는 이른바 ‘골든 스탠더드’기조를 유지해왔다.
이는 미국이 그동안 우리 대한민국에 대하여 핵무기 제조 가능성(핵확산성) 우려 탓에 우라늄의 농축과 재처리에 강하게 반대한 때문이다. 즉 사용 후 핵연료는 재처리를 거치면 핵폭탄에 쓰이는 우라늄과 플루토늄을 추출해 낼 수 있는 상태가 되기 때문에 핵비확산 정책에 반한다는 논리였다. 이 같은 비확산 정책을 갖고 있는 미국은 협정 체결 당시 이미 재처리 기술을 갖고 있던 인도, 일본, 서유럽 등에만 재처리 권한을 인정해줬다.
특히 우리 대한민국은 핵연료 재처리를 할 수 없지만, 일본은 미ㆍ일 원자력협력협정을 통해 재처리와 농축 문제에 대해 포괄적인 미국의 사전 동의를 받은 것으로 간주돼 있다. 이 때문에 일본의 경우 미국의 동의를 사안별로 구하지 않고 마음대로 연구 및 상업시설에서 재처리 관련 활동을 하고 있다.
금번 재협상에서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제한적 허용’은 미국이 우리 대한민국 내에서 사용 후 핵연료 취급을 차폐시설인 ‘핫셀(hot cell)’에서 제한적 재처리가 이뤄지도록 미국이 양해했다는 의미이다. 핫셀은 현재 대전 한국원자력연구소의 기존 시설로써 사용 후 핵연료를 제한적으로 처리하는데 활용할 수 있어, 한ㆍ미가 공동 연구하는 ‘파이로프로세싱(건식 재처리 기술)’의 일부 공정이 우리 대한민국에서도 가능해지게 되지만, 여전히 우리의 사용 후 핵연료 처리는 한ㆍ미 간에 맺은 원자력협정에 의해 크게 제한되고 있다.
‘파이로프로세싱’은 원자력 발전 뒤 나오는 사용 후 핵연료를 처리해 핵연료를 다시 만들어 원자력 에너지로 이용할 수 있는 기술 중 하나다. 이 기술은 기존 액체 상태에서 처리되는 것과는 달리 고체공법으로 처리돼
‘건식 재처리 방식’으로 불린다.
‘파이로프로세싱’의 가장 큰 특징 하나는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로 플루토늄 생산이 불가능하다는 점이 꼽힌다. 이는 핵무기로 전용될 가능성을 차단하는 것이다. 그래서 ‘파이로프로세싱’은 엄밀히 말해 ‘재처리’가 아니라 ‘재활용’이라는 점이 강조되고 있다.
현행 한미 원자력협정은 사용 후 핵연료의 재처리에 관해 사실상 미국의 사전 동의를 의미하는 한미 양국의 공동결정을 명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는 연구용으로 사용 후 연료를 재처리하는 경우라 하더라도 사안별로 미국의 사전 동의를 받아야 하는 실정이다. 실제 우리나라는 2012년 미국에 ‘사용 후 핵연료 차세대 관리종합공정 실증시설(ACP F)’을 사용한 연구에 대해 동의 요청을 했으나, 미국은 아직 답변을 하지 않는 등 일부 재처리 연구도 차질을 빚고 있다.
현재 우리 대한민국은 사용 후 핵연료 폐기물에 대한 보관문제가 상당히 심각하다. 전국에 산재되어 있는 23개 원자력 발전소에서 연간 700톤가량의 핵폐기물이 나오고 있는데, 보유하고 있는 저장소의 70% 수준까지 채워져 있고, 2016년에 고리 원전을 비롯해서 하나씩 하나씩 저장고가 포화상태를 맞게 되어 2024년에 모든 원전이 보유하고 있는 저장고가 채워지게 되어 있다.
해결책으로 제시되는 저장소 증설은 입지선정의 어려움과 주민들의 반발로 인하여 거의 불가능한 상태이다.
이 같은 포화상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제일 효과적인 방법은 사용 후 핵연료의 부피를 95%나 줄일 수 있는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가 유일하다.
그런데 ‘우라늄 농축과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권한’은 여전히 미국에 있고, 우리 대한민국은 미국의 동의를 얻도록 돼 있다. 더구나 미국이 동의해 줄 수 있는 조건들도 사용 후 핵연료를 재처리할 수 없게 구체적으로 명시 되어 있는 한ㆍ미 원자력협정 이행문서로 인해 묶여 있기 때문에 어려움에 빠져 있다.
그렇지만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협상에서 쟁점 사항인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허용문제와 연구개발(R&D) 분야에서의 관련 제약은 반드시 해소되어야 하고, 아울러 핵연료의 안정적 공급과 원전 수출 경쟁력을 제고시키기 위해서는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전면 허용’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김영시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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