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석포항박물관’이 호랑이 형상을 한 한반도의 꼬리, 호미곶에 드디어 자리 잡았다.
4년 전부터 추진된 한국수석박물관이 호미곶 새천년기념관 3층에 마련돼 오는 23일 개관을 앞두고 있다.
53만 포항시민들과 포항을 찾는 관광객들 그리고 전국의 수석(壽石) 애호가들에게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아름다운 수석을 마음껏 감상할 기회다.
한 가지 주목할 점은 박물관에 전시되는 모든 작품이 누군가로부터 기증된 수석이라는 것이다.
지난 2012년 4월 포항문화예술회관에 마련된 수석 개인 전시회가 끝난 뒤 수집한 애석(愛石)들을 포항시에 기증하겠다고 뜻을 전한 이가 있다.
바로 인각(仁覺) 김명조(73ㆍ사진) 한국수석포항박물관 명예관장이 그 화제의 주인공이다.
그는 타 시·군의 적극적인 러브콜에도 불구하고 고향인 포항에 제대로 된 수석박물관을 건립하고 또 그 박물관을 수석으로 꽉꽉 채우기 위해 기증의사를 꿋꿋하게 지켜왔다.
“조금 늦어졌지만 지금이라도 수석박물관이 생겨 시민들과 포항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아름다운 수석을 소개하고 선보일 수 있어 다행스럽게 생각합니다. 수석을 통해 시민들과 관광객들의 정서함양에 일조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쁠 것입니다. 또 이 수석이 포항시만의 차별화된 관광 상품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는 포항시를 위해 지난 40여년동안 열과 성으로 보듬어 온 수석 300여점을 아낌없이 내놨다.
어디 그뿐인가? 수반과 화대 200여개, 링 타이 기념품 2700여개, 수석에 관한 잡지 700여권 등 수석 관련 물품들을 과감하게 ‘쾌척’했다.
전국 16개 시·도와 계룡대를 포함, 총 17개 지역의 한국수석회 회원 110명 또한 김 명예관장과 기꺼이 뜻을 함께했다.
회원들은 수석 110점, 수반과 화대 200여개 등을 기증해 수석만큼이나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줬다.
“수석을 수집할 때에는 `버리는 것`을 먼저 배워야 합니다. 버리는 것을 먼저 배우고 나면 어머니의 마음처럼 아무런 바람 없이 ‘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기쁨임을 깨닫게 되죠.”
김명조 명예관장은 그의 말처럼 늘 겸손한 마음을 가지고 있기에 크고 작은 봉사와 기부 그리고 기증까지 지역사회 활동에 열정을 쏟을 수 있었을 것이다.
지인의 소개로 수석에 관심을 두게 됐다는 그는 경북 호산에서 처음 탐석을 시작했다.
그후 일본 후지산에서 탐석 하던 중 깊은 깨달음을 얻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수석의 매력에 빠지게 됐다.
불심이 깊은 만큼 수석에 부처의 가르침을 접목해 더욱 심취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일입니다. 집에서 한창 수석에 애정을 쏟고 있었죠. 어린 막내딸이 제게 다가와 묻더군요. 돌과 자신(딸) 중 누굴 더 사랑하느냐고요.”
그의 어린 딸이 아버지의 사랑을 한낱 돌에 뺏겼다는 생각으로 질투 아닌 질투를 할 정도였으니 수석을 얼마나 살뜰하게 보살폈을지는 눈에 선하다.
“하루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수반 위에 있는 돌에 물을 뿌리고 모래를 가지런히 정리합니다. 그리고 돌과 대화를 시작하죠. 폭포가 떨어지는 소리를 들을 수 있고 지저귀는 새 소리도 들립니다. 수십만 그루의 나무가 바람에 흔들리며 너른 호수를 보기도 합니다. 때론 수줍은 단발머리 소녀를 만나기도 하지요. 돌을 통해 삼라만상을 보는 것입니다.”
김 명예관장은 수석을 감상할 때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닌 마음으로 들여다봐야 자연의 경이로움이 비로소 눈앞에 펼쳐짐을 강조했다.
수석은 오랜 세월 동안 자연이 빚어낸 고요한 아름다움이다.
고요한 아름다움 속에 절경을 담고 있다. 자연이 만든 수석이라는 걸작을 통해 축경미(縮景美)를 느낄 수 있다.
그 속에서 현대인들은 바쁜 일상을 잊고 삶의 즐거움과 여유를 만끽한다.
“수석을 이해하기 힘들어하는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필요하다면 수석의 역사와 흐름 그리고 수석을 올바르게 감상하는 방법 등 앞으로 박물관을 찾아 주시는 분들께 정성스럽게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오는 23~24일 호미곶에 위치한 새천년기념관 지하 1층에서 한국수석포항박물관개관기념 ‘제33회 전국수석대전’이 열린다.
먼 길을 돌아와 처음 그렸던 독립된 모습의 한국수석포항박물관의 모습은 아니다.
그러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고고한 아름다움을 가진 수석들이 관람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이번 주말 호미곶을 찾아 조용히 눈을 감고 수석이라는 예술품이 보여주는 절경 속으로 빠져보는 것은 어떨까?
◇김명조 명예관장 石歷
△1976년 수석취미생활 시작
△1982년 포항애석회창립발기인
△1983~1987년 포항애석회회장
△1984년 애석인총연합회 경북연합회 (연합전시회 집행위원장)
△1985년 애석인총연합회 경북연합회 부회장
△1984년 (사)한국수석회가입
△1985~1987년 (사)한국수석회 경북지역사무국장
△1989~1991년 포항시수석연합회 회장
△1992년 (사)한국수석회 전국전집행위원장
△1992년 (사)한국수석회 중앙부회장
△1993년 (사)한국수석회(제20회 올해의 수석인 대상)
△1993~1996년 (사)한국수석회 감사
△1997~2003년 (사)한국수석회 부이사장
△2004년 (사)한국수석회 중앙회장
△2005~2008년 (사)한국수석회 자문위원
△2009~2012 (사)한국수석회 이사장
△2014 (사)한국수석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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