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오는 14일부터 닷새간의 일정으로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가운데, 방한 첫날 이뤄지는 박근혜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어떤 대화가 오갈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3일 청와대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14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리는 교황의 사목(司牧) 방한 공식 환영식에 참석한 뒤 교황과 면담을 나눌 예정이다.
교황과의 면담 뒤엔 청와대 영빈관에서 우리 정부와 교황청 인사, 주한 외교단, 그리고 사회 각계 인사 등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이번 교황 방한의 의미 등을 짚어보는 박 대통령과 교황의 연설이 이어진다.
전 세계 12억 천주교 신자들의 최고 지도자인 교황은 ‘사랑과 평화의 메신저’로도 불리는 만큼 이번 방한 기간에도 박 대통령과의 면담 및 연설을 포함한 각종 일정을 통해 천주교의 복음과 화해ㆍ협력에 관한 메시지를 전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특히 내년이면 한반도가 남북으로 분단된 지 70년이 되고, 또 최근엔 우리나라를 포함한 중국ㆍ일본 등 동북아시아 주변국 간에 영토 및 역사인식 문제에 관한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점 등을 들어 한반도와 동북아 지역 국가들의 갈등 해소 노력을 주문하고, 평화ㆍ번영을 기원하는 메시지를 내놓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즉위 직후인 작년 3월31일 부활 대축일 강복(降福) 메시지를 통해서도 “아시아, 특히 한반도의 평화를 빈다”며 “그곳에서 평화가 회복되고 새로운 화해의 정신이 자라나길 바란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일각에선 교황이 정치 지도자가 아닌 종교 지도자인 점을 들어 “한반도나 동북아 역내 국가 간 갈등 상황에 대한 메시지를 내놓더라도 개별 현안들을 구체적으로 거론하진 않을 것”으로 보기도 한다.
박 대통령 역시 교황과의 면담 다음날인 15일 제69주년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향후 남북관계 및 한일관계 등에 대한 구체적인 비전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현재로선 한반도 및 동북아 평화 등에 관한 교황의 방한 메시지에 원론적인 수준에서 공감을 표시할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한 관계자는 “교황의 당부 사항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지만, 박 대통령도 ‘신뢰와 평화ㆍ협력의 정신을 확산시켜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힐 것 같다"고 내다봤다.
이런 가운데, 정치권 등에선 교황이 이번 방한 기간 중 여객선 ‘세월호” 침몰 참사 희생자 유가족과 해군기지 건설 반대운동을 해온 제주 강정마을 주민, 송전탑 건설 반대운동을 해온 경남 밀양 지역 주민 등을 만날 계획임을 들어 박 대통령과의 면담 등에서 관련 언급이 나올지 여부를 주목하는 기류도 읽힌다.
한편 박 대통령은 이번 교황 방한과 관련해 14일 오전 직접 공항에 나가 프란치스코 교황을 맞이하기로 했다.
청와대는 “박 대통령은 세계적 종교 지도자인 프란치스코 교황의 위상에 적합한 예우를 갖춰 영접할 예정”이라면서 이 같이 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4일 오전 경기도 성남 소재 서울공항을 통해 입국한다.
교황 방한은 지난 1984년과 89년 당시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이며, 특히 프란치스코 교황으로선 작년 3월 즉위 이후 처음으로 아시아 국가를 방문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 박 대통령은 지난 5일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이번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에 대해 “천주교만의 행사가 아니라 세계적 종교 지도자가 방한해 이 땅에 평화와 사랑을 전하는 의미 있는 행사”라며 “국가적으로도 행운과 축복이 찾아드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로 말했었다.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