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고(故) 김기웅 군의 아버지는 식당일을 했다. 음식을 만들면서 아들을 수장한 그들을 죽이고 싶었다. 무뎌지는 칼을 자주 갈았다. 죽이는 방법을 궁리하면서 버텼다. 그러다가 십자가를 지고 걷기로 했다. 기웅 군이 수장된 그 바다까지 지난달 28일 2,000리를 걸어 팽목항에 도착했다. 드디어 천주의 화답을 들었다. “하느님께서 책임을 져주신다니 감사합니다”였다. 자비와 사랑, 천주의 깨달음이 스민 십자가는 다시 1,000리를 걸어 대전 월드컵경기장에 행선할 교황께 봉헌될 예정이다. 그것은 세월호 희생자와 유가족들 그리고 가슴에 못이 박힌 대국민의 청원서이리라. 일본국 위안부 피해자인 대구의 이용수(86) 할머니 역시 오는 18일 서울 명동성당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난다. 대구에서 교황을 만나는 사람은 이 할머니가 유일하다. 다른 위안부 피해자인 김군자(89), 강일출(86) 할머니도 함께 초청을 받았다. 교황은 이날 미사에서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로하는 말을 할 것으로 보인다. 여성가족부에서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로 237명의 할머니들이 등록돼 있지만 현제 대구 5명과 경북 2명을 포함해 모두 54명이 생존해 있다. 할머니들의 평균 연령은 88.3세다. 조선의 천주교 박해는 잔혹했다. 수백 명이 참수된 뒤 5,000여명의 천주교도는 전국의 깊숙한 산속에 숨어 연명했다. 요즘 성지(聖地)로 불리는 그곳을 사람들은 교우촌으로 불렀다. 신도들의 삶은 궁핍하기 그지없었다. 신자들은 서양신부들이 어떻게든 와서 구해 주기를 기도할 따름이었다. 14일 방한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을 각별히 사랑하는 데는 이런 역사적 사정이 깔려 있다. 기독교 탄압이 조선 못지않았던 일본에서는 대부분의 신자가 신도(神道)로 돌아선 반면 서양신부 12명이 참수되고도 신자수가 날로 증가했던 조선을 교황청은 성령이 그윽한 땅으로 여겼다. 박해의 땅 그러나 기적의 땅이었다. 바로 그곳에 교황이 온다. 가난한 자의 벗이자 타 종교와 화통한 생명존엄과 인간사랑, 마약중독자의 발에 입을 맞추고 행려자를 품에 안은 교황 그는 ‘교황 프란치스코 효과’라는 말을 만들기도 했다. 불신과 원망은 높아만 가고 소통은 멀어지고 반목과 대립은 더해만 가고 가진 자들의 탐욕과 횡포는 끝을 모르고 있는 세상에서 고달픈 삶을 꾸려가야 하는 지구촌 서민들에게 프란치스코 교황의 언행은 우리에게 신선함을 더해주고 있다. 교황의 인기와 힘의 원천은 바로 언행일치에서 나오는 것일 것이다. 청빈과 봉사, 평화, 정의 등을 강조하는 성직자나 교황은 겪어봤지만 실천으로 옮기는 경우는 보기 어려웠다. 호화로운 교황 관저대신 교황청 내 게스트하우스에서 검소한 생활을 하며 권위를 상징하는 붉은색 구두를 신는 대신 늘 착용하던 검은색 구두를 신고 방탄차 대신 다른 사제들과 버스를 타고 교황청 재정개혁을 실천하고 사회문제나 국제문제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또 마피아에 대해 날을 새우며 각성을 촉구하고 돈을 우상으로 숭배하는 경제시스템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아무나 할 수 없는 이러한 행동을 통해 감동을 주고 있다. 이 시대 지구촌을 사는 사람들에게 모처럼 용기와 희망이 되고 있다. 돈이 아니라 사람이 중심이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그리고 교회에 바라는 것은 실천이라고 촉구하고 있다. 우리 모두에게 던지는 메시지일 것이다. 역대 어느 교황보다 지구촌 사람들의 사랑을 많이 받고 있는 그의 방한으로 모처럼 우리사회에 만연하고 있는 부패와 악취를 제거하는 청량제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좋은 文學 경북지회장 박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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