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나 기업에서 인사를 할 때 ‘의인불용 용인불의(疑人不用 用人不疑)’라는 원칙을 사용한다고 한다. 이 말은 중국 사서 송사(宋史)에 나온 말이다. 의심 나는 사람은 쓰지 말고 쓴 사람은 의심하지 말라는 뜻이다. 고(故) 이병철 삼성 회장의 인사철학으로도 유명하다. 이건희 회장도 부친의 뜻에 따라 성공적인 ‘인재경영’을 하고있다는 평가다. 한 번 믿고 일을 맡기면 주변에서 아무리 흔들어도 그 신뢰를 깨지 않고 끝까지 믿음을 주는 것. 품격이 느껴지는 등용철학 아닌가. 하지만 현실에 비춰보면 이 아름다운 격언은 허망하기 짝이 없다. 믿고 맡긴 사람이 일을 망치고 조직을 무너뜨린 사례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지난 6ㆍ4지방선거에서 포항시민들은 이강덕 후보를 선택했다. 믿고 일을 맡기면 외압에도 흔들리지 않고 시민의 신뢰를 절대 깨지 않을 거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기대가 컸을까…작금의 포항시 출발은 순조롭지 못하다. 최근 단행한 4~5급 인사 내정자들에 대해 각종 의혹이 불거지고 있기 때문이다. 제기된 문제는 가지가지다. 이 가운데 특히 정치인 인사 개입설이 가장 설득력을 얻고있다. 인사외압이라는 지적이다. 모든 일에는 넘어서는 안되는 선이 있는 법이다. 정치인의 인사개입설은 53만 시민을 기만하는 행위다. 이 시장을 허수아비로 내세워 상왕정치를 하려는 음모다. 물론 정치인 인사개입설은 유언비어 일 수도 있다. 일선 취재기자로서 이말을 믿고싶다. 이 시장은 여론이 지적하고 민의에 반하는 행정은 절대하지 말아야 한다. 인사는 특히 더 그렇다. 유비가 삼고초려(三顧草廬)로 제갈량을 등용해 촉나라를 일으킨 사실이 시사하듯 나라를 부흥시킬 동량을 발굴하는 일에는 힘을 아껴선 안 될 것이다. 이번 인사 파문은 처음이니까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치자. 초반에 실수하는 것이 나중에 하는 것보다 낫다고 관대히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런 시행착오는 되풀이돼선 안 된다. 이강덕 시장의 성공이 곧 포항시민의 성공이다. 그러기 위해선 외압에 흔들리지 않고 체계적 인사시스템을 갖춰 사람 뽑는 일부터 제대로 해야 한다. 용인불의는 의인불용이 전제돼야 가능하다. 또한 이 시장은 ‘바둑 1급 열명이 힘을 모아도 바둑 1단 한명을 이길 수 없다’는 의미를 되새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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