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한여름 가마솥더위가 거의 체온에 육박하는 요즘이다. 이 같은 더위 때에는 하는 일을 잠시 놓고, 휴가(休暇)를 가야 한다. 이때의 휴가는 ‘업무의 연장선’이다. 그럼에도 공직사회의 분위기가 휴가를 가지 않는 쪽이라면 더위 탓에 일이 손에 잡히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일부 공직사회가 휴가를 가지 않는다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다. 사람은 일정하게 일을 하고난 다음에 쉬는 것도 앞으로 보다 일을 잘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다. 그러나 윗분의 눈치를 보느라고 휴가를 가지 못한다면 제대로 된 업무를 보지 못할 것이 너무나도 지당한 사실이다. 사실이 이 같다면 공직사회가 아직까지 후진사회라고 말할 수가 있다.
경북도내 일선 시군 공무원들이 여름휴가가 절정기임에도 불구하고 휴가고민에 빠져있다. 여기에서 고민에 빠졌다는 것은 휴가를 해야겠다는 본인의 의지이다. 그러니 일이 도저히 손에 잡히지가 않을 것이다.
이렇게 된 이유를 살펴보면 민선 6기취임 후 한 달 남짓 된 각 단체장들이 예정대로 휴가를 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태풍소식과 각종 축제행사도 한 몫을 하고 있다. 지난 5일 경북지역 지자체장들은 여름휴가를 연기하거나 일부는 휴가 중에 있다. 설혹 지자체장이 휴가를 갔다고 해도 일부 공직자들은 휴가를 가야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더구나 단체장이 휴가를 연기하거나 취소했다면 그 공직사회가 휴가를 가지 못할 것이다. 휴가취소를 다른 말로 표현한다면 근무를 하면서 휴가를 한다고 해야겠다. ‘근무휴가’를 두고서는 휴가취소라고 할 수가 없다.
이강덕 포항시장의 경우 지난 4~6일까지 3일간 휴가를 갔다. 이강덕 시장은 최근 간부회의에서 포항시 공무원들은 걱정하지 말고 휴가를 다녀오라고 당부하며 자신이 솔선수범했다. 이강덕 시장이 시민들의 여론에도 경청해야 한다. 여기에서 경청이란 공직사회의 여론까지를 포함한다. 공직사회의 여론을 경청하지 못한다면 시민들의 여론까지 들을 수가 없는 측면이 강하다. 포항시 이강덕 시장의 행정의지가 아주 돋보이는 대목이다. 포항시 일부 간부 공무원은 이번 주 휴가를 떠났다. 하지만 이강덕 시장과 같은 기간 휴가 일정을 잡은 고위 공무원들은 마음이 편치 않다. 주말 태풍소식과 오는 8일, 14일 승진 및 전보인사 때문이다. 태풍소식은 어쩔 수가 없다. 그러나 승진이나 전보 인사는 휴가 다음으로 해도 포항시의 행정에 아무런 지장이 없다. 안심하고 휴가를 가야 한다. 이강덕 시장의 현명한 행정 판단을 기대한다.
A지자체장은 자칫 부하 직원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며 오는 11∼14일 휴가를 가기로 했다. 기업유치와 관광산업 발전을 모색하기 위해 전국 몇 곳을 둘러볼 계획이다. 이 밖에 나머지 시장ㆍ군수 3~5명은 휴가 일정을 잡았다. 반면 도내 대다수 지자체장들은 휴가를 포기하거나 미루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양식 경주시장과 이희진 영덕군수, 임광원 울진군수, 한동수 청송군수, 권영택 영양군수는 아예 휴가 일정을 잡지 않았다. 이들 지역은 각종 여름축제와 빠듯한 지역 행사 일정이 몰려있기 때문이다. 최양식 시장은 오는 15일까지 읍ㆍ면ㆍ동을 순방하고 관내 사업소를 돌아볼 계획이다. 하필이면 휴가철에 난데없는 읍ㆍ면ㆍ동 순방인가를 묻고 싶다.
우리의 공직사회가 아직까지 휴가에서 지자체장의 눈치 보기에 빠져 있다면 후진사회라고 평가해도 무방하다. 공직사회는 일만하는 기계사회가 아니다. 가마솥더위에 잠시 쉬어야 그다음에 일의 능률도 한층 더 높아진다. 또한 공무원도 가정이 있다. 한여름 휴가가 가정의 평화를 가져온다. 가정의 평화가 공직사회의 평화이다. 더군다나 공직사회가 지자체장의 눈치만 본다면 공직사회가 아니고 ‘눈치시회’로 전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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